행복의 정원/애송시

월광(月光),월광(月狂) - 김태정

풍월 사선암 2009. 2. 9. 07:50

 
월광(月光),월광(月狂) - 김태정

불을끄고 누워 월광을 듣는밤,
낡고 먼지 낀 테이프는
헐거워진 소리로 담담한듯, 그러나
아직 삭이지 못한 상처도 있다는 듯
이따금 톡톡 튀어오르는 소리

소리를 이탈하는 저 소린
불행한 음악가가 남긴 광기와도 같아
까마득 한 상처를 일깨워 주네.

어느 생 인가 문득 세상에 홀로 던져져
월광을 듣는밤은 미칠 수 있어서
미칠 수 있어서 아름답네
오랜만에 상처가 나를 깨우니
나는 다시 세상속에서 살고 싶어라.

테이프가 늘어지듯 상처도
그렇게 헐거워졌으면 좋겠네
소리가 톡톡 튀어 오르듯 때론
추억도 그렇게 나를 일깨웠으면 좋겠네

불을 끄고 누워 월광을 듣는 밤,
저 창밖의 환한 빛은 달빛인가 눈빛인가.
 
Beethoven - Piano 월광Sona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