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2008 겨울 희망편지] [1] '정직'으로 빚은 동동주

풍월 사선암 2008. 12. 16. 11:35

 

강진쌀 고집한 酒造場

'장인정신' 입소문 타고 불경기에도 매출 늘어  

황주홍·전남 강진군수

 

강진군 병영(兵營)주조 김견식 대표는 올 71세 술공장 사장이다. 처음엔 '남의 집살이'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게 57년이었다. 주인의 권유로 1986년 주조장(酒造場)을 인수, 오늘에 이르렀다.


한평생 술 빚고 술 팔며 살아왔다. 경영, 마케팅, 홍보, 이런 거 몰랐다. 연간 매출은 늘1000만, 2000만원이었다. 인동(隣洞)에 차츰 입소문이 나면서 3000만, 4000만, 마침내 5000만원대로 올라선 게 재재작년이었다. 재작년 8000만, 작년엔 1억원까지 돌파했다. 금년 말 예상은 1억8000만원이다.


별거 아닐 수도 있고 별거일 수도 있는 실적이다. 내용은 '섬싱 스페셜'이다. 유례없는불경기라고 난리인 세상 아닌가. 병영주조는 오히려 유례없는 호경기를 누리고 있지않은가. 불경기라 해서 다 안되지 않고, 호경기라고 다 잘되는 것 아니다. 호경기에도문닫는 식당 있고, 불경기에도 돈 버는 식당 있다. 소풍 간다고 다 보물 찾는 것 아니고, 장대비 쏟아진다고 다 옷 젖는 것 아니다. 세상은 저 하기 나름이다.

 


나는 그가 '전남에서 가장 순박한 분'으로 보인다. 속을지언정 속이지 못하는 성격 그대로 산다. 삶에 과장이 없다. 늘 같은 표정으로 소년처럼 웃는 게 전부다. 고스톱도 모르고, 고개 갸웃하게 하지만 술도 모른다. 오직 술 빚는 일 위해 평생 외롭고 가난하게 살아온 그다. 오늘 이 작은 성공의 가장 큰 성장동력이 바로 여기다. 거짓과 위선과탐욕과 오만이 판치는 이 땅에서 그는 '25시'의 주인공 요한 모리츠와 같은 존재다. 아닌 것 같지만, 정직과 성실 그리고 겸손이야말로 시장 감동의 핵심 원리다.


그는 한 번도 수입 쌀을 쓰지 않았다. 왜 강진 쌀만 썼느냐는 물음에 "처음부터 판매량이 많지도 않았기 때문…"이라는, 딱 맞지는 않지만 공명을 일으키는 말로 답변하는 그다.


대기업은 매출의 10% 내외를 연구개발(R&D)에 쏟는다. 그는 매해 30% 이상씩을 써왔다. 형언키 어려운 집념이자 열정이다. 불경기를 비웃는 성장의 비결이 또 여기다.


우량기업이라면 재(再)구매율이 70%를 넘어야 한다는데, 병영주조의 경우 한번 마셔본 사람이 또 구입해가는 비율이 70~80%쯤이라고 그는 짐작한다. 일본으로의 수출길도 '김견식 동동주'에 대한 입소문이 일구어낸 개가였다. 지난달 복분자 막걸리와 동동주를 6000만원어치 선적했는데, 앞으로 연간 10억원 정도 수출을 예상하고 있다.그쪽 소비자들 반응도 좋다는 소식이다.


일본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1만개인 반면, 우린 50개도 안 된다. 수만 개미군단 장인(匠人)들의 묵묵함에 일본이 있다면, 10년 내리 한 우물 파는 사람조차 찾기 어려운 현실에 우리가 있다. 대(아들 영희씨)를 이어 52년째 주조 외길을 걷는 그는 우리 시대 장인이다. '장인 김견식'은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어 가는 한국사회에 작지만 뚜렷이 빛나는 별이다. 그의 정직이 빚은 동동주 맛은 대한민국 경제회생을 상징하는 견고한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