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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실의 드라마 같았던 삶

풍월 사선암 2008. 10. 3. 07:42

최진실의 드라마 같았던 삶

CF·드라마서 깜찍한 이미지로 톱스타 돼

매니저 피살·이혼 등으로 루머에 시달려

  


"나 이제 간다. 먼저 가서 미안하단 말은 안 할래. 이렇게 떠나지만 나 행복했어."


2005년 드라마 '장밋빛 인생' 속 주인공 맹순이는 위암으로 세상을 떠나며 이렇게 말했다. 절절한 연기로 수많은 팬들을 울렸던 '맹순이' 최진실씨가 2일 세상을 떠났다. 40세. 영원할 것 같았던 톱스타. 선망과 질시의 대상이었던 그의 짧은 인생도 과연 달콤하고 행복했을까?


최씨는 '깜짝 스타'였다. 1989년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에요"라는 멘트가 인상적인 삼성전자 VTR 광고로 그녀는 모든 남성의 '사랑스러운 연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 드라마 '당신의 축배'(1989년), '우리들의 천국', 영화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이상 1990년) 등은 모두 그녀의 귀여운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다. 황신혜 같은 서구형 미녀들이 휩쓸던 연예계에서 귀여운 이미지를 내걸고 나선 그가 대형 스타 반열에 오른 것은 작은 '혁명'이었다.


드라마 '질투'(1992년), '별은 내 가슴에'(1997년), 영화 '편지'(1997년)가 잇달아 히트하며 1990년대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진실의 시대'가 됐다. 그러나 1994년 그를 발탁해 키운 매니저 배병수씨가 로드매니저에 의해 살해되면서 최씨는 갖은 루머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더 큰 시련은 2000년 야구 스타 조성민씨와의 결혼 이후에 닥쳤다. 잡음이 많았던 부부는 2002년 별거에 이어 2004년 이혼에 이르렀다. 이혼 직전, 조씨가 최씨에게 폭력을 휘둘러 긴급 체포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최씨는 깔끔한 이미지가 손상되면서 자신이 출연한 CF업체로부터 3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는 '마녀 사냥'이 시작됐지만 곧 재기에 성공한다. 암 투병을 하며 죽음을 앞둔 순간, 바람을 피운 남편과 화합하는 '장밋빛 인생'의 맹순이 역은 그의 연기 인생에서 '최고봉'으로 꼽혔다. 올해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역시 주부들의 환상을 자극하면서 '연기자 최진실'을 다시 보게 만들었다. 인생의 멋진 두 번째 막이 올라가는 순간이었다. 올해 말 방영이 계획됐던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2'에서 그는 주인공 의사 역을 맡기로 했고, 내년에는 유명 사진작가와 함께 아프리카로 떠나 자선 사진집의 모델이 될 예정이었다.


최진실씨는 이혼 후 당당한 모습으로 두 아이를 키우는 '싱글맘'의 상징이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 두 자녀의 성을 조씨에서 최씨로 변경했고, "저로 인해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분들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 최진실'의 인생은 무거웠다. 그는 이혼 후 우울증에 시달리며 홀로 신경 안정제를 복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스스로 세상을 등짐으로써, 그와 함께 행복했던 대중의 추억도 잿빛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