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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KIKOㆍKnock-In, Knock-Out)?

풍월 사선암 2008. 10. 8. 08:38

 

 

환위험 피하려고 키코 덥석 물었더니 독 사과일 줄이야 

통화옵션의 일종으로 투기적 성격 강해

"위험성 제대로 안알렸다" 은행에 비난 목소리도


◆쉽게 풀어쓰는 경제 / KIKOㆍKnock-In, Knock-Out◆

 

키코는 기업과 은행이 환율 상하단을 정해 놓고 환율이 계약기간에 하단 밑으로 내려가지 않는 한 상단에 해당되는 환율로 달러화를 계약금액만큼 팔 수 있게 함으로써 기업 환위험을 덜어주는 상품이다. 수수료도 선물환에 비해 저렴하기 때문에 인기리에 판매됐다.


지난해 A업체는 키코(KIKOㆍKnock-In, Knock-Out)라는 환헤지 상품에 가입했다.


하지만 환율이 계약 당시 설정한 상단을 넘는 순간 키코 계약서는 노비문서로 변해버린다. 계약서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환율이 계약기간(보통 1년) 내에 상단을 초과할 때마다 계약금액 두 배에 해당되는 달러를 팔도록 돼 있는 게 아닌가.


지난해 환율이 900원 선까지 하락하자 환헤지를 위한 수출기업의 선물환 매도가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환율이 급등하면서 수출기업 환차손이 2조5000억원대로 추정될 정도로 급증했다.지난해 경상수지 흑자액 대비 40%에 해당하는 규모로, 환율이 추가로 오르면 기업 환차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키코란 무엇인가


= 파생상품은 거래 형태에 따라 선물, 옵션, 스와프 거래로 나눌 수 있다.


가령 1년 뒤에 받게 될 100억달러를 달러당 1000원에 교환하기로 약정한 것을 선물거래, 특히 선물환 매도라고 한다.


스톡옵션은 일정 기간 동안 지정된 가격에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옵션 구매자는 주가가 상승했을 때 매수청구권을 행사하여 취득한 주식을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매도함으로써 차익을 실현한다.


이러한 매수청구권을 콜옵션, 매도청구권을 풋옵션이라고 한다. 옵션 구매자는 유리한 때에는 청구권을 행사하지만 불리할 때는 포기하게 된다.


반면에 상대방이 청구권을 행사함으로써 손실이 예상되는 옵션 매도자는 그 대가로 프리미엄을 청구한다.


변종 통화옵션인 키코 명칭은 녹인(Knockin), 녹아웃(Knockout)에서 유래되었다. 녹인은 덫에 걸려드는 것, 녹아웃은 계약관계 종료를 의미한다.


한 수출기업이 환율 상하단 900~1000원, 약정 환율 1000원으로 1억달러 키코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해 보자. 환율이 900원 밑으로 내려가면(녹아웃) 계약은 자동으로 종료되고 수출업체는 환손실을 입게 된다.

반대로 환율이 상단보다 높은 1050원이 됐을 때(녹인)는 달러당 50원씩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보통 녹인이 발생했을 때는 계약금액 2~3배를 팔아야 한다는 단서조항이 붙기 때문에 손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환손실을 입더라도 환율 상승으로 수출대금에서 환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상쇄할 수 있지만 일부 수출기업들은 수출금액을 초과해 계약을 체결하는 이른바 '오버헤지'를 하는 사례가 있어 막다른 골목에 몰리게 된다. 반면 환율이 상하단 범위 내인 910원이라면 달러당 90원씩 환차익을 누리게 된다.


이론적으로 키코 계약시 은행은 '콜옵션 매입+풋옵션 매도' 포지션을, 수출업체는 그 반대인 '콜옵션 매도+풋옵션 매입' 포지션을 취하게 된다. 그리고 환율이 설정한 하단 밑으로 내려갈 때는 이런 계약 자체를 무효화한 것이다. 환율이 상하단 범위 내에 있을 때는 이익이 증가한다. 풋옵션 매입 포지션 때문이다.

반면에 환율이 상단 이상으로 상승할 때는 콜옵션 매도 포지션 때문에 손실이 발생한다.

반대로 이때 은행은 콜옵션 매입 포지션이기 때문에 이익이 발생한다.

키코에서는 양 당사자 모두 매도ㆍ매입 포지션을 동시에 보유하면서 프리미엄 요구권은 소멸된다.

기술적으로는 환율 상하단을 만들기 위해 콜옵션 행사가격이 상단에, 그리고 풋옵션 행사권리가 하단까지 제한된 것이다.


◆ 키코의 치명적 유혹


= 최근 키코로 인한 수출업체 손실이 커지자 은행들이 위험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일방적인 환율 전망을 했다며 비난 표적이 되고 있다.

은행과 키코 계약을 할 때 수출기업이 환위험을 알고 있었다면 단순한 헤지목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반대로 낮은 수수료에 눈이 멀어 수출기업이 선물환 대신 키코를 택했다면 너무나 무모하다고 할 수 있다.

은행이 환위험을 고지했는지,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을 넘어갈 것을 알고도 숨겼는지 여부에 따라 잘잘못이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위험감수 능력이 큰 은행이 그렇지 못한 중소기업에 환위험을 떠넘긴 것에 대한 비난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파생상품은 적은 헤지비용으로 위험을 제거할 수도 있지만 예상과는 반대 방향으로 가격이 크게 이탈하거나 레버리지가 지나칠 때는 오히려 위험을 가중시키기도 한다.

약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제조단가가 싼 신약이 개발되었더라도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면 판매를 중지해야 한다.

그러나 복용량 조절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단 고지의무나 중도환매권 부여와 같은 보호책으로 독성을 중화시키고 투약 중에도 환자 건강상태와 약에 대한 반응을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한재준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