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줄탁동시(啐啄同時)

풍월 사선암 2008. 9. 30. 09:53

 

   

어미가 품에 안은 알 속에서 조금씩 자란 병아리가 있다.

이제 세상 구경을 해야 하는데 알은 단단하기만 하다.

병아리는 나름대로 공략 부위를 정해 쪼기 시작하나 힘이 부친다.

이때 귀를 세우고 그 소리를 기다려온 어미닭은 그 부위를 밖에서 쪼아 준다.

답답한 알 속에서 사투를 벌이던 병아리는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처럼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을「줄」이라 하고

어미 닭이 그 소리를 듣고 화답하는 것을「탁」이라 한다.

그리고 이 일이 동시에 발생해야 어떤 일이 완성된다는 것이「줄탁동시」이다.


- 벽암록 (碧巖錄) 에서 -


참으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가르침이자 매력적인 이치가 아닐 수

없다. 행복한 가정은 부부(夫婦)가「줄탁동시」할 때 이루어지고

훌륭한 인재는 사제(師弟)가「줄탁동시」할 때 탄생하며

세계적인 기업은 노사(勞使)가「줄탁동시」할 때 가능한 것이다.


안과 밖, 명과 암, 나와 너… 이 두 가지가 만나 새로운 열정과 에너지를

창조하는 원리.「줄탁동시」로 세상사는 법을 한 번 더 생각해 봅시다.

 

 

부화 

시 (詩) : 이산하 


알 속에서는

새끼가,

껍질을 쪼고

알 밖에서는

어미새가,

껍질을 쫀다


생명은

그렇게

안팎으로 쪼아야

죽음도

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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