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가을은 그렇게 온다 - 이정하

풍월 사선암 2008. 8. 26. 07:56

 

가을은 그렇게 온다


기다리지 않아도 때가 되면

올 사람은 오고


굳이 붙잡아도

떠날 사람은 떠나듯이


좀처럼 수그러질 것같지 않던

여름날의 무더위도

어느새 기세가 꺽여 고개숙이고


아침 저녁으로 부는 시원한 바람으로

머리끝까지 서늘한 기운을 느낄 때


가을은 새색시의 걸음으로

하얀 버선을 신은 채 소리도 없이

우리 곁에 사뿐히 다가온다.


방황하던 나의 영혼이

길을 잃고 헤메고 있을 때

가을은 노란 은행잎 위에

약속의 말씀을 깨알처럼 받아 적는다.


상처없는 사랑은 없다고

이별없는 만남은 없다고


마음이 우울할 때에는

푸른 가을 하늘을 바라보라고


- 이정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