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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일성 총장, "강민호 퇴장이 흐름 바꿔줬다"

풍월 사선암 2008. 8. 24. 11:34

 

 

하일성 총장, "강민호 퇴장이 흐름 바꿔줬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하일성 사무총장은 베이징올림픽 대표팀 포수 강민호의 퇴장이 금메달을 확정짓는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고 평했다.


하일성 총장은 23일 우커송 주경기장에서 열린 쿠바와의 대회 결승전에서 3-2로 대표팀이 앞선 9회말 1사 만루위기에서 강민호가 갑자기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카를로스 레이 코토 주심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받는 바람에 승리의 기운을 가져 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금메달까지 2개의 아웃카운트만을 남긴 1사 2루 상황. 류현진이 던진 아웃코너 직구가 계속해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지 못한 채 두 명의 주자가 연속해서 볼넷으로 걸어나가 만루가 됐다. 그 순간 포수 강민호는 심판에게 가볍게 어필했고 주심은 주저없이 강민호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너무도 긴박한 상황에서 발생된 사건이었기에 김경문 감독까지 덕아웃에서 뛰어나왔고 그라운드에 있던 5명의 심판까지 모두 홈 베이스로 몰려들 정도로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갔다. 사태는 몇 분 후 진정됐고 강민호 대신 진갑용이, 류현진 대신 마무리 정대현이 마운드에 오른 채 경기는 재개됐다. 동점 혹은 끝내기 패배로 갈 수 있었던 절박한 순간이었다.


이에 하 총장은 "강민호의 퇴장은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에 나온 것"이라며 "강민호가 퇴장 당하며 벌어준 몇 분 때문에 쿠바로 기울던 흐름이 다시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류현진의 투구수가 120개를 훌쩍 넘긴 상태에서 투수 교체 타이밍이 다소 늦은감이 있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강민호가 자연스럽게 그 역할을 해낸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강민호의 퇴장으로 흐름은 자연스럽게 한국으로 넘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정대현은 구리엘을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 승리를 확정지었다.


하 총장은 "당시 류현진은 첫 볼넷에 이어 두 번째 볼넷까지 범해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는다. 그런데 강민호의 퇴장이 교체 타이밍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준 반면 쿠바 공격의 맥은 뚝 끊어져 버렸다"며 "강민호가 들어가며 포수 마스크와 미트를 집어던지는 등 상황이 험악하게 돌아가자 푸에르토리코 주심도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고 강조했다.


그 때문인지 정대현의 공 2개가 연속해서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고 바깥쪽 볼에 손을 댄 쿠리엘의 땅볼 타구는 유격수 박진만의 글러브로 빨려들었다. 8회까지만 해도 잡아주던 스트라이크 판정이 9회 1사 2루 들어 돌변했지만 강민호의 모습과 관중들의 집중적인 야유에 다시 원위치로 갈 수 있었다. 남은 선수들도 이 순간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집중력이 최고조로 달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강민호의 퇴장은 뜨겁게 달아오른 쿠바 방망이를 식히는 효과를 가져 왔고 반대로 한국팀에게는 불안감을 자신감으로 뒤바꿔 놓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하 총장은 "진갑용이 공 단 3개를 받는데 그쳤지만 역시 노련한 투수 리드가 좋았다"고 대표팀 주장 진갑용에 대한 칭찬도 빼놓지 않았다.


한편 강민호의 퇴장은 어필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에서 비롯됐다. 강민호는 주심에게 "low ball?(공이 낮았나?)"라고 물었으나 주심은 "no ball(볼이 아니다)"로 착각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9회말 1사 만루 강민호가 볼넷 판정에 대해 심판에게 항의하고 있다.>

 

 

 <9회말 1사 만루 상황 마무리 투수 정대현>

<투수 정대현과 포수 진갑용이 금메달을 확정짓고 감격의 포옹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