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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쿠바 꺾고 올림픽 첫 금메달 획득 쾌거

풍월 사선암 2008. 8. 24. 05:38

 

23일 오후 베이징 우커송야구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야구 결승 한국 대 쿠바 경기에서 세계 아마최강 쿠바를 꺽고 세계 정상에 등극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 김경문 감독을 헹가래치고 있다. 

 

한국 야구, 쿠바 꺾고 올림픽 첫 금메달 획득 쾌거

 

한국 야구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9전 전승 퍼펙트 금메달’의 신화를 일궈냈다.


김경문(두산)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3일 중국 베이징 우커쑹 제1야구장에서 열린 2008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 쿠바와의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한국 야구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한국은 예선 7전 전승을 포함해 준결승과 결승을 잇따라 승리,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은 또 아시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획득하는 경사도 함께 누렸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동메달을 넘어선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 야구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사라진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남다르다.


결승전 답게 손에 땀을 쥐게하는 팽팽한 접전이었다. 한국이 달아나면 쿠바가 곧바로 추격하는 진땀 승부가 경기 내내 펼쳐졌다.


한국은 1회초 안타로 출루한 이용규(KIA)를 1루에 두고 이승엽(요미우리)이 상대 선발 노르베르토 곤살레스의 4구째를 밀어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결승 선제 투런포를 작렬, 기선을 제압했다. 전날 일본전 8회말 마지막 타석에 이은 두 타석 연속 홈런.


쿠바의 반격은 곧바로 이어졌다. 1회말 2사후 미첼 엔리케스가 한국 선발 류현진(한화)으로부터 좌중간 솔로 홈런을 뽑아내 1점을 만회한 것.


이후 경기는 양팀 선발의 호투 속에 6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으로 흘렀다. 한국은 6회까지 상대 실책 1개와 볼넷 2개를 얻는데 그쳤을 뿐 무안타로 방망이가 침묵했고 쿠바 역시 5회 알프레도 데스파이그네의 2루타로 안타 한 개를 터뜨리는데 그쳤다.


한국이 1점 차 살얼음 리드를 깬 것은 7회초. 2사후 박진만(삼성)의 안타와 이종욱(두산)의 볼넷으로 만든 1-2루 찬스에서 이용규가 우익선상 적시 2루타로 박진만을 홈으로 불러들였다. 스코어 3-1.


쿠바 역시 만만치 않았다. 쿠바는 곧이은 7회말 공격에서 알렉세이 벨의 좌중간 솔로포로 다시 1점 차로 따라붙었다.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는 9회말. 금메달을 눈 앞에 뒀던 한국은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호투하던 류현진이 1안타 2볼넷을 허용하며 1사 만루라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고 주심 카를로스 레이 코토(푸에르토리코)의 애매한 볼판정에 항의하던 포수 강민호가 퇴장 명령을 받은 것.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김경문 감독은 정대현(SK)으로 투수를 교체했고 허벅지 부상중이던 진갑용에 포수 마스크를 맡겼다. 타석엔 쿠바의 간판 타자 율리에스키 구리엘이 들어섰다.


안타 하나면 역전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 정대현은 그러나 구리엘을 3구째만에 유격수-2루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돌려세우며 환호했다. 한국의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한국 선발 류현진은 8⅓이닝 5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 승리 투수가 되며 한국의 금메달을 맨 앞에서 이끌었다. 지난 15일 캐나다전 완봉승에 이은 2승째.


타선에선 이승엽이 또 한 건을 해줬다. 예선에서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던 이승엽은 전날 일본과의 준결승에 이어 이날 결승전에서도 결승 투런포를 터뜨리며 큰 경기에 강한 면모를 다시 한번 과시했다.


한편 앞서 열린 3-4위 결정전에서는 미국이 일본을 8-4로 꺾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역대 최강 멤버로 올림픽에 나선 일본은 노메달의 수모를 당했다.


 

 

 

 

 

 

 

 

 

 

 "선수되고 처음 울어" "심장 멎는 줄 알아"

 

한국 야구가 올림픽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기대하던 사람들이 얼마나 됐을까.

23일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 3대2로 쿠바를 꺾고 금메달을 딴 대표팀은 “믿기 힘들다. 너무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김경문 감독과 선수들의 우승 소감.

 

김경문 감독

“어리벙벙하다. 대통령께서 전화를 했는데 정신이 없어서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소리만 계속 했다. 솔직히 금메달은 생각 못했다. 4강에 들어서 메달을 따서 고생한 선수들이 보람을 느꼈으면 하는 게 처음 목표였다. 금메달의 원동력은 팀워크였다. 특히 고참들이 좋은 버팀목이 돼 줘서 좋은 경기 할 수 있었다. 정말 너무 기쁘다.”


“9회말엔 류현진이 경기를 끝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윤석민이나 오승환이 몸 상태가 안 좋았고, 류현진 공이 괜찮길래 계속 올렸다. 만루되고 나서 이거 병살타 아니면 지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정대현이 정말 잘 해줬다.”


“어젯밤에 벌거벗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터뷰하는 꿈을 꿨다. 중요한 곳은 가렸다.(웃음) 오늘 사람들한테 물어보니 나쁜 꿈 같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렇게 훌륭한 결과를 맺게 돼 기쁘다.”


이승엽(1회 결승 2점 홈런)

“믿기지 않는다. 우리 선수들 너무 잘했다. 오늘 정말 훌륭한 경기였다. 후배들이 부담감 잘 이겨낸 것을 칭찬하고 싶다. 항상 TV에서 남들 금메달 따는 장면만 봤는데 내가 금메달을 딴 게 믿기지 않는다. 내가 예선 때부터 잘 했으면 더 편하게 할 수 있었을 것 같다."


"식구들이 보고 싶다. 특히 아내에게 고맙다. 내가 일본에서 2군에 있어 새벽에 운동하러 나갈 때 아무 말 없이 뒷바라지 잘 해줬다. 이제 내가 보답할 차례다. 그리고 아버지와, 하늘에 계신 어머니께 이렇게 좋은 몸과 마음을 갖게 낳아주셔서 고맙다고 하고 싶다.”


류현진

“우리가 이겼다. 게임을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좋지 못한 상황을 만들고 내려와 좀 속이 상했다. 더그아웃에 들어가 라커룸에 있었다. 그런데 딱 소리에 땅볼이구나 생각하고 뛰쳐나왔다. 커브를 잘 섞어서 던지다가 홈런 맞은 다음부터 바깥쪽 직구 위주로 승부했다.”


이용규

“지금 기분은 솔직히 모르겠다. 내가,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 정말 최고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때 첫 기회였는데 놓쳤다. 그 때의 실패를 거울삼아 선수들이 똘똘 뭉친 게 금메달로 이어졌다. 예선 첫 경기 때 미국을 이겨서 술술 잘 풀려나간 것 같다. 원래 안 우는데 어제 일본 이긴 다음 야구선수 되고 나서 처음 울었다.”


봉중근

“금메달을 만져보는데 실감이 안 난다. 우리가 동메달도 아닌 금메달을 땄다. 물병에 야구장 흙을 담았다. 이건 평생 간직할 것이다. 마운드가 단단해서 잘 안파지더라.”


강민호(9회말 퇴장)

“경기 초반엔 스트라이크로 잡아주던 공을 계속 볼이라고 했다. 우리가 올림픽 금메달을 딸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심판 장난 때문에 일이 어그러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장 당하기 전 볼넷이 나왔을 때 어이가 없어서 글러브에 공을 꽉 쥐고 있었다. 심판이 빼내려고 하는데 계속 공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공이 낮았냐고 물어보려고 ‘low ball?’이라고 말하니 바로 퇴장시키더라. 너무 화가 나서, 내가 원래 꽤 순한 편인데 마스크랑 글러브 집어 던졌다. 나 때문에 질 것 같지는 않았다. 그 퇴장으로 남은 선수들이 더 뭉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진갑용(주장)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이렇게 기쁜데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느냐.”


송승준

“너무 기쁘다. 인생에서 이보다 더 행복했던 순간은 없는 것 같다.”


박진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올림픽에서 한국이 금메달을 땄다.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


한기주

“오늘 경기 보면서 선수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생각했다. 감동도 받았다.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는데 선배 형들이 괜찮다며 격려해 줘 힘이 됐다. 국제대회에서 이렇게 힘들게 야구한 적이 없는 것 같다. 내 공에 자신이 있었고, 컨디션도 좋았는데 마운드에서 더 집중했어야 한 것 같다.”


고영민

“마지막 수비에서 병살타를 만드는 데 숨이 멈추는 것 같았다. 긴장 됐었고, 아웃이 되는 순간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 솔직히 9회 상황에서 연장 가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대현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을 보고 감이 좋았다. 이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너무 울어 오늘은 눈물이 안난다.”


이종욱

“말할 수 없이 기쁘다. 나 때문에 지는 줄 알았다. 7회 이용규 2루타 때 아웃카운트를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2아웃이었으니 무조건 홈에 들어올 수 있었는데. 그래서 머뭇거리다가 3루까지 밖에 못 갔다. 오늘 이겨서 말할 수 없이 기쁘다. 오늘 경기 본 유소년 선수들이 앞으러 더 많이 야구를 했으면 좋겠다. “


김민재

“말도 안되게 좋다. 진갑용이 부상도 있는데 제일 많이 고생했다. 어제 일본전이 제일 힘들었다. WBC 때 우리가 4강 가고 나서 해이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어젯밤 선수들을 잠깐 모이라고 했다. 긴장 늦추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했다.”


김광현

“한국 야구가 첫 금메달을 땄다. 올림픽 마지막 금메달이 될지도 모른다. 너무 행복하다.”


김동주

“야구하면서 제일 기분 좋은 순간 같다. 금메달을 따오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이 지켜 더 기쁘다. 베이징 오기 전에 아내가 아파서 입원을 했다. 대표팀 빠져야 되나 생각했는데 아내가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라고 했다. 그래서 금메달 따서 오겠다고 약속했다.”


정대현

“마지막 타자에게 슬라이더만 3개 던졌다. 2구째가 완전 실투였는데 안 치길래 잡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3구째는 삼진 잡으려고 던진 건데 병살타가 됐다. 올림픽 금메달 경기를 내 손으로 끝내 너무 기쁘고 자랑스럽다. 박진만 형이 공을 잡는 순간부터 시간이 뚝뚝 끊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