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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오픈 우승` 신지애의 눈물의 가족사

풍월 사선암 2008. 8. 5. 14:05

`브리티시오픈 우승` 신지애의 눈물의 가족사

하늘나라 엄마께 '눈물의 우승컵'

  

 

하늘나라 엄마께 '눈물의 우승컵'

 

2006년 경주 마우나오션골프장에서 열린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하나은행-코오롱챔피언십에서 박세리는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인터뷰 도중 신지애 얘기가 나오자 계속 웃었다. "오늘 지애를 처음 봤는데, 너무 씩씩하고, 애교도 많고, 보자마자 '언니, 언니'하면서 안기더라고요."(박세리)


신지애는 옆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드는 해맑은 미소를 지녔다. 하지만 풍족한 삶에서 여유가 만들어진 건 아니다. '스무살 꽃띠 처녀'의 웃음 뒤엔 곱씹어 울음을 삼킨 아픔이 있었다.


2008 브리티시여자오픈 마지막 4라운드를 앞두고 신지애는 "우승하게 되면 그 영광을 돌아가신 어머님께 돌릴 것"이라고 말했다. 항상 웃는 신지애지만 '어ㆍ머ㆍ니'라는 얘기만 나오면 가끔 하늘만 쳐다본다. 브리티시오픈 최연소 우승자를 집중 취재한 외국 언론들도 그녀와 어머니의 애절한 스토리를 전했다.


신지애는 초등학교 5학년 때 골프를 시작했다. 박세리의 세계제패로 골프바람이 불 때였다. 운동신경이 있는 딸에게 아버지가 골프를 하라고 권유한 것이다. 시골교회 목사인 아버지 신재섭씨(48)와 어머니 나송숙씨, 그리고 두 동생.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은 행복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2003년 11월 교통사고로 삶을 달리하고 두 동생마저 큰 부상을 했다. 신지애는 동생들의 병수발과 운동을 병행했다.


신지애도 1998년 박세리의 US여자오픈 우승을 지켜보면서 골퍼로서의 꿈을 키운 '박세리 키즈'의 일원이다. 하지만 넉넉한 가정형편이었던 또래 선수들의 개인레슨과 꾸준한 대회참가, 해외전지훈련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보통 주니어 골퍼 밑으로 연간 최하 5000만원이 들어간다. 웬만한 중산층도 혀를 내두를 금액이다.


신지애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며 이미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컵을 수집했고 함평골프고에 입학해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꾸준하게 실력을 갈고 닦을 수 있었다. 해외 유명 코치에게 스윙을 배울 기회는 없었지만 하나를 알려주면 열을 깨우치는 영특함과 꾸준함이 있었다. 또 월세 단칸방에 온 식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지만 딸의 꿈을 위해 먹거리를 줄이면서까지 투자한 따뜻한 부정(父情)이 있기에 오늘날의 신지애가 탄생했다. 하체단련을 위해 아파트 계단을 수차례 오르락내리락했던 일화는 후배들 사이에는 전설로 남아있다.


신지애가 국가대표로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출전을 을 눈앞에 두고 프로를 선언했던 가장 큰 이유도 경제적인 문제였다. 동갑내기들이 미국 무대에서 승전보를 전할 때도 내심 속앓이를 했지만 안정적인 수입을 내팽개치고 무턱대고 도전장을 내밀 순 없었다.


2006년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3승에 다승왕, 상금왕, 대상 등 5관을 차지하고 2007년 KLPGA 9승의 신화를 쓴 신지애. 올해는 일본 무대 첫 승에 이어 LPGA까지 점령했다. 한국, 미국, 유럽, 일본 등 세계 4대 여자골프 투어 카드를 모두 따낸 진기록도 세웠다. 이제 행복한 고민만 남았다.

[2008,8,4 스포츠조선 /박재호 기자]


세계가 놀란 '파이널 퀸' 신지애 골프의 힘

 

강한 정신력·승부욕·성실함… 브리티시오픈도 역전우승

'국내 지존' 신지애는 브리티시오픈 최연소 우승, 한국인으로선 여섯 번째 미LPGA 메이저대회 우승자로 이름을 올리면서 우승상금 31만4464달러(약 3억2000만원)와 함께 내년 미LPGA 무대 풀시드 출전권까지 따냈다. 한 시즌 중 한·미·일 투어에서 모두 우승한 유일한 선수가 됐다. 신지애 골프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강한 정신력, 타고난 승부욕

신지애는 브리티시 우승 후 "하늘나라에 계신 어머니에게 우승컵을 바친다"고 했다. 신지애는 중 3때인 2003년 11월 교통사고로 어머니(43세)를 잃었다. 두 동생은 크게 다쳤다. 시골의 작은 교회에서 목회자로 일하는 아버지는 병원비 때문에 집을 팔아야 했다. 신지애는 병실 간이침대에서 먹고 자며 1년여 동안 동생들을 돌봤다. 신지애는 "어려움을 겪으니 골프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한 정신력은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서 나왔다. 신지애는 '파이널 퀸(final queen)'이라고 불린다. 국내 투어 16차례 우승 중 9개 대회에서 최종 라운드 역전드라마를 썼다. 2007년 4월 엠씨스퀘어컵 크라운CC 여자오픈에선 7타차를 뒤집기도 했다. 올해 2차례 해외투어 우승(브리티시오픈, 일본 PRGR레이디스컵) 역시 역전극이었다.


신지애와 같이 경기를 한 어떤 선수는 "심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신지애의 기술적인 부분을 도와주고 있는 전현지 프로는 "보통 선수들은 경기를 할 때 애써 스코어보드를 보지 않는데 신지애는 오히려 남의 경기를 의식한다. 라운드를 거치면서 코스에 익숙하게 된 다음, 자기보다 앞선 선수들을 극복하려고 하는 게 역전 우승의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완벽한 기술은 훈련으로부터

신지애의 기술은 흠잡을 데가 없다. 탄탄한 하체에서 나오는 드라이버는 평균 260야드 정도. 잘 맞으면 280~290야드까지 나간다. 아이언도 정교하다. 국내 무대에서 그린 적중률이 80%를 넘어 제일 좋았다. 한때 가장 큰 약점으로 지적됐던 퍼팅 역시 최고 수준으로 향상됐다. 신지애는 이번 브리티시오픈에서 짧은 거리에서도 홀 뒤쪽 벽면을 때리는 과감한 퍼팅을 수차례 선보였다. 방향성에 대한 강한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퍼팅이었다.


신지애의 기술은 성실함에서 나온다. 신지애는 어렸을 때부터 남자골퍼들의 연습 방식을 따랐다. 남들처럼 풍족한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며 하체를 단련했다. 손목 힘과 허리 탄력을 기르기 위해 타이어를 때리는 연습도 하면서 훈련 도구인 야구 방망이를 5~6개 부러뜨리기도 했다. 볼을 때리는 정확성과 임팩트 능력을 키우기 위해 아이언으로 맨땅 흙을 파내는 연습도 했다.


신지애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일본 대신 미국에 직접 진출하기로 했다. 정확한 시기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 전현지 프로는 "신지애가 원래 빠른 그린을 좋아해 미국 그린 적응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그린 근처에서의 숏 게임 능력을 더 길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2008,8,5 /강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