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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지방에서 우리 가족 밥상 지키기

풍월 사선암 2008. 7. 14. 22:43

트랜스지방에서 우리 가족 밥상 지키기

 

미국 뉴욕시가 트랜스지방 추방 법안을 내놓았다. 맥도날드나 켄터키프라이드치킨 같은 대표적인 패스트푸드점과 음식점에서 트랜스지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 2008년 7월부터는 뉴욕시의 모든 식품에 트랜스지방을 쓰지 못한다. 그러자 최근, 우리나라 식품 업체들도 내년 말부터 트랜스지방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대체 트랜스지방이 얼마나 나쁘기에? 트랜스지방의 정의, 유해성 그리고 트랜스지방이 많은 식품 등과 우리나라에서의 트랜스지방 대비책을 알아봤다.


트랜스지방. 결론부터 말하자면 트랜스지방은 사람이 필요에 의해 만든, 인위적인 지방이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자연(?) 상태의 지방은 포화지방산인 동물성 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인 식물성 지방산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트랜스지방은 포화지방산, 불포화지방산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지방이다. 사람으로 치면 돌연변이인 셈이다.

 

트랜스지방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인 식물성 유지에 수소를 넣어 반고체 상태로 굳히는 과정에서 생긴다. 자연 상태의 유지가 경화 과정(수소 첨가)을 거치면 수소의 결합 상태가 변하게 된다. 이중 일부가 거울을 보고 있는 것처럼 수소의 결합이 서로 반대 방향에 위치하게 되는데 이를 트랜스지방이라 일컫는다.

 

트랜스지방이 세상에 첫 발을 내딛은 건 1900년대 초. 운반이 편리하고 유통 기한을 늘릴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활용돼 왔다. 과자는 더 바삭거리고 고소하게, 케이크는 더 촉촉하게 한다는 부가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러브 콜은 계속됐다. 

 

트랜스지방, 왜 나쁜데? 

그러나 1990년대 중반 이후 트랜스지방이 몸에 해롭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런 지적은 역학조사 등 여러 연구를 거치면서 단순한 의심이 아니라 현실로 드러나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트랜스지방의 가장 큰 문제는 동맥경화증, 뇌졸중 등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세란병원 내과 송호진 과장의 이야기다.

 

“콜레스테롤에는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있다. 트랜스지방은 체내에 들어가면 해독 작용을 하지 못하도록 간에서 LDL을 가지고 나와 혈관에 축척시키고 HDL을 간으로 가져가는 현상을 일으킨다. 결국 체내 LDL 수치를 올리고 HDL은 낮추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포천중문의대 분당 차병원 내분비내과 조용욱 교수의 역시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한때 트랜스지방이 포화지방산의 대체재처럼 여겨져 마음 놓고 먹기도 했다. 그러나 트랜스지방은 결코 포화지방산보다 위험도가 낮지 않다. 포화지방산이 몸에 해롭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 동맥경화증 환자 등 심혈관계 질환이 있다면 트랜스지방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트랜스지방에 특히 취약한 연령층은 성장기 아이들이다.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있는 음식인 햄버거·감자튀김·케이크·과자 등은 아무래도 성인보다 어린이들이 좋아하고 더 자주 즐겨 먹기 때문. 조용욱 교수는 “트랜스지방은 면역력 저하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 아직 정확한 연구 데이터가 나온 건 아니지만 최근 의료계에선 트랜스지방과 면역력 저하의 연관성에 대한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는 것.

 

송호진 과장은 암 발병과 트랜스지방의 연관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트랜스지방 섭취량이 많아지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이는 곧 대장암, 간암, 유방암 등 각종 암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 트랜스지방은 또 당뇨병, 알레르기성 질환에도 영향을 미치는 걸로 추정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WHO)는 트랜스지방 하루 섭취량이 전체 섭취 열량의 1퍼센트를 넘지 않도록 권고했다. 이는 하루 2천kcal를 섭취한다고 가정하면 2.2그램 이상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트랜스지방이 가장 많이 들어간 제품은 ‘마가린’ 

패스트푸드, 인스턴트식품 등 각종 정크 푸드의 트랜스지방 함량이 높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렇다면 트랜스지방이 많이 들어간 식품은 또 어떤 게 있을까?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은 2004~2005년까지 국내 유통되는 가공 식품의 트랜스지방 함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트랜스지방 함량이 가장 높은 것은 마가린과 쇼트닝(평균 100g당 14.4g). 한 회사의 마가린은 40.7그램(100g당)이나 됐다. 뒤를 이은 식품은 전자레인지용 팝콘(11.0g), 도넛(4.7g), 튀김용 냉동감자(3.5g), 초콜릿 가공품(3.2g), 비스킷(2.8g), 케이크 (2.5g) 등. 햄버거(0.4), 피자(0.4), 프라이드치킨(0.9)의 트랜스지방 함량은 의외로 낮은 편이었다. 마요네즈와 커피 프림에서는 전혀 트랜스지방이 검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도 트랜스지방 내년 말까지 퇴출 

식약청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트랜스지방 섭취량을 전체 칼로리의 0.7퍼센트 이하(마가린·쇼트닝 등 가공유지의 생산·수입 등을 고려한 추정치)로 추정했다. 미국·캐나다·영국 등에 비하면 낮은 수준. 그러나 이 역시 안심할 수는 없다. 환경정의 박명숙 국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덴마크는 이미 2004년부터 가공식품 중 트랜스지방이 2퍼센트 이상 포함된 건 아예 팔지 못하게 했다. 캐나다도 2005년부터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트랜스지방이 우리 건강을 위협하는 건 식품 속에 숨은 상태로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신경을 써서 먹는다 해도 소량 섭취한 것이 쌓이면 적정 수준 이상으로 먹게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2007년 12월부터 국내 가공식품에 트랜스지방 함유량을 표시하도록 하는 ‘식품 표시 기준 개정안’이 시행된다. 이에 따르면 트랜스지방은 물론 당류, 콜레스테롤 등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소비자들이 알 수 있다. 그러나 박명숙 국장은 가장 중요한 게 빠져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아이들이 즐겨 먹는 패스트푸드와 케이크·도넛 등 빵 제품 여기서 제외됐다는 것.

 

환경시민단체의 항의가 계속되자 식약청은 지난 12월 20일 식품외식업체 관계자들과 조찬간담회를 가지고 내년 말부터 트랜스지방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 피자헛, 신라명과, 오뚜기, 빙그레, 농심, 맥도널드, 버거킹 등 50여개의 업체들이 참가해 이르면 내년 말부터 트랜스지방을 유발하는 부분 경화유 대신 식물성 유지를 사용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 이에 식약청은 트랜스지방 감량 노력이 뛰어난 업체에게 ‘우수업체인증제도’를 도입, 일정 부분 인센티브 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식약청은 또 2008년부터 패스트푸드 업체의 언론매체 광고를 제한하고 칼로리, 트랜스지방, 당분 등 함량을 표시하도록 권고할 계획이다. 더불어 트랜스지방 함량을 정기적으로 조사해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린 푸드 존(어린이 식품안전 보호구역)’도 설치, 어린이 먹거리 안전에 보다 신경 쓰기로 했다.

 

무 트랜스지방, 과연 어디까지가 ‘0’인가? 

그러나 트랜스지방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이걸론 부족하다고 박 국장은 주장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미국에선 트랜스지방 함량이 0.5그램 미만이면 무 트랜스지방이라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서 우리는 또 다시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만약 아이가 0.3그램이 들어있지만 무 트랜스지방에 속하는 가공 식품을 세 개 먹었다고 치자. 그럼 그 아이는 결국 트랜스지방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0.9그램이나 먹게 된다. 과연 어디까지를 무 트랜스지방이라 할 것인지도 심도 있게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

 

트랜스지방 퇴출 대비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무시할 수 없다. 트랜스지방의 유해성에 우려를 표명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 ‘반짝’ 정책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것. 한국식품공업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의 무 트랜스지방을 위한 노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돼 왔다. 이미 트랜스지방을 줄이는 저감 장치를 개발하고 있거나 완성한 업체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롯데삼강은 1천300억 원을 들여 트랜스지방 저감 유지 생산 공장을 지었으며 CJ는 지난 11월 트랜스지방 함량을 1퍼센트대로 낮추는 기술을 상용화했다. 해태제과 역시 제품 당 평균 트랜스지방 함량을 0.7그램으로 줄였단다. 다국적 패스트푸드 업체의 대표격인 맥도날드는 트랜스지방 함량을 2퍼센트로 낮출 수 있도록 전략을 구상중이고 KFC는 전 세계 지점에서 콩기름을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라이드치킨 업체도 최근 몇 년 새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쪽으로 바뀌어 왔다.

 

가정에서도 주의할 게 있다. 튀기거나 굽는 요리 대신 삶거나 찌는 방식으로 조리법을 바꾸는 게 가장 좋다. 튀김을 먹을 때도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조리해 다시 튀기거나 데워먹는 일은 피한다. 이 과정에서 트랜스지방 함량이 높아지기 때문. 아이들의 식성도 정크푸드에서 자연식 식단으로 서서히 바꿔가는 노력을 해나가야 한다. 

 

가공 식품 트랜스지방 함량 

유지류 식용유지 1.0 / 쇼트닝·마가린 14.4 / 과자류 비스킷류 2.8 / 초콜릿 가공품 3.2 / 스낵류 1.2 / 전제렌지용 팝콘 11.0 / 팝콘 0.1 / 제빵류 빵류 0.6 / 케이크류 2.5 / 도넛 4.7 / 패스트푸드류 햄버거 0.4 / 피자 0.4 / 프라이드치킨 0.9 / 감자튀김 2.9 / 튀김용 냉동감자 3.5 / 튀김류 0.3 / 기타 마요네즈 불검출 / 커피 프림 불검출 / 인스턴트 스프 (분말)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