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고치려다 - 이명수(1945~ )
널다리 건너 개심사(開心寺)에 갔습니다
산속으로 난 찻길 버리고
세심동(洗心洞) 개심사(開心寺) 입구에서부터
돌계단 108개쯤 밟고 갔습니다
세심(洗心), 개심(開心) 하는 일이
어디 쉬운 노릇입니까
외나무 널다리 건너는 일만큼만
된다면야
밤새 건너고 또 건너겠지만
나이 들면 마음에도
겹겹의 기름때가 들어차
뜻대로 씻어낼 수 없으니
씻을 마음, 고칠 마음 그냥
챙겨 안고 돌아가는 하산길
골 너머 마애삼존불
왜, 날보고 웃음 흘리십니까
송대의 소옹(邵雍)이 지은 안분음(安分吟)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면 몸에 욕됨이 없을 것이요, 세상 돌아가는 형편을 잘 알면 마음이 스스로 한가하니, 비록 세상에 살지라도 인간 세상을 벗어난 것과 같다. 크리슈나무르티가 말한다. 인간은 그 무엇에도 속박되지 않는 영원한 진실 그 자체다. 그러므로 인간은 모든 것으로부터 해방되도록 자신의 내면을 다스려 무구(無垢)해야 한다. 무구는 신체와 정신으로 구성되는 전체를 가리키는 것으로 그것은 명상을 통해 이루어진다.
개심(開心).
편안한 마음으로 분수를 지키고 구애(拘碍)됨이 없이 마음을 열라는 것.
소유와 집착을 벗고 존재 그 자체에 있으라는 것.
빈 마음으로 울림을 받아들이라는 것.
겹겹의 때를 씻고 꽃처럼 피어 물처럼 흐르라는 것.
그런데······,
배롱나무 너머에서 빙긋이만 웃고 계시는 마애삼존불이시여!
왜 웃으십니까?
<박주택·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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