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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표 PB가 뽑은 '명품펀드'

풍월 사선암 2008. 7. 5. 15:31

한국 대표 PB가 뽑은 '명품펀드' 

자원 많은 브릭스 선호…대형주·원자재 펀드 유망

 

‘시계 제로’다.


꼬인 정국 얘기만이 아니다. 재테크 방향도 오리무중이고, 펀드 선택도 쉽지 않다. 국내 펀드를 고르자니 어려운 경제 상황을 치고 나갈 종목이 안 보인다. 유가 상승에 몸살을 앓는 기업도 허다하다. 국외 펀드도 선뜻 들어가기 불안하다. 상하이 주가가 반 토막 났다는, 또 브라질 증시 상승세가 꺾였다는 뉴스에 마음이 불안하다.


그렇다고 여윳돈을 마냥 묶어둘 수만도 없다. 혼란에서 벗어나는 기본은 귀를 쫑긋 세우는 것. 시장을 냉철하게 보는 전문가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엿들어보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매경이코노미는 창간 29주년을 맞아 펀드의 고수, 프라이빗뱅커(PB·Private Banker) 29인의 의견을 물었다. 어느 지역이 유망한지 또 어떤 산업이 매력적인지 따져, 믿고 맡길 만한 펀드를 골라달라고 했다.


설문대상은 지난해 매경이코노미가 선정한 한국의 대표 PB 50인. 이 가운데 회사를 옮기거나 업무를 전환한 PB를 제외하고 29명을 선정해 결과를 정리했다. 혼란에 빠진 펀드시장에 나침반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설문결과 뜯어보니뜯어보니

국내 대표 PB 29인이 가장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투자 지역은 중국, 러시아, 브라질, 인도를 일컫는 브릭스(BRICs)였다. 중남미에 투자해볼 만하다는 의견이 늘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중국의 인기는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여전히 탄탄하게 포트폴리오의 한 축을 이뤘다.


PB들에게 어느 지역에 투자하는 게 유망하겠느냐고 먼저 물었다. 복수응답 결과, 한국 주식형이 22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시장 주가는 연초 대비 5% 이상 빠졌다. 그래도 한국을 빼놓고는 펀드투자를 생각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주식시장은 비교적 선방했다. 캐나다, 브라질 등 자원국가를 제외하면 아시아에서는 대만을 제외하곤 하락 폭이 가장 작다.


한국 주식형 펀드는 덩치가 크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얻었다. 박인섭 교보생명 교보재무설계센터 웰스매니저는 “주가 움직임이 불안할수록 펀드 규모가 커야 리스크 헤지가 가능하다”며 “유동성 자산규모가 크고 운용 기간이 긴 회사 대표펀드가 안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22표라면 큰 지지를 받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브릭스와 중남미 지역은 똑같이 13표를 받았고 중국이라는 단일국가에 7표가 몰렸다. 결론적으로 신흥시장이 유망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 셈이다.


한편 동유럽과 중동아프리카도 7표와 6표라는 적지 않은 표를 얻었다는 게 이번 설문조사의 특징이다. 투자할 만한 신흥국가 폭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지정진 금호생명 강남금융센터 팀장은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신흥시장의 증시가 단기적으로 조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며 “신흥유럽, 라틴아메리카 등 다양하게 분산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망 섹터를 물어봤다. 가장 표를 많이 얻은 분야는 IT다. 이는 다분히 국내 주식형 펀드를 염두에 둔 추천이다. 최근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이 호조세를 보였다. 그 중추역할을 IT 기업이 해왔다. 세계 IT업계 주도권을 국내 기업들이 쥐면서 삼성전자 등 IT주가 계속 선전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PB들의 견해다.


금융(15표), 원자재(14표), 에너지(14표) 펀드도 인기를 끌었다. 이유가 다 있다. 금융시장은 미국을 겨냥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고생하면서 금융주 낙폭이 꽤 컸다. 이젠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다. 조재영 삼성생명 CFP 과장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주식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며 “재평가가 일어날 경우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김동균 신한은행 파이낸스센터 팀장도 같은 의견을 냈다.


원자재는 지난해부터 가격이 폭등했다. 유가는 130달러를 넘어섰다. 철 등 금속류는 물론 식량 가격도 무척 올랐다. PB들은 앞으로도 원자재가는 상승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때문에 지금이라도 원자재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 관련 펀드 인기


매경이코노미는 구체적으로 국내와 국외, 섹터, 기타 상품으로 나눠 추천 펀드를 물었다. 다양한 답이 쏟아졌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얘기를 들을 만한 결과가 나왔다. 모두 25종이 추천된 국내 펀드 분야에서 미래에셋디스커버리의 인기를 다시 확인했다. 13표로 지난 2월 조사에 이어 1위를 지켰다. 안범찬 굿모닝신한증권 강남PB팀장은 “미래에셋에서 공격적으로 운용해 수익률이 시장평균보다 높다”며 “최근 수익률이 떨어졌다지만 시장이 회복할 때는 더 회복세가 빠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태정 대우증권 포항지점 차장은 “미래에셋의 대표펀드로 시장지배력이 뛰어나고 6개월 성과와 장기성과가 좋다”고 평가했다.


국외 펀드는 국내 펀드보다도 많은 31가지 펀드가 추천됐다. 그만큼 고르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펀드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인기 펀드가 계속 상위권을 달렸다.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국외 펀드는 슈로더브릭스. 역시 지난 2월 조사와 같이 선두를 지켰다. 다만 지난해 60%에 가까운 표를 얻었던 점에 비하면 올해 지지도는 좀 떨어졌다.


이길수 하나대투증권 대치금융센터 자산관리사는 “슈로더브릭스 펀드는 성장성이 좋은 나라에 적절하게 분산투자됐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고 밝혔다.


봉쥬르차이나가 6표로 2위를 기록해 중국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줬다. 지난 평가 3위에서 한 단계 올라섰다. 안범찬 팀장은 “홍콩 시장에 투자하는 펀드로 과거 3년으로 따져봤을 때 평균 주가수익배율(PER)보다 저평가됐다”며 “중국의 장기성장성을 고려하면 지금이 투자할 때”라고 말했다. ‘미차솔’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펀드도 대표적인 중국펀드로 여전히 PB들의 노트에 적혀 있었다. 양종석 미래에셋생명 금융프라자 본점 영업부 지점장은 “미국의 신용경색이 풀리면 중국 성장성이 다시 부각되지 않겠느냐”며 “중국 본토와 홍콩H주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한 번 더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대영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수석PB는 “중국 정부가 경기과열 방지에서 급랭 방지로 정책을 바꿀 가능성이 높아 다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LS 추천 잇따라

 

섹터펀드 역시 33가지나 추천이 쏟아졌다. 특징은 원자재 펀드가 다수라는 점이다.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 펀드는 7표로 단연 최고의 섹터펀드로 꼽혔다. 미래에셋맵스로저스농산물인덱스, 미래에셋이머징천연자원, 슈로더이머징마켓커머더티 등 원자재 펀드가 많았다. 전태구 우리은행 강남센터 차장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자원이 공급부족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CS글로벌천연자원을 추천했다.


금융 펀드 가운데는 한국월드와이드월스트리트투자은행과 유리글로벌거래소 펀드가 인기를 얻었다. 신재범 우리투자증권 강남대로지점 PB팀장은 “전 세계에서 아시아 지역의 산업화, 도시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소비시장 잠재력도 크다”며 미래에셋아시아퍼시픽컨슈머주식형을 추천했다.


주식형 펀드의 기타 상품 추천 결과도 재미 있다. 가장 관심을 둔 펀드는 주가연계상품(ELS)이었다. 특히 코스피, 홍콩H주 ELS는 독보적이라고 할 만했다. 9명이 추천했다. 코스피지수와 홍콩H주를 기초자산으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이 밖에 동부델타 펀드도 인기를 끌었다. ELS와 주가연계펀드(ELF)는 수익에 대해 100% 과세된다. 하지만 이 펀드는 주식형 펀드처럼 주식을 통해 얻는 수익은 비과세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설문에 답해주신 PB들(29명)


강정구 삼성증권 Fn아너스 도곡지점 팀장 / 김대환 굿모닝신한증권 강북PB팀장 / 김동균 신한은행 파이낸스센터 팀장 / 김상철 미래에셋증권 일산지점장 / 김정화 신한은행 일산센터 팀장 / 김태정 대우증권 포항지점 차장 / 김형철 국민은행 청담PB센터 PB팀장 / 목하균 우리투자증권 동수원WMC PB팀장 / 문국창 하나대투증권 WM부 부장 / 박경일 미래에셋증권 평촌지점 차장 / 박광수 PCA생명 노블지점 FC / 박병향 기업은행 평촌지점 PB부지점장 / 박옥심 현대증권 영업부 차장 / 박인섭 교보생명 교보재무설계센터 웰스매니저 / 서재연 HSBC은행 압구정지점 이사 / 신재범 우리투자증권 강남대로지점 PB팀장 / 심기천 외환은행 압구정지점 팀장 / 안범찬 굿모닝신한증권 강남PB팀장 / 양종석 미래에셋생명 금융프라자 본점 영업부 지점장 / 이길수 하나대투증권 대치금융센터 자산관리사 / 이남신 농협중앙회 로얄로드 강남PB센터 팀장 / 이명희 한화증권 서초G-Five지점장 / 이지혜 씨티은행 압구정지점 팀장 / 임주혁 한화증권 갤러리아 PB점 차장 / 전태구 우리은행 강남센터 차장 / 정대영 한국투자증권 압구정PB센터 수석PB / 조재영 삼성생명 CFP 과장 / 지정진 금호생명 강남금융센터 팀장 / 한경준 한국투자증권 여의도PB센터 차장 (가나다 순)

 

매일경제/2008.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