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애송시

혼자 걷는 길 / 정유찬

풍월 사선암 2008. 6. 23. 06:06

 

혼자 걷는 길 / 정유찬


그냥 가면 금방인 길을

느리게 돌아서 가며

이름 모를 나무와 풀과 꽃들에게

말을 걸었다.


편안하냐고,

살만하냐고,

또,

나보다 행복하냐고,


잎이 나고 지는 나무야

홀로 서서 외롭지는 않니?


밟혀도 또 자라나는 풀잎아

억울하진 않니?


피면 시드는 꽃들아

세월이 너무 짧아 속상하지는 않아?


그 자리에 있는 너희는

그래도 나름의 자태로 어울려

세상을 곱게 물들이는데


난 오늘

돌아가는 길을 따라

긴 그림자만 밟고 있어


세상과 멀게

혼자 걷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