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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사랑] 꿈을 판 보희와 꿈을산 문희

풍월 사선암 2008. 5. 2. 10:53

[꿈과 사랑] 꿈을 판 보희와 꿈을산 문희

 

제 29대 태종대왕(太宗大王)은 삼국통일의 위엄을 달성한 왕으로서 김춘추(金春秋)라는 이름으로 더욱 유명하다. 가간 용수(龍樹)의 아드님으로, 어머니 천명부인은 진평왕의 세 따님 중 한 분이었다.


태종이 즉위했을 때 한 백성이 머리는 하나인데 몸뚱이는 둘이고 다리는 여덟 개나 달린 돼지를 바쳤다. 점쟁이가 이것을 보고 말했다.


'천하를 통일할 상스러운 징조입니다.'


태종대왕의 부인은 바로 김유신의 우이동생 문희로, 두 사람의 결혼에는 김유신의 꾀가 크게 작용했다. 김유신의 누나 보희가 하루는 서약에 올라가 오줌을 누었더니 서울 장안에 오줌이 가득 차는 꿈을 꾸었다. 아침에 일어나 동생 문희에게 꿈 얘기를 했더니 문희는 대뜸 그 꿈을 팔라고 하였다. 보희는 우스웠지만 문희가 비단치마를 내겠다며 졸라대니 별 생각없이 꿈을 동생에게 팔았다.


그런 일이 있고서 열흘쯤 지난 정월 보름날이었다. 집에 놀로온 김춘추와 공차기를 하던 유신은 일부러 춘추의 옷을 밟아 옷고름을 떨어뜨렸다. 유신은 옷을 꿰매주겠다며 춘추를 데리고 안채로 들어갔다. 물론 이것은 자신의 누이들 중 하나를 춘추와 맺어주려는 속셈이었다.


유신이 누나에게 옷고름을 달아 달라고 하니 보희는, '어떻게 그런 하찮은 일로 처음 보는 귀공자 옆에 가겠는가?' 하고 거절하였다.


그러나 동생 문희는 선뜻 나서서 옷고름을 달아주었다. 춘추는 동생과 인연을 맺어주려는 유신의 속내를 알아채고 그날부터 거리낌없이 집으로 찾아와 문희를 만났다. 얼마후 유신은 문희가 춘추의 아이를 가졌음을 알게 되었다. 유신은 있는 대로 화를 내며 이웃이 들릴 만큼 큰 소리로 떠들어댔다.


'내가 부모님의 허락도 없이 임신을 하다니. 이 무슨 망측한 짓이냐? 집안을 욕되게 한 너 같은 계집은 태워 죽임이 마땅하다.'


소문은 순식간에 펴저 나가 서라벌에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하루는 선덕왕이 궁궐 밖으로 나와 남산으로 행차하였다. 유신은 미리 알고 일부러 그날을 잡아 문희를 화형하겠다며 마당에 장작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다. 여왕이 남산에 올라 이곳 저곳을 둘러보다가 이 연기를 보았다. 좌우의 신하들에게 무슨 연기나고 물었다. 신하들은 소문에 들은 대로 말했다.


'김유신이 그 누이동생을 태워 죽이려나 봅니다.'

여왕이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까닭을 물었다.

'그 누이동생이 시집도 가지 않고서 임신을 하였다고 합니다.'

'그래, 그것이 누구의 소행이라더냐?'

그때 앞에 있던 김춘추가 낯빛이 달라지며 고개를 돌렸다. 여왕은 눈치를 채고 힐책했다.

'바로 네 소행이로구나, 그런데 빨리 달려가 구하지 않고 어째서 여기 있단 말이냐?'

그제서야 춘추는 황급히 달려가 말렸다.


이 일이 있은 지 얼마 안되어 두 사람은 곧 혼례를 올렸다. 이래서 동생을 춘푸와 혼인시키려 한 김유신의 계획은 성공하였고, 문희는 언니에게서 꿈을 산 효험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