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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 걸렸을 땐 소주에 고춧가루가 최고다?

풍월 사선암 2008. 2. 23. 15:37

 감기 걸렸을 땐 소주에 고춧가루가 최고다?

 

봄이 성큼 다가오고 있는 요즘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곤 한다. 환절기면 한번쯤은 앓고 지내는 감기가 그것. 하지만 감기에 대해 정작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감기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짚어보고 올바른 치료법을 알아보자.


날씨가 추우면 감기에 걸린다?


추위가 감기를 불러일으키는 1차적 원인은 아니다. 오히려 감기는 겨울보다는 봄과 가을에 많다. 환절기에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감염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밤낮의 기온차가 큰 환절기에는 인체의 방어능력이 떨어져 감기 등의 호흡기 질환에 걸리기 쉽다. 아울러 난방을 심하게 해도 바깥 기온과 방안 공기의 기온차가 커져 체내 면역력이 쉽게 떨어진다.


다만 날씨가 추우면 감기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추위가 우리 몸의 방어벽을 약화시켜 바이러스를 침투하기 쉽게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기도에서는 이물질을 몸 밖으로 내보내는 섬모운동이 일어나는데 날씨가 춥고 건조한 겨울철에는 섬모운동이 위축돼 병균을 몸 밖으로 내보내지 못한다. 감기 예방을 위해서는 보온에 신경을 쓰는 것뿐 아니라, 몸이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도록 손 씻기에 힘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키스하면 감기가 옮나요?


감기는 술잔을 돌리거나 같이 음식을 먹을 때, 연인끼리 키스를 할 때 전파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감기환자의 타액에는 바이러스가 거의 검출되지 않는다. 오히려 감기환자의 콧물이 묻은 손을 눈이나 코에 갖다댈 때 전염되기 쉽다. 따라서 감기 걸린 사람은 콧물이 다른 사람이 만질 수 있는 곳에 묻지 않도록 잘 처리해야 하고 손을 잘 씻어야 한다.



감기약은 빈속에 먹어야 약발이 잘 듣는다?


모든 일에는 때가 중요하듯 약을 먹는 때 역시 잘 맞추어야 백배의 효력을 볼 수 있다. 약국에 갔을 때 약을 쥐어주며 약사가 하는 한마디가 꼭 있다. ‘식후 30분 후에 드세요’ 라는 말이다. 이는 감기약은 다른 약에 비해 위에 부담이 많이 가는 약이다. 때문에 공복에 먹게 되면 위에 무리가 가서 염증이나 속 쓰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음식이 소화되는 식후 30분이 적당하다.

만약 식후 30분을 지키려다 약 먹을 시간을 놓쳐버린다면 생각날 때 바로 먹어도 된다. 하지만 식사를 한지 오래 됐거나 배가 출출한 경우라면 간단한 간식을 먹은 후 먹는 것이 위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효과적이다.



감기 걸렸을 땐 소주에 고춧가루가 최고다?


흔히 ‘감기에는 소주에 고춧가루 풀어서 화끈하게 마시는 게 최고다’ 또는 ‘술 마시고 감기약을 먹고 한숨 푹 자면 개운해진다’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실제로 과음을 한 다음날 감기약을 먹은 뒤 정신을 잃고 쓰러져 목숨을 잃을 뻔한 사례가 많다.


이는 감기약에 들어있는 항히스타민 때문이다. 항히스타민제는 재채기와 콧물을 멎게 하는 효과도 있지만 뇌 중추신경계를 억제하는 기능도 가지고 있다. 술 역시 뇌중추 신경을 억제시키기 때문에, 술기운에 감기약을 먹으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되는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함께 뇌에 들어가면 상승작용을 일으켜 생명 중추까지 과도하게 억제하게 되어 돌연사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감기치료에 도움 주는 비타민C는 많이 먹을수록 좋다?


흔히 알려진 감기예방법 중 하나가 ‘비타민C가 많은 과일을 충분히 먹어주는 것’이다. 그간의 연구를 보면 하루 200mg이상의 비타민 C를 감기 걸리기 전부터 먹어왔을 때 감기의 증상과 기간을 줄일 수 있지만, 감기에 걸리고 나서 복용하는 비타민 C는 감기의 증상과 기간을 줄일 수 없다. 평소에 적당량의 비타민 C를 복용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무조건 많이만 먹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감기에 걸린 후에 비타민C 정제나 과립 등을 너무 많이 먹으면 설사나 요로결석 등의 부작용만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남용하지 말아야 한다.


도움말=이양덕 을지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