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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숭례문(崇禮門)이여

풍월 사선암 2008. 2. 17. 10:22

 

아! 숭례문(崇禮門)이여 -호미숙


아~ 숭례문이여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망연자실

검은 연기 바라보는 겨레의 침묵 앞에

이 나라의 발자취 한순간 사위였으니

뉘 탓이라 하오리까


아~ 숭례문이여

600년 역사 송두리째

화마 속으로 사그라질 때

천만의 서울 도심 한가운데

누구 하나 지켜주는 이 없었으니

이 부끄러움, 이 무관심을 어찌하오리까


아~ 숭례문이여

명색이 국보 1호, 자랑만 하였고

노숙자의 보금자리로 탈바꿈이라니

스러진 그대 앞에 무릎 꿇고

울부짖는 소리는 때늦은 외침

이 나라는 어디로 가야 하오리까


책임을 떠넘기기에 혈안 된 위정자들

민족혼마저 스스로 말살하는 작태

국화꽃 한 송이에 처절함을 바친다 한들

선조의 피맺힌 절규를 어찌하오리까


아! 숭례문(崇禮門)이여


-호미숙의 시집 속의 향기-

 

한국환상곡 Symphonic Fantasia 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