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우리음악

사 철 가 - 안숙선

풍월 사선암 2008. 1. 20. 08:59

 

사 철 가 - 안숙선 명창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쓸쓸허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허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줄 아는 봄을 반겨 헌들 쓸데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 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삭풍 요란해도

제 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 오면

낙목한천 찬 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가 되고보면 월백 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무정 세월은 덧없이 흘러가고

이내 청춘도 아차 한 번 늙어지면 다시 청춘은 어려워라.


어~어~ 어화 세상 벗님네들 이네 한 말 들어보소

인생이 모두가 백 년을 산다고 해도 병든 날과 잠든 날

걱정근심 다 제허면 단 사십도 못 살 인생,

아차 한 번 죽어지면 북망산천의 흙이로구나

사후에 만반진수는 불여 생전의 일배주 만도 못허느니라

세월아 세월아 세월아 가지 말어라 아까운 청춘들이 다 늙는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 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끝끝어리에다

대랑 매달아 놓고 국곡투식 허는 놈과

부모불효 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아서

한 잔 더 먹소 덜 먹게 허면서 거


- 용어설명 -

오날 : 오늘

녹음방초승화시(綠陰芳草勝花時) : 푸르게 우거진 나뭇잎과 향기롭고

꽃다운 풀이 꽃보다도 좋은 때. 여름

한로삭풍(寒露朔風) : 차가운 이슬과 차가운 북풍

황국(黃菊) : 노란 국화

낙목한천(落木寒天): 나뭇잎이 다 떨어진 추운 하늘.

월백설백천지백(月白雪白天地白) : 달빛도,눈빛도 온 세상도 모두 하얗다.

북망산천(北邙山川) : 무덤이 있는 곳. 죽어서 가는 곳. 본래 북망은 중국

낙양의 북쪽에 있는 구릉 지대를 가리키는 말인데, 황토로 되어 있으며,

한 나라, 수나라, 당나라의 역대 왕들의 무덤이 많았음.

만반진수 불여생전 일배주(滿盤珍羞 不如生前 一杯酒) : 죽은 뒤에 상에

가득한 좋은 음식이 죽기 전의 한 잔 술만 못함.

끝끄터리에다 : 맨 끄트머리에다

국곡투식(國穀偸食) : 나라의 곡식을 도둑질하여 먹음.

거들먹거리고 : 신이 나서 도도하게 함부로 행동하고

 


<사철가 / 안숙선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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