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우리음악

박녹주명창의 흥보가중 '제비노정기'

풍월 사선암 2008. 1. 6. 15:20

 

박녹주(朴綠珠) : 1905년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1979년 타계하실 때까지 치열한 예술적 삶을 살다 가신 여류 판소리계의 거장이다.

 

박기홍, 송만갑, 정정렬, 유성준, 김정문 등 당대의 쟁쟁한 명창들로부터 판소리를 사사했으며, 조선성악연구회 및 여성국악동호회등에서 창극의 주역을 맡아 활약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창극으로 인해 판소리 원형이 크게 훼손됨을 인식하고 판소리보존연구회를 설립하여 정통 판소리의 전승보급과 제자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1970년 흥보가의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는데, 박녹주의 흥보가는 동편제 계열로서, 통성으로 소리를 끌고나가 소리맺음이 분명함이 특징이며 고졸하고 깊은맛이 우러나는 소리색깔을 갖는다 하겠다. 더늠으로 꼽을 수 있는 대목은 제비노정기, 박타령, 비단타령 등과 단가 <백발가>에 특히 능하였다.

 

 

< (창) 박녹주, (북반주) 정권진 >

 

(아니리) 그러기에 너의 부모가 내 영을 어기고 나가더니 그런 변을 당하였다 너는 나갈적에 내가 출행날짜를 받아 줄테니 그날 나가거라 삼동을 다 지내고 춘삼월이 방장커날 보은표 박씨를 입에 물고 만리 조선을 나오는디 이렇게 나오겄다


(중중모리) 흑운 박차고 백운 무릅쓰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두루 사면을 살펴보니 서촉 지척이요 동해 창망 허구나 충융봉을 올라가니 주작이 넘논다 상익토 하익토 오작교 바라보니 오초동남 가는 배는 북을 둥둥 울리며 어기야 어야 저어가니 원포귀범이 이아니냐 수벽사명 양안태 불승청원 각비래라 날아오난 저 기러기 갈대를 입에 물고 일점 이점이 떨어지니 평사낙안이 이 아니냐 백구백로 짝을 지어 청파상에 왕래허니 석양천이 거있노라 회안봉을 넘어 황릉묘 들어가 이십오현 탄야월은 반죽가지 쉬어앉어 두견성을 화답허고 봉황대 올라가니 봉거대공에 강자류 황학루를 올라가니 황학일거 불부반 운천자 공요유라 금릉을 지내여 주사촌 들어가 공숙 창가 도리개라 낙매화를 툭쳐 무연의 펄렁 떨어지고 이수를 지내여 계명산을 올라 장자방은 간곳 없고 남병산 올라가니 칠성단이 빈터 연제지간을 지내 장성을 지내 갈석산을 넘어 연경을 들어가 황극전에 올라 앉어 만호 장안 구경허고 정양문 내달아 천안문지내 동간을 들어가니 사미륵이 백이로다 요동칠백리를 순식간 지내여 압록강을 지내 의주를 다달아 영고탑 통군정 올라앉어 안남산 밖남산 석벽강 용천강 좌우령을 넘어 부산파발 환마고개 강동다리 건너 평양은 연광정 부벽루를 구경허고 대동강 장림을 지나 송도를 들어가 만월대 관덕정 박연폭포를 구경허고 임진강 시각에 건너 삼각산에 올라앉어 지세를 살펴보니 천룡의 대원맥이 중령으로 흘리쳐 금화금성 분개허고 춘당영춘이 휘돌아 도봉 망월대 솟아있고 삼각산이 생겼구나 문물이 빈빈허고 풍속이 희히하야 만만세지 금탕이라 경상도는 함양이요 전라도는 운봉이라 운봉함양 두얼품에 흥보가 사는지라 저 제비 거동을 보아 박씨를 입에 물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남대문밖 썩내달아 칠패 팔패 배다리 지나 애고개를 얼른 넘어 동작강 월강 승방을 지나여 남타령 고개넘어 두쭉지 옆에 끼고 거중에 둥둥 높이 떠 흥보집을 당도, 안으로 펄펄 날아들제 들보위에 올라 앉아 제비말로 운다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연지 우지배요 낙지각지 절지연지 은지덕지 수리차로 함지표지 내지배요 빼드드드드드드득


(중모리) 흥보가 보고서 좋아라 반갑다 내 제비 어디를 갔다가 이제와 당상당하 비거 비래 편편이 노난거동은 무엇을 같다고 이르랴 북해흑룡이 여의주를 물고 채운간으로 넘논 듯 단산봉황이 죽실을 물고 오동속으로 넘논 듯 (지곡청학이 난초를 물고 송백간으로 넘노난 듯) 안으로 펄펄 날아들제 흥보 보고 고이여겨 찬찬히 살펴보니 절골 양각이 완연 오색 당사로 감은 흔적이 아리롱 아리롱 허니 어찌 아니가 내 제비, 저 제비 거동을 보아 보은표 박씨를 입에다 물고 이리저리 거닐다 흥보양주 앉은 앞에 뚝 떼그르르르르르 떨쳐놓고 백운간으로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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