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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토목공사 한건으로 경제 사나"

풍월 사선암 2008. 1. 4. 11:10

노대통령 "토목공사 한건으로 경제 사나"

 

인수위 정책에 `쓴소리'.."교육쓰나미 올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참여정부 5년을 회고하고,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감을 토로하면서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승복하는 것"이라며 차기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러면서 이명박(李明博) 대통령 당선인측이 추진중인 한반도 대운하 건설, 교육정책 등에 대해 "토목공사 한건으로 경제가 사는지 확인해야 한다" "교육 쓰나미가 오는 것 아니냐"는 표현으로 비판적 지적도 내놓았다. 7% 성장률 공약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년 덕담이었지만 '뼈가 있는 덕담'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당초 예정된 발언 예정시간 10분을 훌쩍 넘겨 1시간 가까이 인사말을 이어갔다. 노 대통령은 "이제 노무현 시대는 물러가고 이명박 시대가 온다. 참 기뻐하는 사람도 많고 그만큼 많지는 않지만 섭섭하고 불안한 사람들도 없지 않을 것"이라며 "저는 그 새로운 시대가 우리 모두에게 축복의 시대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꼭 성공하고 국민이 갖고 있는 기대와 소망이 차질없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새 정부의 성공을 기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의 승복 정신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까지는 특권과 싸우는 것이, 반칙과 싸우는 것이, 부정부패와 싸우는 것이 민주주의였다고 하면, 이제 민주주의는 승복하는 것을 배우는 것"이라며 "패배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금 저와 함께 정치를 하던 사람들이 패배했다. 누구라도 억울하고 분할지 모르지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승복이다. 그것은 상대에게도 승복해야 되지만 자기 마음속에 그 패배를 승복해야 된다"며 "그것 승복못하면 민주주의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나는 떠나지만 지난 5년 동안 나도 그렇게 당했으니까 내 옛날의 내 동지들이 꼭 그대로 한번 돌려줬으면..더욱더 여소야대라도 되어가지고 그대로 돌려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이 왜 없겠느냐"고 반문하면서도 "그러나 그렇게 하면 우리는 진보 못하고 역사는 앞으로 못나가는 것이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려 한다면 패배한 정치세력이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만 승복한다고 모든 것을 OK하라는 것은 아니다"며 "객관적 기준을 가져야 한다. 이중의 잣대로는 수준 높은 민주주의는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자신을 향해 `오만하고 독선적'이라는 여론의 비판에 대해서도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정말 저 나름대로 성심껏 봉사했다. 그러나 국민들이 기분이 안좋다는데 할 말이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제가 아마 오만하고 독선적인 사람이어서 국민들 기분 나쁘게 했다는 것이다. 저는 오만, 독선은 잘 몰랐고 관계없는 줄 알았는데..더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이제 그렇다면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 때문에 승부에 졌다고들 하니까 같이 정치하는 사람들한테 미안할 뿐"이라며 "물러가는 사람이 구구하게 무슨 변명을 하는 것 같아서 입장이 편치가 않다"고 심경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이명박 당선인측이 내놓고 있는 정책들에 대한 우회적이지만, 비판적 당부도 잊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경제가 진짜 특효처방만 하면 쑥 크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앞으로 5년간 우리는 큰 실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토목공사만 큰 것 한 건 하면 우리 경제가 사는 것인지 확인해야 하고 실험해야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측이 추진하겠다는 경부대운하 건설에 대한 비판적 언급으로 풀이됐다.


또 "또 그렇게만 해서 경제의 성장률만 올라가면, 수출만 많이 되면 일자리가 저절로 생기는 것인지도 검증해야 될 것이고, 또 그것만 하면 복지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인지도 앞으로 검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당선인 측이 추진하고 있는 `3불정책' 폐지를 골자로 하는 교육개혁을 염두에 둔 듯 "중등교육 평준화가 풍전등화의 신세가 되어 있는데 어쩌겠느냐"며 "우리가 신임한 정부가 하겠다고 하니까 국회가 다음 선거에서 막을 수 있으면 좋고, 총선을 통해 막지 못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등학생부터 입시 경쟁을 하더라도 그것 또한 우리의 선택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며 "인내심을 가지고 수용할 것은 수용하자. 우리가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 책임져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다 `교육 쓰나미'가 오는 것 아닌가 이런 점들이 있다"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94∼96년 대학교 본고사가 부활했을 때 본고사를 치른 학교는 10개가 안되는데 전 언론이 대학 본고사 때문에 아이들 다 죽인다고, 교육 다 망친다고 난리를 쳐놓고, 지금은 본고사 내놓으라는 것 아니냐"고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하면서 "이렇게 가면 곤란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같은 비판적 접근을 하면서도 이 당선인의 경제성장률 7% 공약 달성에 대한 국민들의 과도한 기대는 곤란하다며 `차기 정부에 성장률 공약을 지키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된다'는 당부도 곁들였다.


"어떤 경제인이 `7% 꼭 달성해달라'고 하던데, 그렇게 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지만, 무리한 기대는 정부를 맡은 사람으로 하여금 무리를 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이 당선인의 7% 경제성장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과 함께 국민의 무리한 기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무리하지 않게 언론과 국민, 경제인, 지식인들이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관리해갈 필요가 있지 않느냐, 그렇게 우리 국민에게 부탁드리고 싶다"고 당부했다. 앞서 노 대통령은 지난 국정운영 기간을 회고하며 "5년 내내 특권, 유착, 기득권과의 싸움이었다"면서 "기득권에는 진보의 기득권, 서민의 기득권, 노조의 기득권 등 온갖 기득권이 다 있어 안 걸리는 데가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 중에서 제일 컸던 것이 언론과의 갈등이었다"며 "이것은 전쟁이었다"고까지 표현했고, "규칙없이 언론과 사생결단의 싸움을 해왔던 것 같은데,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출범초 가계부도 사태, 이라크 전쟁, 카드채 위기 등을 거론하며 "어떻든 무난히 넘겼고, 인사불성의 경제를 (차기 정부에) 넘기지 않은 것을 그나마 아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특히 '참여정부가 경제를 망쳤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문제가 있지만 이 정도면 제 발로 걸어갈 수 있는 멀쩡한 경제인데 왜 자꾸 살린다고 할까. 죽은 놈이라야 살리는 것이지 산 놈을 왜 살린다고 하는 지..."라고 반문하며 "지난 5년 동안 주가가 세배나 올랐고, 국민소득이 2만불로 올랐다"고 항변했다.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