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그만 권력에 눈이 멀어버린 안록산이 역모를 꾀한다. 아무리 눈이 멀은 현종이라지만 이 사실을 모를리가 없다. 그런데 그를 제거하려 할 때마다 양귀비가 극구 말리는 것이다. 아무리 양귀비가 말린다고 해도 그렇지 현종은 결국은 안록산에게 손한번 못 된다.
755년 마침내 안록산은 간신 양국충의 타도를 명분으로 내세워 범양에서 반란을 일으켜 장안으로 진격해 들어갔다. 이 소식을 접한 현종은 깜짝 놀라 가랑비 내리는 한여름 새벽에 승상 위견소, 양국충, 양귀비 자매와 소수의 호위병을 거느리고 피난길에 올랐다.
장안성을 벗어나 서쪽으로 섬서성 흥평에 이르렀으나, 병사들이 더 이상 나아가지 않고 현종에게 양국충과 양귀비를 비롯한 양씨 일족들을 모두 죽이기를 강요했다. 결국 양국충과 일족들의 목이 잘리고 시신이 갈기갈기 찢어졌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린 양귀비도 어쩔 수 없이 마외역관 앞의 배나무에 목을 매달아 자결하였다.
이때 양귀비의 나이 38세였다. 그래서 미인은 박명이라 하였던가!
이들의 로맨스도 거기서 끝이였다. 현종은 자기 부인의 죽음을 못 본척 할 수 밖에 없는 필부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순식간에 지상최강의 사나이에서 살아있는 시체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으니....
그러니 그 전에 좀 잘 할 것이지.
후에 그의 아들 숙종이 난을 평정하면서 현종은 장안으로 돌아왔지만 이제 그 곳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양귀비없는 현종은 빈껍데기에 불과할뿐 살아있어도 살아있는 것이 아닌데....
신이 이래서 공평하다는 걸까 신은 결코 모든걸 주지않는다.
저녁이면 날아드는 반딧불에 그리움은 더해지고, 외로운 등잔불을 돋우느라 잠 못이루네. 서서히 울리는 종소리에 밤은 더욱 길어져, 반짝이는 은하수에 동이 트려 하는구나. 싸늘한 원앙 기와 서리꽃 피어나니, 차가운 비취 이불 뉘와 함께 같이할까? 아득히 사별하여 해가 다시 지나가도, 영혼은 꿈속으로 찾아오지 아니하네. (백거이의 <장한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