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건강,의학

메디컬 이슈 추적/ 관상동맥 CT진단

풍월 사선암 2007. 6. 29. 22:41

메디컬 이슈 추적/ 관상동맥 CT진단

3차원 초정밀 영상으로 심혈관 훤히 본다

 

 

▲ 관상동맥 영상 등이 가능한 최신형MD CT

를 찍고 있는 모습. / 조선일보 DB 사진

“어떻게 “어떻게 하면 환자를 덜 고통스럽게 하면서 효율적으로 진단과 치료를 하느냐?”


현대의학의 고민이자 발전 방향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기존에 배를 열고 하던 개복수술도 복강경으로 대치하고, 뇌출혈을 일으키는 꽈리형 혈관 기형도 두개골을 열지 않고 뇌혈관 안으로 가느다란 도관(카테타)을 넣어 해결한다. 이른바 ‘최소 침습술’(Micro-invasive Technique)의 등장이다.


이 분야 선두주자는 영상의학이다. 과거에는 환자의 혈관에 바늘을 찔러 엑스레이에 잘 보이는 조영제를 직접 주입해야만 볼 수 있었던 병소를 컴퓨터 영상 처리로 환자의 몸에 손 하나 안 대고 속속 들여다보고 있다. 바로 심장의 관상동맥 이상 여부를 CT(컴퓨터 단층촬영)로 진단하는 것.


관상동맥은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으로, 좁아지거나(협착) 막히면 협심증 또는 심근경색증이 발생한다. 관상동맥 협착증은 고(高)지혈증·동맥경화 등에 의해 발생하며, 한 해 3만여명이 이 같은 이유로 심장질환을 앓는다.


지금까지 관상동맥 협착증이 의심되는 환자는 넓적다리(대퇴) 동맥 등에 가느다란 카테타를 뚫어 넣어 심장까지 거슬러 올린 후, 조영제를 주입해 검사하는 심혈관조영술을 받아야 했다. 시술 후 환자는 지혈을 위해 8시간 이상을 꼼짝없이 누워 있어야 했고, 검사를 위해 하루 입원하기도 한다.

 


▲ 3군데(화살표)의 관상동맥이 좁아져 있는 것이 발견된 협심증 환자 CT 사진. 사진=서준범 교수 제공

그럼 최대 직경이 3㎜도 채 안 되는 관상동맥을 뇌 사진이나 찍는 줄만 알았던 CT가 어떻게 찾아낸다는 것일까. 사실 2~3년 전만 해도 이 일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16채널 멀티 디텍터 CT’(Multi-Detector CT)의 등장이 이를 가능케 했다.


‘MD CT’는 기존의 CT 개념을 바꿔놨다. 컴퓨터가 한 가지 일만 하는 ‘도스 시스템’에서 여러 작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윈도 시스템’으로 바뀌었듯이, CT도 한 번 엑스레이를 뿜어서 한 단면만 찍을 수 있던 것이 한 번에 16단면을 찍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CT를 찍을 때 환자가 움직이면 영상이 흔들리기 때문에 환자는 찍을 때마다 숨을 잠시 참아야 한다. 이 때문에 흉부 또는 복부 CT 한 번 찍으려면, 숨 참기를 수십 차례. 검사 시간은 15~20분이 걸렸다. 그러나 ‘MD CT’는 한 번에 16단면을 동시에 찍는다. 환자는 조영제 주사 한 번 맞고, 7~8초 동안 숨 한 번 참으면 그것으로 촬영은 끝난다.


싱겁게 끝나는 검사지만 여기서 나오는 자료는 초정밀이다. 최대 혜택은 관상동맥을 CT로 정확히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초고속으로 찍으니까 심장박동에 의한 사진의 흔들림이 없어졌다. 팔뚝 정맥 등을 통해 조영제를 주입하면, 조영제가 혈류를 타고 심장으로 들어가 관상동맥을 통과할 즈음에 자동으로 사진이 찍힌다. 이것을 3차원 영상으로 재구성하면, 마치 혈관조영술을 한 것같이 관상동맥 혈관 줄기들이 한눈에 그려진다.


가장 요긴하게 쓰이는 경우는 관상동맥 협착증 때문에 혈관을 새로 갈아끼우는 ‘관상동맥 우회술’을 받은 환자들. 이들은 수술 후 관상동맥이 잘 뚫려 있는지 알려면, 매번 심혈관조영술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 ‘MD CT’가 이를 대치하고 있다. 여기서 관상동맥이 시원하게 잘 보이면, 수술은 잘된 것이다.



▲ 협심증을 호소한 환자의CT에서 관상동맥이 경미하게 좁아진 부위(화살표)가 관찰된다.사진=최병욱교수 제공

심장 전문의의 고민도 덜어줬다. 가슴 통증 등 협심증 증세가 있으면, 심장박동 검사인 심전도나 달리기 등을 하면서 심장기능을 살피는 운동 부하 검사를 받는데, 그래도 협착증 여부가 명확지 않으면 의사들은 난감하다. 협착증이 강력히 의심되면 바로 심혈관조영술을 실시해 진단과 치료를 한 번에 할 수 있다. 하지만 질환 여부가 불명확해 진단 목적으로 조영술을 할 경우, 의사나 환자가 느끼는 부담은 간단치 않다. 진단 목적으로 심혈관조영술을 할 경우, 아무런 병소가 없는 ‘정상’으로 나오는 비율은 10~30%선이다.


이 경우 ‘MD CT’가 길잡이 역할을 한다. 검사에서 관상동맥이 잘 뚫려 있으면, 굳이 조영술을 할 필요가 없다. 더욱이 ‘MD CT’는 협착증이 있는데, 없다고 판정되는 ‘가짜 음성’이 적다. 검사에서 협착증이 아니라고 하면, 진짜로 아닐 확률이 90~95%이다. 따라서 혹시 모를 협착증의 가능성을 제외하고자, 조영술을 해야 하는 부담이 덜어진 것이다.


‘MD CT’에도 한계는 있다. 동맥경화 등으로 관상동맥이 좁아진 곳에는 종종 석회 물질이 침착되는데, 이 경우 CT 영상에는 석회 물질과 조영 물질이 겹치면서 병소를 정확히 판정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 검사가 관상동맥질환이 의심되는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병소를 조기에 발견하는 ‘검진용’으로 쓰이기에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관상동맥 협착증으로 좁아진 혈관을 ‘스텐트’(금속그물망) 삽입 시술로 늘린 환자에게서도 금속 스텐트가 영상 분석을 방해한다.


<도움말 : 진단방사선과 최병욱·신촌세브란병원 교수, 서준범·서울아산병원 교수, 김유경·이대목동병원 교수, 용환석·고대구로병원 교수> ( 김철중 기자 doctor@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