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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상반기 드라마 결산 Up & Down - 여자배우

풍월 사선암 2007. 6. 19. 07:08

 

2007년 상반기 드라마 결산 Up & Down - 여자배우

 

지난 남자배우 편에 이어 이번에는 2007년 상반기를 스쳐지나갔던 여자배우들에 대한 이야기다. 올 상반기에는 자배우들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남자배우들보다 더 극명하게 여자배우들의 뜨고짐이 두드러졌다. 남자배우 편에서는 Down에 3팀 밖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번 여자배우 편에서는 충분히 5명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 지난 남자배우 편을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읽어주셨는데,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한 가지 말씀을 드린다면, 이 글에서 Up과 Down의 기준은 단순히 연기력의 차이가 아니라, 그 배우가 한 드라마를 기점으로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어떤 이미지나 영향력을 남겼는가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누차 강조드리지만, 지극히 주관적인 시선이 담긴 개인의 의견일 뿐이니 크게 연연하진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 Up : 눈부신 도약 -

 

 

5위 : <꽃피는 봄이 오면>, <메리 대구 공방전> - 이하나

작년 <연애시대>를 통해 얼굴을 알리기 시작한 이하나는 올해 <꽃피는 봄이 오면>과 <메리 대구 공방전>에서 주연자리를 꿰차면서 주연급 배우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그녀가 주연으로 등장한 이 두 드라마는 모두 시청률 면에서 고배를 마셔도 한참 마셨다. 그러나 시청률만으로 드라마의 질을 따지는 것은 굉장히 무례한 생각. 이 두 드라마는 라이벌 드라마의 맹공 속에 시청률이라는 표면적 수치로만 봤을 때는 저조한 활약을 보였지만,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충분히 인정하고도 남을 완성도를 보여줬다. 그 한 가운데 이하나가 있다. 그녀가 줄곧 보여온 모습은 진부하게시리 마냥 활달하거나 마냥 청순가련한 여인이 아니었다. 진지할 때는 진지하지만 대체로 유니크한 정신세계를 지닌 듯한 엉뚱한 여인이 그녀가 보여준 주된 캐릭터였다. 매우 현실적이거나 혹은 매우 진부한 한국 드라마 속에서 이하나가 보여준 이런 만화적인 생동감을 지닌 캐릭터는 분명 발견이라 할 만하다. <메리 대구 공방전>에서 이런 그녀의 매력은 최고조에 달한다. 시청률이 계속 저조했다고 각종 언론이 이 배우의 활약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 속에서 이 옹골찬 신예 배우가 자신만의 캐릭터를 벌써 탄탄하게 구축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4위 : <내 남자의 여자> - 하유미

<내 남자의 여자>가 여느 불륜드라마들과는 달리 시청자들의 속을 박박 긁기만 하는 말초적 역할을 하지 않은 데에는 자극적 소재 속에서도 삶의 단면을 응시하는 저력을 보여주는 김수현의 필력의 영향이 크겠지만 김수현이 만들어낸, 어쩌면 지금까지 나온 불륜드라마에 등장한 가장 통쾌한 캐릭터일지도 모를 한 여인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로 하유미가 연기한 김은수. 동생 지수(배종옥)을 보호하기 위해 제 한 몸 아낌없이 불사하는 이 언니의 모습은, 지금까지의 불륜드라마에서 보아 온 아파하는 피해자에서 그저 맞장구만 치고 부추기기만 하던 측근들의 모습과는 차원이 다르다. 동생의 대변자로 나서서 동생에게 상처를 준 화영(김희애)와 엎어치기 메치기도 마다하지 않고, 모 접시 광고에도 나올 만한 폭발적인 고음의 목소리로 상대를 제압하는 김은수라는 캐릭터는 하유미라는 배우의 진가를 비로소 제대로 드러내게 했다. 내게는 KBS 드라마 <딸부잣집> 속에서 굉장히 조신하고 다소곳한 딸의 이미지가 더 익숙한 그녀는 에로배우라는 이미지와 함께 무난한 조연 배우였던 지금까지의 연기 생활에서 말끔히 벗어나, 안 그래도 귀에 착착 달라붙는 김수현의 대사를 더욱 쫄깃하게 소화하며 제대로 필 충만한 연기를 보여줄 줄 아는 선굵은 조연 배우의 모습으로 비상했다. <내 남자의 여자> 속 배우들 중 최고의 성과는 단연 하유미다.

 

 

3위 : <고맙습니다> - 공효진

공효진은 이제 더 이상 그녀가 모델 출신이라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 배우다. 영화와 드라마를 쉴새없이 오가며 한번도 어색한 연기를 보여주지 않았지만 한편으로는 변신의 폭이 그렇게 크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하다. 다소 중성적이면서 활발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여성의 모습. 자연스럽게 다양성은 조금 떨어질 수도 있는 연기였달까. 그러나 <고맙습니다>를 통해 그녀는 확실히 그녀의 연기의 맛을 더욱 깊이 우려낼 줄 아는 지혜를 깨달은 듯 하다. 여전히 활발하고 자기주장이 강한 건 마찬가지지만, 만만치 않은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가슴 한구석에 오롯이 품고 있는 진한 슬픔과 더불어 어머니로서 갖고 있는 절절하되 오버스럽지 않은 모성애의 구현은, 가장 일상적인 연기에서 어느새 시청자의 눈물을 한움큼 이끌어내는 공효진이라는 연기자의 능력을 실감하게 했다. 예전에도 연기파 배우의 모습이 언뜻 보였지만, 이제 그녀는 언뜻 보이는 수준을 벗어나 엄연히 떳떳한 연기파 배우다.

 

 

2위 : <거침없이 하이킥!> - 박해미

역시 근래 한국 여배우에 있어서 전대미문의 캐릭터의 등장이다. 박해미가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맡은 이씨 집안의 큰며느리 역할은 다른 드라마 같았으면 욕깨나 먹었을 캐릭터다. 그러나 그런 그녀가 욕을 먹기는커녕 시청자들의 환호를 아낌없이 받은 이유는, 그녀가 펼치는 자신만의 뚜렷하고 분명한 가치관이 상대방을 꼼짝없이 설득당하게 만드는, 그만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꿋꿋한 지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드라마 속 박해미의 모습은 지금까지 그녀가 나온 여러 토크쇼들을 보면 실제 박해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고 추측해 볼 때, 이러한 그녀의 카리스마와 당당함은 대본에서의 설정보다도 온전히 그녀 자신으로부터 나왔다고 봐도 될 것이다. 시부모 앞에서까지 끝까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다소 예의가 없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속에 버티고 있는 이치에 딱딱 맞는 사고방식은 그러한 그녀의 당당함을 거부할 수 없게끔 만드는 마력이 있다. 상대에게 기가 죽는 모습이란 단지 상상 속에서 밖에 볼 수 없는, 만인 앞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이 드러내는 그녀의 모습은 <하늘이시여>에서의 '배득' 역을 가뿐히 뛰어넘는 능동성을 발휘하지 않았나 싶다.

 

1위 : <고맙습니다> - 서신애

드라마에서 늘 아역배우는 성인배우들의 들러리 역할이었다. 영화에서는 드문드문 큰 활약을 보여줬었지만 대부분의 드라마에서 아역배우는 그저 누구 딸, 누구 아들로서의 의례적 역할을 하거나 좀 더 어린 아기배우의 경우는 연기 자체보다는 아기로서의 귀여운 겉모습때문에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을 뿐, 성인배우들과 동등한 배우 대접을 받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고맙습니다>는 근래 방송된 드라마들 중 아역배우도 성인배우들과 동등한 주연급에 올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 서신애가 있다. 한국의 다코타 패닝이라는 별명도 얻긴 했지만, 사실 이 배우는 그렇다고 다코타 패닝이나 할리 조엘 오스먼트처럼 아역 배우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유별나고 신들린 연기를 보여준 것도 아니었다. 어른들이 하는 욕설을 곧잘 따라하는 장난꾸러기스러운 면모와 수호천사, 요술코트와 같은 비현실적 요소를 그대로 덥석 믿어버리는 여느 천진한 아이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어딘가 아이답지 않아서 감탄은 나오되 공감은 되지 않는 신들린 연기가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그대로 담은 여느 옆집 꼬마 아이와도 같은 서신애의 연기는 그렇기에 시청자들의 웃음과 눈물을 이끌어내는 데 그 무엇보다도 강렬한 효과를 발휘했다. 가장 그 또래의 아이다운 모습을 보여줘서, 가장 파장이 큰 감동을 이끌어낸 서신애의 연기는, 그렇기에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아역배우라는 존재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한계를 한 뼘 넓히는 데에 크게 작용을 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연말 연기대상에서 서신애는 아역상 정도가 아니라, 신인여우상 이나 우수 또는 최우수 연기자상 등에서 다른 성인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마땅하다.


그외 아깝게 순위권엔 못들었으나 기꺼이 Up해주고픈 배우들 : <거침없이 하이킥!> 나문희, <고맙습니다> 강부자&전원주, <히트(H.I.T)> 고현정, <내 남자의 여자> 김희애, <사랑에 미치다> 이미연, <케세라세라> 정유미&윤지혜

 

- Down : 좀 더 노력하세요 -

 

 

5위 : <하얀거탑> - 송선미

이건 배우의 자질 탓이라기보다는 캐릭터의 매력이 떨어진 탓이 크다. <하얀거탑>에서 송선미가 맡은 이윤진이란 역할은 사실 현실적으로 공감을 얻어내기에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부당한 현실에 곧잘 분개하며 사회운동에 힘쓰는 역할이지만 그녀의 배경에는 대학병원 교수 아버지라는 든든한 '빽'이 존재하고 있다. 부르주아 층에 살고 있으면서 노동자들, 혹은 서민들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든다는 점에서 정작 그쪽 사람들에게는 '우리의 고통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느냐'는 질책을 받기 쉬운 상황이다. 더구나 극중에서 장준혁의 의료사고를 둘러싼 소송 부분에서 이런 질책은 더 심해졌다. 자신은 절대 무너지지 않은 뒷배경을 갖고서 다소 여유롭게 행동하면서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게 중요한 다른 사람들에게는 당장이라도 일자리를 잃을지 모를 판단을 재촉하는 그녀의 모습이 결코 좋게만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자신과는 별로 상관없을 것 같은 일에까지도 곧잘 간섭하는 그녀의 성격때문인지 '오지라퍼'라는 불명예스런 별명까지 얻은 그녀. 송선미의 연기력에 있어서 문제가 있었다기보다는 캐릭터 설정에서의 다소 아쉬운 점이었던 것 같다. 차라리 원작에서처럼 사회적인 면은 아예 걷어냈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얀거탑>의 거의 유일한 옥의 티가 이 이윤진이라는 캐릭터였다.

 

 

4위 : <헬로! 애기씨> - 이다해

분명 이다해는 또래 배우들 중에서는 꽤 연기를 잘 하는 축에 속하는 배우다. <왕꽃선녀님>, <그린로즈>에서 보여준 꽤 진지한 연기도 볼 만했지만 <마이걸>에서의 그 에너지 넘치는 주유린의 모습은 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연기력이었다. 하지만 후속작으로 굳이 <헬로! 애기씨>를 선택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은 남는다. 혹자는 <마이걸> 속편 같다고도 얘기할 만큼 <마이걸>과 흡사한 극과 캐릭터의 분위기 속에서 이다해는 여전히 즐거운 연기를 보여주지만 비슷한 캐릭터의 답습이란 느낌 때문인지 크게 발전한 듯한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더불어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도 다소 헐거워져, 결국 <마이걸>에서의 모습에서 후퇴하면 후퇴했지 더 나은 모습은 보여주지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이제 밝은 연기 좀 했으니, 다음 번에는 꼭 깊이도 보여줄 만한 진지한 연기에 도전해 보길 바라는 바이다.

 

 

3위 : <문희> - 강수연

처음에 강수연이 대하드라마도, 미니시리즈도 아니고 주말극으로 컴백한다고 했을 때 다소 생소한 느낌과 함께 기대감도 컸다. 바로 이전에 드라마를 통해 보여준 모습이 <여인천하>에서의 선굵은 사극연기였기에, 실로 오랜만에 드라마를 통해 선보이는 그녀의 현대극 연기가 어떨지 꽤 궁금했기 때문이다. <문희>를 통해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과연 여전히 그녀의 힘이 살아 있는 연기이긴 했다. 그러나 드라마의 설정 탓이었을까. 2000년대가 배경이라는 것이 잘 적응이 되지 않는 고전적인 설정과 다소 적응이 되지 않는 상대 배우와의 나이차는 강수연이라는 굵직한 배우마저도 드라마 안에서 다소 겉돌게 만든 듯한 느낌이 들었다. 강수연의 연기자로서의 모습은 여전히 옹골찼지만, 드라마 속 여러 설정과 완성도 등을 두루두루 고려해 볼 때 오랜만의 컴백치고는 좀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음은 분명하다. 아님 아직까지 정난정의 모습이 너무 선명하게 남아 있는 탓일까.

 

 

2위 : <푸른 물고기> - 고소영

지난 남자배우 편에 이어 또 한번 <푸른 물고기>의 굴욕이다. 고소영은 CF에서 여전히 높은 몸값을 자랑하며 톱스타의 자리를 지켜왔지만, <아파트> 이후 오랜만에 시작된 그녀의 연기활동은 톱스타라는 호칭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성과만을 보여왔다. <아파트>, <언니가 간다>로 이어진 스크린에서의 부진도 모자라 몇몇 드라마에서의 캐스팅 소문을 지나 오랜만에 컴백한 드라마 <푸른 물고기>에서는 이전의 부진을 무색하게 하는 수준의 부진을 가져왔다. 같은 방송사에서 심야에 방영된 <프리즌 브레이크>보다도 시청률이 낮았다니. 한국 드라마의 진부하고 식상한 설정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은 극적 전개 속에서 한치도 나아지지 않은 전형적인 청순가련 여인의 모습을 보여준 고소영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에 충분했다. 그 신비롭던 고현정도 기꺼이 자신을 망가뜨려가며 칭찬을 얻든 욕을 먹든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데, 언제까지 이런 안전한 역할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을 것인가. 또 한동안 고급스럽고 우아한 이미지의 CF만 찍으며 안주하려 한다면, 고소영이 배우로서 지니는 가치는 끝간데를 모르고 떨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1위 : <마녀유희> - 한가인

올 상반기 이렇게 대외적인 이미지가 급변한 여배우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역시나 잘 알려졌듯이 끝마무리의 잘못이 크다. 그래도 성적 부진의 선에서 끝났다면 '다음에 더 잘 하면 되지'하고 다독이는 정도에서 끝났을 수 있겠지만, 그 성적 부진의 잘못을 고스란히 제작진의 탓으로 돌리는 그녀(혹은 그녀의 소속사)의 모습은 드라마 제작자들은 물론이요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마저도 식겁하게 만들었다. 사실 그녀가 이 드라마에서 '마녀'랍시고 보여준 모습도 썩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오히려 진정 마녀다운 면모는 이런 요상한 끝마무리에서 더 잘 드러났다. 썩 수긍이 가지 않는 엄청난 개런티를 받고도, 성적의 부진을 제작진 탓으로 돌렸다는 점. 혹자는 한가인 본인이 주장한 게 아니라 소속사에서 주장한 거라고 변호할 수도 있겠지만, 한가인이 그 소속사에서 굵직한 인물이라면 아무렴 그녀의 입김이 한치도 들어가지 않았을까. 앞서 남자배우 편에서도 한번 얘기했지만, 드라마의 부진을 둘러싸고 배우가 자기 책임이라고 스스로를 채찍질해도 모자랄 판에 온전히 제작진 탓으로 넘기며 자신은 그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와 어떤 제작진들이 선뜻 함께 작업하려 할까 걱정된다. <마녀유희>의 게임화를 둘러싼 소문 또한 그녀의 이미지가 이번 일을 계기로 꽤 많이 손상되었음을 뒷받침하는 듯 하다. 이전까지 그래도 꽤 괜찮은 이미지과 비교적 충실한 커리어를 쌓아 온 배우라는 점에서, 이번 사례가 더더욱 아쉽고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