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상반기 드라마 결산 Up & Down - 남자배우
진부한 멘트지만 2007년도 어느덧 거의 반이 갔다. 이제 6월에 접어듦으로서 한 해의 절반을 결산해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2007년 상반기에도 수많은 드라마들이 어떨 땐 활짝 피고, 어떨 땐 소리없이 지면서 많은 시청자들을 만났다. 뜨고지는 많은 드라마들 속에서 배우들 역시 어느 배우들은 확실히 눈에 띄는 도약을 한 반면, 어느 배우들은 별 성과를 얻지 못하거나 부정적 결과를 낳으며 조용히 사라지기도 했다. 그래서 상반기 결산으로 드라마 속 배우들 중 누가 Up되었고 Down 되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엔 첫번째 편으로 남자배우들이 되겠다. 상당히 주관적인 시선도 포함되어 있으니 너무 절대적인 결과로 신뢰하지는 마시길 바란다.
- Up : 눈부신 도약 -
5위 : <마왕> - 주지훈 <궁>으로 성공적인 연기 데뷔전을 치르긴 했지만, 주지훈이라는 배우 자체의 내공보다는 원작의 힘 덕분이었다는 분석이 많았다. 또한 <궁>에서까지만 해도 주지훈의 모습은 연기보다는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 샤방한 이미지로 대표되었으니 연기자로서 본격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하기엔 좀 무리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왕>에서 그는 불과 두번째 출연작 만에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든든한 신예 배우로 등극했다. 비주얼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소름끼치는 어둠과 무거운 슬픔, 그리고 순수함까지 폭넓게 소화하는 그의 놀랍도록 발전한 연기력에 시청자들은 박수를 보냈다. 똑같이 <궁>으로 드라마 데뷔를 한 사람으로서, 윤은혜는 자신에게 맞는 드라마를 선택하는 반면 주지훈은 드라마를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하고 있는 듯하다. 엄태웅도 여전히 엄포스다운 모습을 과시했지만, 이 드라마 최고의 수혜자는 아마도 주지훈이 아닐까.
4위 : <고맙습니다> - 장혁 불안한 컴백이었다. 군복무로 인해 2년의 공백이 있었던 데다 군에 들어가게 된 것도 다소 불미스러운 계기였던지라 컴백이 조심스러웠다. 때문에 즉각적이지만 조심스러운 작품 선택을 했지만,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그가 선택한 드라마 <고맙습니다>는 동시에 시작하는 다른 경쟁작들에 비해서 화제성이 가장 낮은 작품이기도 했다. 그러나 드라마가 갖고 있는 눈물겨운 진심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도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붙들었고, 이내 <고맙습니다>는 경쟁작 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되었다. 이 드라마에서 열연한 장혁 역시, 이전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한 손상된 이미지를 다소나마 벗으며 재평가받기 시작했다. 이전의 반항아 이미지를 벗어나 고뇌와 반항 속에서도 훈훈한 인간애를 담을 줄 아는 연기를 보여주며 어쩌면 그의 출연작 중에서 최고의 커리어를 쌓지 않았나 싶다. 장혁이 그렇게 <고맙습니다>에 고마워한 건 당연한 일이다.
3위 : <쩐의 전쟁> - 박신양 박신양은 아직까지 탤런트라는 호칭보다는 영화배우라는 호칭이 더 어울리는 듯하지만, 최근 그의 행보를 보면 드라마 출연에 상당히 고마워해야 할 듯 싶다. 스크린에선 고만고만한 행보를 보이고 있던 중에 2004년 <파리의 연인>이 국민적 히트를 기록하면서 덩달아 국민적 완소남으로 등극했다. 이렇게 그가 드라마를 통해 다시금 전성기를 누리는 행보는 지금도 계속되는 듯하다. <파리의 연인> 이후 그가 출연한 영화는 <눈부신 날에> 단 한편이었지만 이마저도 흥행에 실패하면서 지지부진해지는가 싶더니, 영화가 내려가기가 무섭게 새롭게 출연한 드라마 <쩐의 전쟁>으로 그는 또 한번 재기에 성공했다. 벌써부터 30%를 왔다갔다하는 폭발적인 시청률과 함께 박신양은 돈으로 인해 끝에서 끝을 오가는 남자의 파란만장한 삶을 훌륭히 소화하며 왠만한 영화에서보다 더욱 폭발적인 연기력을 뽐내고 있다. 세련된 이미지였던 그가 거지분장을 불사하면서까지 드라마에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쩐의 전쟁>은 그에게 제3의 전성기는 될 듯한 드라마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아직 절반도 방영되지 않은 드라마이기 때문에 3위에 올리겠다.
2위 : <외과의사 봉달희> - 이범수 <외과의사 봉달희>는 이범수의 첫 드라마 출연작이자 그의 이미지의 극적 변화를 가져 온 드라마이다. 이전까지 이범수라는 배우는 연기 잘하는 거야 누구나 인정하지만 세련미보다는 소박하고 코믹한 인간미가 더 어울리는 배우였다. 그런 그에게 <외과의사 봉달희>의 안중근은 그가 얼마나 진지하고 세련된 매력남이 될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냉철하고 또 버럭버럭 화도 잘 내는 이지적인 모습 뒤에 숨은 순정파 훈남적인 기질은, 이범수가 단지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는 배우가 아니라 세련미와 인간미를 함께 껴안으며 보다 넓은 팬층을 형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에서의 인기로 이전 작품들에서 숱하게 등장했던 망가진 그의 모습이 새삼스럽게 화제가 되기도 했다.
1위 : <하얀거탑> - 김명민 김명민의 눈부신 행보를 볼 때면 아직도 <꽃보다 아름다워>를 끝내고 이민을 가려했다는 그의 말이 생각나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가 수많은 배우들의 손을 거쳐 간 <불멸의 이순신>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이 제대로 걸출한 배우를 그저 싱겁게 보내줘야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불멸의 이순신>을 통해 배우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며 화려하게 비상한 그는 <하얀거탑>으로 그야말로 화룡점정에 이른다. 자신을 강하게 다지면서도 늪과도 같은 욕망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결국 빠져나오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김명민은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연초에 방송된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연말 연기대상의 강력한 후보로 거론되었다.(그리고 이미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최우수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드라마가 그렇게 국민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하더라도,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현실에서 네티즌들의 거센 추모물결에 휩싸였다는 것은 실로 엄청난 영향력을 증명하는 부분이다. <하얀거탑>은 김명민이라는 배우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한 배우라는 것을 보여준 드라마다. 그외 아깝게 순위권엔 못들었으나 충분히 Up해줄 만한 배우들 : <거침없이 하이킥!> 이순재, <하얀거탑> 이선균, 차인표, 이정길, 김창완, <고맙습니다> 신구, <마왕> 엄태웅, <사랑하는 사람아> 김동완, <메리대구 공방전> 지현우
- Down : 노력하세요 - 상대적으로 Down해야 할 것 같은 남자배우들의 수는 적어서 3위 안에서 꼽아보았다.
3위 : <푸른 물고기> - 박정철 박정철의 컴백은 올 유독 군에서 제대한 스타들이 많았던 가운데 그들 중 가장 흐지부지한 컴백이 아닐까 싶다. 드라마 방영 전만 해도 9년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하는 고소영의 파트너로서 나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드라마가 끝난 지금은 거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드라마 자체도 이런 드라마가 했었나 하고 의아해 하는 분들이 꽤 있다) 장혁은 시청률과 연기력 두마리 토끼를 모두 성공적으로 잡았고, 윤계상은 시청률은 저조했더라도 드라마의 완성도나 연기력만은 안정된 평가를 받았지만, <푸른 물고기>의 박정철은 뚜렷한 매력없이 너무 단조롭게 밀고 나간 내용 전개로 인해 드라마의 인기와 완성도, 연기력 면에서 모두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말았다. 다만, 아쉬운 결과로 종영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잃지 않으며 드라마의 실패를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린 겸손한 모습은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2위 : <궁S> - 세븐 & 강두 <궁S>가 전작의 후광이 언제 있었냐는 듯이 부진의 늪에는 첫째로 전편과 그리 차별화되지 못한 밋밋한 전개도 문제겠지만, 데뷔치고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시청자들을 확 사로잡지 못하는 역시나 밋밋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문제였다. 세븐의 연기력은 드라마 데뷔전 치고 최악 수준은 아니었지만, 드라마를 적극적으로 이끄는 장악력은 부족했다. 사실 그가 평소에 갖고 있는 다부진 이미지로 인해 연기도 무난하게 하겠거니 싶었지만 특유의 밝은 모습은 몰라도 진지한 연기에는 아직 적응이 많이 필요한 듯한 인상을 주었다. 물론 낮은 시청률에 기죽지 않고 끝까지 기운내서 촬영한 태도는 높이 살 만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웬만하면 가수 활동에 주력하시는 게... 더불어 함께 출연해서 함께 어정쩡한 연기력을 보여줬던 강두도 보태고자 한다. 멋있어 보이려 한 건지 멋있는 척 웃기는 연기를 하려 한 건지 알 수 없었던 특유의 제스처가 인상적이었다.
1위 : <마녀유희> - 재희 드라마와 배우 모두 개운치 못한 뒤끝을 보여줬다. <마녀유희>는 방영 초반 때만 해도 경쟁작들 중 시청률 1위를 달리며 좋은 출발을 알렸지만 그것도 잠시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드라마 전개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면서 지지부진한 시청률로 초라한 종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끝났다면 그래도 실패한 드라마들 중 하나 정도로 지나갔겠으나, 뒤이어 터져나온 배우들의 불만은 이 드라마의 실패가 결국 필연적이었구나 하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했다. 한가인 측의 공식적 언급에 대해서는 여자배우편에서 제대로 언급하겠고, 재희 역시 한가인만큼 공식적인 표현은 아니었지만 팬카페에 남긴 글을 통해서 이 드라마의 실패를 작가 탓으로 돌리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서로 내탓이라고 감싸도 모자랄 판에 자신의 실수보다 '작가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느니 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드라마가 결국 성공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결코 좋은 인상으로는 남지 못했다. 안그래도 드라마 속 모습 역시 특별히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는데 뒤끝까지 이렇게 개운치 못하면 이거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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