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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숙이, 경숙아버지

풍월 사선암 2007. 3. 2. 23:32

 

 

여기 자신은 영원히 혼자라며 꿈을 찾아 방랑하는 한 아버지가 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던 그런 아버지가 아니다. 오히려 부인과 딸자식에게 그래도 너희는 둘이라며 진짜 외로운 건 자신일 뿐 이라는 그런 아버지가 있다. 하지만 그도 결국 우리네 아버지다.

 

지난 달 25일부터 동숭 아트 센터 소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경숙이, 경숙 아버지] (연출 박근형)가 그야말로 대학로를 강타하고 있다. 연극계의 침체 분위기를 잠재우며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작품은 50년대를 살아간 전형적이지 않은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아버지는 전쟁이 나도 가족을 챙기지 않고, 아내와 딸에게 집을 지키는 게 사는 길이라며 매정하게 떠나버린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돈을 벌어다 준적도 없고, 오히려 새 엄마를 데리고 뻔뻔하게 나타나는 그런 아버지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그대로 하염없이 아버지를 기다리는 경숙이에겐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

 

작품 속 아베(조재현 분)는 자신이 사랑하는 자야(황영희 분) 앞에서는 두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정도이지만, 가족들에게만은 한없이 이기적이고 독단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자신의 삶을 위해서라면 그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 공연은 아베와 자야가 두드리는 장단처럼 한바탕 놀아난다. 엉뚱하지만 귀여운 경숙이(장영남 분)와 느리고 굼뜬 꺽꺽이(김상규 분) 등의 캐릭터로 인해 웃음보를 잡는다.

 

하지만 끝내 자신을 위한 삶을 택하는 아베와 그런 아베를 원망하면서도 그리워하는 경숙이의 모습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코끝 찡한 감동을 쏟아낸다.  

 

전형적이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과 그로 인해 엉클어져버린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지난해 동아 연극상 4관왕(작품상·희곡상·연기상·신인연기상)에 빛나는 이 작품은 재연장 공연에 조재현, 이한위 등 실력 있는 연기파 배우들을 대거 포진하여 다시 한번  그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1] 2006년 연극계를 빛낸 최고의 작품과 배우 조재현의 만남

초연과 동시에, 밀양 여름공연예술축제, 명작 코미디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며 올해의 예술상, 대산문학상 등을 수상한 2006년 최고의 화제작 ‘경숙이, 경숙아버지’. 대학로마저 뮤지컬로 넘쳐난 2006년, 박근형 스타일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준다는 평과 함께 ‘연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심과 재미로 많은 관객들을 대학로로 이끌었던 ‘경숙이, 경숙이 아버지’가 2007년 다시 한 번 막을 올린다.

 

2004년 ‘연극열전’ 두 번째 작품 ‘에쿠우스’로 대학로를 들끓게 했던 배우 조재현이 3년 만의 대학로 나들이에 2007 ‘경숙이, 경숙아버지’를 선택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 관객들의 눈빛 하나하나를 담을 수 있는 소극장 무대 작품을 찾던 그에게 언젠가 한 번은 꼭 작업하고픈 박근형 연출의 작품이자 아버지, 그리고 가족에 진한 웃음과 감동을 주는 이 작품은 당연한 선택이었다.


2007년 1월 25일, ‘경숙이, 경숙아버지’ 그리고 배우 조재현이 대학로 관객들과의 행복한 첫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2] 경숙이, 경숙아버지 그리고 나의 아버지를 기억합니다.

“전시에 식구 챙기다 총 맞고 내 죽으면 누가 책임질기고”라며 가족을 남기고 혼자 피난길 떠난 아버지. 전쟁 끝나고 돌아와 “꿈 펼치러 간다”며 낯선 아저씨만 남겨두고 다시 떠나서는 새 엄마 까지 데리고 들어오는 염치없는 아버지.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었던 역사의 한 가운데에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안간 힘을 쓰던 우리네 아버지와 달리 가족을 버리기 위해서 무던히도 애를 썼지 싶은 경숙 아버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운 경숙 아버지…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전형적이지 않은 아버지와 역시 전형적이지 않은 기이한 가족들을 통해 진정한 가족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잔잔하지만 가슴 깊이 묻는 연극이다.


[3] 이한위와 박철민, 그들도 골목길에 들어섰다.

‘근심을 비우고 행복을 채우자’는 뜻의 ‘텅 빈 산악회’ 멤버 조재현, 이한위, 박철민. 그들의 끈끈한 우정이 한 편의 소극장 연극으로 모아졌다.


최근 대부분의 한국 영화에서 개성 강한 조연으로 등장, 최고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이한위,매 번 놀라운 애드리브로 공연 마다 자신을 각인시키는 배우 박철민이 조재현과 함께 ‘경숙이, 경숙아버지’를 위해 뭉쳤다.

 

박해일, 윤제문, 고수희 등을 배출해내며 ‘대학로 배우 사관학교’로 불리는 극단 골목길의 매력에 빠졌다는 이들은 공연을 보고 자신들이 먼저 적극적으로 공연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기존 골목길 배우들과의 선의의 연기 대결로 2007 ‘경숙이, 경숙아버지’는 웃음과 감동에 불꽃 튀는 연기 대결까지 맛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4] 경숙이, 경숙아버지 그 대사의 맛.

[극 중 일부 발췌]

어메 : 경숙 아버지!

아베 : 앞으로 내 부르지 마라. 전쟁 끝날 때 까지는 각자 알아서 살아 남는기다.

          그기 피차 안전한거다 알긋제?

경숙 : 내는요, 아부지예 내는 아부지 없이 우예 살라고요?

아베 : 깝깝한년! 니 시간 없는데 자꾸 와이라노? 니는 어메가 옆에 안있나?

          너희는 둘! 내는 쏠로! 진정 외로운 사람은 내다! 니도 자식 나면 내맘 안다. 간다! 

경숙 : 내도 데리고 가이소 아부지!

아베 : 울지 마라 이년아! 너는 내를 닮아 운이 있다! 운명을 믿고 집에 있그라

경숙 : 아부지, 아부지!

아베 : 토 달지 말고 빨리 이불 속으로 안 드가나!

 

        

 ■ SYNOPSIS

 

아버지는 6.25가 발발하자 가족을 버리고 혼자 피난길을 나선다. 3년 뒤 전쟁이 끝나자 아버지는 수용소 동지인 꺽꺽이 삼촌에게 집과 가족을 부탁한 뒤 다시 길을 떠난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는 사이 어머니와 꺽꺽이 삼촌은 동생을 가지게 되고, 이를 알게 된 아버지는 집에 돌아왔다가 돈을 가지고 나가버린다. 어머니와, 나, 그리고 꺽꺽이 삼촌은 아버지를 피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지만 아버지는 새어메를 데리고 이사한 새 집을 찾아오게 되는데…

 

                      굳세어라 금순아 - 은방울 자매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더냐

                      피눈물을 흘리면서 일사 이후 나 홀로 왔다

                                      

                      일가친척없는 몸이 지금을 무엇을 하나

                      이내 몸은 국제시장 장사치기다

                      금순아 보고싶구나 고향꿈도 그리워진데

                      영도다리 난간 위에 초생달만 외로이 떴다

 

                      철의 장막 모진 설움 받고서 살아를 간들

                      천지간에 너와 난데 변함 있으랴

                      금순아 굳세어다오 북진통일 그날이 오면

                      손을 잡고 웃어보자 얼싸안고 춤도 추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