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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경매 빅3 신기록 '억! 억!억!

풍월 사선암 2007. 3. 21. 11:03

  미술품 경매 빅3 신기록 '억! 억!억!'

 




박수근·이중섭·김환기 작품 100만弗 돌파

“20억대 강남 아파트 비하면 비싸지 않아”

올해 시장규모 1,000억원, 작년 2배 전망


박수근의 유화 <시장의 사람들>이 국내 미술 경매 사상 최고가인 25억원에 팔린 7일 K옥션 경매에서는 박수근과 더불어 최고 인기 작가로 인정 받는 김환기, 이중섭의 그림 값도 신기록을 냈다.


김환기의 <항아리>가 12억 5,000만원, 이중섭의 <통영 앞바다>가 9억 9,000만원에 낙찰됨으로써 각각 6억원 대에 머물던 종전 최고가를 깬 것이다.


그림 한 점에 25억원이라니 놀라는 사람이 많지만, 김순응 K옥션 대표는 박수근의 위상이나 한국의 경제 수준에 비추면 결코 놀랄 일이 아니고, 오히려 싼 편이라고 말한다.


“미술품 값은 한 나라의 문화와 경제 수준을 보여주는 문화현상이자 경제현상입니다. 박수근은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고, 그의 작품은 문화재급입니다.


한 나라의 최고 미술품은 그 나라의 최고 집값보다 비싸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국내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가 50억원인데, 박수근 그림 값 25억원은 그 절반입니다.


강남에는 20억원 짜리 아파트가 수두룩하지요. 얼마든지 더 지을 수 있는 아파트와,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작고 작가의 작품 중 어느 것이 더 비싸야 하겠습니까? 중국이나 인도에는 10억원이 넘는 값에 팔리는 젊은 작가들이 많습니다. 나이 50도 안 된 중국 작가 장 샤오강의 그림이 해외경매에서 22억원에 팔린 것을 보세요.


한국의 100만 달러(9억5,000만원) 작가는 이제 겨우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3명입니다. 한국 경제 규모에 비하면 한참 늦은 거지요. 7일 경매장에서는 25억원도 싸다는 소리가 많이 나왔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25억원을 주고 그림을 산다는 게 보통 사람들로서는 잘 이해가 안 된다. 그런 궁금증에 대해 김 대표가 재미있는 일화를 들려줬다.


“미국 현대화가 잭슨 폴록의 작품이 지난해 세계 미술품 거래 사상 가장 비싼 1,300억원에 팔렸어요. 데이비드 마티네즈라는 미국 부자가 샀는데, 그 사람이 살고 있는 미국에서 제일 비싼 아파트 값이 500억원이에요. 정말 좋은 작품, 갖고 싶은 작품을 위해서는 그럴 수 있는 게 애호가이고 수집가들이죠. 그들이 있어 작가들이 계속 작업할 수 있는 거구요.”


최근 2, 3년 사이 국내 미술 경매 시장의 열기는 대단하다. 경매가 열릴 때마다 수백명이 몰린다. 국내 양대 경매사의 올해 첫 메이저 경매였던 7일 K옥션과 9일 서울옥션의 경매 낙찰총액은 각각 100억원을 넘겨 양사 합산 216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양사가 크고 작은 경매에서 거둔 낙찰 총액 564억1,000만원의 38%를 단숨에 달성한 것이다.


억, 억 소리는 이제 심심찮게 들린다. 그렇다고 경매가 큰 손들만의 잔치는 아니다. 경매사는 중저가 작품도 많이 취급한다. 온라인 경매에는 10만~20만원 짜리 작품도 나온다. 25억원 신기록이 나온 7일 K옥션 경매도 출품작의 절반 이상이 500만원 이하 여서 200만~300만원 짜리 작품을 사고 좋아하는 20, 30대 월급쟁이들도 많았다.


경매가 미술 시장의 저변을 넓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는 우리나라 경제력에 걸맞으려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가 1조원은 돼야 한다고 본다.


미술품 거래의 절반은 경매, 나머지 절반은 화랑 등을 통해 이뤄지는 선진국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의 경매 시장 규모는 4,000억~5,000억원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대표는 올해 국내 경매 시장 규모를 800억~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