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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트레킹]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랙'

풍월 사선암 2006. 6. 10. 06:39

[해외트레킹]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랙'


뉴질랜드 밀포드 트랙. 3박4일간 강·빙하·호수 따라 54Km 원시 숲길 걷는다.

2,000m 넘는 산들이 늘어선 뉴질랜드 남섬의 남알프스 산맥은 지각변동에 의해 융기된 지형으로, 150만 년 전 빙하가 쓸고간 자리에 급경사를 이룬 U자형 계곡이 형성됐다. 계곡마다 만년설이 녹아 흘러드는 빙하호수에서 흘러내리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또 다시 강과 호수로 흘러들어 장관을 이룬다.


1888년에 퀸틴 메키논에 의해 개척되어 118년 동안 전문 트래커들만 아니라 12세에서 70세까지 일반 초보자들도 즐길 수 있는 트랙으로 전세계에 가장 아름다운 코스로 알려진 밀포드 트랙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매키논 고갯마루. 돌탑은 이 트랙을 개발한 퀸틴 매키논을 기리는 기념탑이다.


하루 출입인원을 40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밀포드 트랙(Milford Track)은 3박4일간 동쪽의 테아나우 호수로 흘러드는 클링튼 강을 따라 걷다가 높이 1,073m의 메키논 패스 고개마루에 올라선다. 클링튼 강과 아서 강을 가르는 분수령이다.


여기서부터 고도 800m를 낮추는 내리막을 걷는다. 인근 산에서 흘러내리는 빙하수들이 모여 서쪽 밀포드사운드 해안 협곡으로 흐르는 아서 강줄기를 따라 거대한 양치식물과 이끼와 너도밤나무 숲길을 걸어 내려간다.


밀포드 트래킹을 하려면 4개월 전에 피요르드랜드 국립공원에 신청해야 한다. 개인 트래커들과 가이드가 따라 붙는 가이드 트래킹으로 구분해 참가비가 큰 차이가 난다. 트래킹하기 좋은 시즌은 11월부터 3월까지다.


4개월 전에 예약해야 가능


한국외국어대 박성래(사학과) 교수 등이 주축이 된 교수 9명이 6개월 전부터 밀포드 트래킹을 준비해왔다. 지난 2월 초 부인들을 동반하고 나선 트래킹단은 현지에서 호주 시드니에서 온 교민 유등진씨 등 4명이 합류해 22명이 됐다.


휴지 조각 하나 떨어져 있지 않은 밀포트 트랙에 들어서려면 출발지범인 테아나우 호수 북단 선착장에서 배에서 내리자마자 등산화 소독부터 해야 한다. 국립공원 관리요원이 등산화를 소독약통에 넣고 휘저은 다음 땅을 딛도록 한다.


개인 트래커들은 침낭에서부터 비옷 등 등산용품들과 세 끼 먹을 식량을 지고 트래킹에 나서지만, 가이드 트래커들은 시중 호텔 못지않은 로지에서 먹고 자기 때문에 개인 필수품과 비옷 등 3-4kg 정도의 배낭만 지고 다닌다

트래킹 제1일. 출발지인 테아나우 선착장에서 내려 에메랄드 빛 클링튼 강을 따라 너도밥나무 숲길을 걷는다. 가이드 트레커들이 묵는 그레이드 하우스를 지나 클링튼 강에 걸린 첫 번째 출렁다리(길이 72m)를 건넌다.


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사람을 따라 다니면서 무는 샌드플라이가 달려들기 시작한다. 사전에 준비해간 뿌리거나 바르는 모기약으로 샌드플라이를 쫓는다. 움직이는 동안은 물지 않는다. 비경에 넋이 나간 트래커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샌드플라이는 새들의 좋은 먹이감이 되기도 한다. 발걸음은 샌드플라이에 시달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빨라진다.


하늘을 덮은 평탄한 숲길에는 지름이 1.5m 되는 600년 이상 된 거목들이 늘어서 있다. 첫날 3.5km만 걸으면 개인 트래커들의 첫 숙박지인 클링튼 산장에 다다른다. 2개의 벙커와 개스와 수도 시설이 된 커다란 부엌이 달린 산장에는 감시원이 상주한다.


저녁에는 산행에서 지켜할 수칙과 다음 날 날씨를 브리핑해준다. 산장에서 반기는 것은 역시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드는 샌드플라이다. 물린 자국을 긁으면 더욱 가렵고 부어오른다. 한국 트래커들은 밥과 국 식사를 고수하느라 식사 준비와 뒤치닥거리에 많은 시간을 보낸다. 유럽 등지에서 온 트래커들은 차에 빵이나 비스켓 등으로 간단히 조용히 해결하고 휴식을 취한다.


트래킹 2일째. 다음 숙박지인 민타로산장까지는 18.2km다. 클링튼 강을 따라 걷는 숲길 양옆으로 송어들이 유유히 노닌다. 강 옆으로 깍아지른 듯한 만년설이 덮인 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클링튼 강의 발원지이기도 한 엘리오트(2,003m) 산의 제보이스 빙하도 멀리 보인다.


코스는 강 서쪽 줄기를 따라 이어진다. 너른 U자형 계곡은 지난 50만 년 전부터 계속된 빙하의 침식작용에 의해 양옆 산들이 깎여나가면서 산기슭이 급경사를 이뤘다. 숲속을 지나 고도가 높아지면서 햇살이 따가운 광활한 관목지대를 지난다. 출발지점에서 17km 지점인 버스스톱 대피소 위로 만년설 빙하를 부둥켜안고 있는 2,131m의 캐슬 마운틴이 가로막는다.


빙하 녹은 폭포수가 벽을 타고 흘러내리다가 허공에 뿌려진다. 빙하 계곡 절벽에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사방에서 흘러내린다. 그 밑 작은 호수 히든 레이크나 프레리 레이크 등에는 산오리들이 노닐고, 트래커들도 잠시 이곳에서 쉬어간다. 수영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봄이나 초여름까지만 해도 자주 발생했던 눈사태 지역을 통과하기도 한다. 거대한 눈사태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는 폼포로나 크릭 지대를 지나 산장에 보급품을 실어날랐을 말들이 풀을 뜯으며 쉬어 갔음직한 초원지대도 지난다.


20km 지점의 미로호수를 지나 22km 지점 못미처 민타로 호수 옆에는 개인 트래커들이 두 번째로 묶어야할 민타로 산장이 있다. 민타로 호수 북쪽 위로 흰 눈을 뒤집어쓴 발룬 산이 올려다보인다. 민타로 산장 주변에는 키아라는 산악 앵무새와, 키위와 비슷하게 생긴 웨카가 몰려와 먹이를 구한다. 이 새들은 트래커들이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 배낭의 지퍼를 열어 먹이를 훔쳐가고 신발을 물어뜯어 놓는다. 이른 새벽 벙커룸의 지붕을 두드려 트래커들의 잠을 깨기도 한다.


세계 5위 서덜랜드 폭포 장관


 

▲ 세계 5위인 서덜랜드 폭포. 3단으로 이뤄졌다.

▲ 세계 5위인 서덜랜드 폭포. 3단으로 이뤄졌다.

개인 트래킹 3일째. 민타로 산장을 나서 강 최상류 출렁다리를 건너면 매키논 패스 오름길이 시작된다. 11번의 지그재그 오름길은 고도를 높이면서 너도밤나무숲과 초원을 오간다. 오르다 보면 세계에서 가장 큰 미나리아재비인 마운틴쿡릴리 등 예쁜 야생화 꽃밭을 지난다.


클링튼 강의 발원지인 클링튼 빙하가 있던 아이쿠일레 로우게(1,779m) 일대도 내려다보인다. 밀포드 트랙의 백미는 클링튼 강과 아서 강의 분수령인 매키논 패스(1,073m)에 올라서서 2일간 올라온 계곡과 동북쪽으로 흐르는 아서 강 계곡을 한눈에 굽어보는 것이다.


클링튼 강 하구에서 표고차 500m도 채 못 되는 높이에 올라섰지만 눈 덮인 발룬 산과  윌머 산과 엘리오트 산을 둘러보는 매키논 패스 고갯마루에 올라선 트래커들은 모두 한동안 자리를 뜰 줄 모른다. 고갯마루에는 한 달여에 걸쳐 클링튼 강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넘어가는 이 트랙을 개척한 퀸틴 매키논을 기리는 기념돌탑이 세워져 있다.


고갯마루에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서덜랜드 폭포로 가는 길목에 있는 퀸틴 산장까지 표고차 800m를 지그재그로 내려가야 한다. 고갯마루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밀포드 트랙에서 가장 높은 지점인 1,154m 고지에 올라선다. 수백 미터 더 가면 산장이 나온다. 고원 분지 곳곳에 물웅덩이들이 있다. 가재들이 살고 있는 이 웅덩이 가장자리에서는 청고동 껍질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이 물은 마실 수는 없다.


지그재로로 내려가는 하산길은 계곡 위 제르보이스 빙하가 녹아내리면서 봄과 초여름에 산사태를 자주 일으켜 트랙이 막혀버리기 일쑤다. 비상시를 대비해 질러가는 트랙을 하나 더 만들어 놓았다. 발룬 산기슭을 끼고 돌아 아서 강의 발원지인 엘리오트(2003m) 산의 모레인 크릭을 지난다.


멀리 거대한 서덜랜드 폭포 상단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서 계곡을 굽어보면서 내려가는 계곡 곳곳에는 계곡을 뒤흔드는 크고 작은 폭포들이 연이여 나타난다. 다시 깊은 너도밤나무 숲길에 들어선다. 32km 지점에 가이드 트래커들의 숙소인 퀸틴 산장이 아서 강 머리에 자리 잡고 있다.


개인 트래커들은 퀸틴 산장 입구에 있는 대피소에 배낭을 벗어두고 왕복 2시간 거리에 있는 서덜랜드 폭포를 다녀온다. 아서 강 상류에 있는 빙하호수 물이 높이 580m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폭포까지 왕복 4km다. 셔더랜드 폭포는 상단 248m, 중간 229m, 하단 103m의 3단 폭포다. 트래커들은 굉음과 휘날리는 물보라를 뚫고 폭포 하단을 뒤로 돌아나오는 폭포 체험을 하기도 한다.


이 폭포는 35km 지점에 있는 개인 트래커 숙소인 덤플링 산장으로 내려오는 아서 강변 비행기 활주로 너머로도 보인다. 트랙 주변으로 1600~1800m대 산들이 둘러싼 깊은 숲길은 덤플링 산장까지 이어진다. 개인 트래커들이 마지막 밤을 보내는 곳이다. 바로 옆 아서 강에 나가 목욕할 수도 있으나 새까맣게 달려드는 샌드플라이를 감당하기 힘들어 다시 옷을 입고 서둘러 산장으로 되돌아온다.


마지막은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로 장식

 

 ▲ 밀포드 사운드 크루즈 도중 만나는 높이161m

    의 보엔폭포.

트랙 4일째. 덤플링 산장에서 밀포드 사운드로 나가는 배를 타기 위해 샌드플라이 포인트 선착장에 오후 3시까지 도착해야 한다. 배 시간에 맞춰 나가야 하기에 모든 트래커들은 바삐 서두른다. 아서 강 줄기를 따라 걷다보면 엘리오트 산과 케프카 산자락에서 흘러내리는 크고 작은 내에 걸쳐 있는 다리를 여러 개 건넌다.


종 모양의 바위를 지나 거대한 메케이 폭포를 구경하고, 세계에서 가장 큰 푸시아 나무 군락지를 지난다. 1893년 죄수 43명이 바위절벽을 깨서 만들었다는 트랙에서 아서 강이 거대한 아다 호수로 바뀌는 장관을 내려다본다.  900년 전 아서 강물이 호수로 바뀌면서 물속에 잠긴 거대한 고사목들이 호수 한가운데 도심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처럼 우뚝 우뚝 서있다.


48km 지점에 마지막 휴게소인 자이언트 게이트 대피소가 있다. 여기서 조금 더 가면 다리 위에서 요동치며 흘러내리는 자이언트 게이트 폭포가 나타난다. 아다 호수에는 상류인 아서 강변의 퀸틴 산장까지 생필품울 실어나르는 보트 선착장도 나온다.


더운 물에 사워하고 찬 맥주 한 잔 들이킬 생각에 트래커들의 발길은 점점 빨라진다. 밀포드 트랙 종점인 샌드플라이 포인트를 향해 줄달음친다. 샌드플라이 포인트 산장에 도착한 한국 트래커 22명과 외국 트래커들은 3박4일간 54km 구간을 무사히 걸어 넘어온 것을 자축하면서 서로 하이 파이브를 외친다. 다같이 헌 등산화가 걸려 있는 밀포드 트랙 기념 탑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면서 월드컵 응원가의 한 대목인 “대~한민국!”을 외치고 박수도 쳤다.


밀포드 사운드 항구에 도착해 아다 호수와 바다가 만나는 빙하 협곡 밀포드 사운드 쿠르즈에 나섰다. 한 달에 평균 17일간 비가 내린다는 밀포드 사운드는 바다에서 수직으로 솟아있는 마이터 피크(1,672m)와 펨브로크 피크(2,000m) 등 산들 사이로 내륙 깊숙이 파고 들어온 내만이다. 융기 해안을 따라 2시간 동안 짧은 크루즈를 한다.


제일 깊은 곳이 265m나 된다는 협곡으로 밀고 들어온 바다 위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떨어지는 해안 폭포들이 곳곳에 걸려 있다. 밀포드 트랙을 무사히 마친 트래커들에게 신의 축복이 내려지는 순간이다. 돌고래들과 바다표범들이 노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크루즈가 끝나면 각국 트래커들은 남알프스를 관통하는 호머 터널을 지나 밀포드 트랙 기점인 테아나우로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를 여러 군데 지난다. 다시 모두들 우리네 자연과 너무나 다른 뉴질랜드의 광활한 원시 형태의 자연에 감탄하게 된다.  


평균 60세가 넘는 이번 한국외대 교수 트래킹 단원들은 귀국해서도 여러날 샌드플라이에게 물린 가려움증에 시달렸다. 그래도 지구상에서 가장 잘 관리하고 잘 보존한 밀포드 트랙을 둘러봤다는 자부심과, 하루 6시간 이상, 많게는 18km 이상 걷는 트래킹을 무사히 마쳤다는 자신감에 지금까지도 모두들 행복에 젖어 있다.


글= 이오봉 사진가 ·아주대 겸임교수 ob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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