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산책/고전음악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3막 中 별은 빛나건만

풍월 사선암 2006. 2. 3. 16:13

 

오페라 <토스카>의 무대가 된 로마 Castel S.Angelo(천사의 성) 야경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3막 中 '별은 빛나건만'

 

오페라 무대에서 불려진 주옥같은 아리아들 중에

결코 빼놓을 수 없거니와 빠질 수도 없는

푸치니의 3대 걸작 오페라에 포함된 <토스카>

3막 중에서 불려지는 '별은 빛나건만'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고 또한 현재까지도 애청되며

성악가들에게도 지나쳐질 수 없는

명곡 중의 명곡으로 꼽아도 손색이 없는 곡

 

많은 사람들의 귀에 익은 세계적 3대 테너인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호세 카레라스

더 이상의 언급이 없어도 우리들에게 익히 잘 알려진 성악가 들이지만

각 개인의 고유 칼라가 있어 불려지는 곡들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전달되어져 오는 거 같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Luciano Pavarotti)

 

육중한 몸에서 제스쳐와 함께 우러나오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의 울림

조금은 칼칼한 맛이 섞이며 뿜어져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극을 향해 치닫고 때론

애수에 젖어 흐르며 무대를 꽉 채운 그의 몸짓과 함께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음을 인식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부른 '별은 빛나건만' 에서 만큼은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겠으나 플라시도 도밍고가 부른 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왜소함을 느끼게 한다

 

도입부에 들려지는 오보에의 연주도 좀 약하게 연주된 거 같이 느껴지고,

초반의 나직한 목소리는 그런대로 넘어가겠으나 중후반부로 넘어가며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고유 색인 칼칼한 맛으로 모아지며 토해지는 고음부가,

극적임을 담아내기에는 플라시도 도밍고가 부른 것에 비해 '별은 빛나건만'에서 만큼은

빠져드는 듯한 느낌이 덜 밀려온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목 터져라 질러내는 외침이라면

플라시도 도밍고는 절규하며 내장을 쏟아내는 듯한 울부짖음이라고나 할까 그런 차이점을

느끼게 하는 거 같다

 

호세 카레라스 (Jose Carreras)

 

백혈병이란 장벽을 거뜬히 뛰어넘어 재기에 성공한 감미로운 목소리의 소유자

서정적인 톤 칼라에 외모 또한 깔끔하여 수많은 여성 팬들에게 설레임을 안기는 성악가

굳이 성악을 하지 않았다 하드라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좋은 곡들을 남기기에 충분했으리라

생각이 든다

일반 팝도 여러 곡을 부르며 크로스 오버에도 자취를 남기고 왕성한 활동을 하는데

건강이 유지되어 오래도록 좋은 모습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호세 카레라스가 부른 '별은 빛나건만'의 소스를 찾으려

이리저리 살펴보아도 눈에 띄지를 않았다

비교해서 들으면 좋을 거 같아 미디를 모아서 올리려 했는데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30대 후반에 친구집에서 들어본 적이 있는데 기억이 희미하지만

매끄럽게 넘어가며 부드러우면서도 애수에 젖은 그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플라시도 도밍고 (Placido Domingo)

 

다시 언급 할 필요도 없이 뛰어난 감성, 가창력, 연기력으로

금세기 최고의 테너로 불려지는 성악가

모린 멕거번과 함께 부른 A love until the and of time, 존 덴버와 함께 부른 Perhaps love 등

대중적인 팝으로도 친숙한, 클래식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의 소유자

더 이상의 찬사가 사족이며 목소리만으로도 정이 가고 남성인 나로서도

흠모의 눈길을 보내게 하는 사람이다

 

개인적인 친근감이 들어서일까?

외모에서도 부드러움과 중후함 그리고 인간적인 면이 함께 섞여 풍겨오지만

눈을 감고 듣노라면 한편의 서정시를 읽는 듯 알 수 없는 깊이에 빠지며

마치 내가 어느 무대에 올라서 곡을 부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도 한다

 

그러한 플라시도 도밍고가 부른 '별은 빛나건만'

도입부에 전해져 오는 오보에의 음색부터 나를 자극한다

시작 첫 음부터 비통의 서곡인 듯 서서히 흐르며 전율로 다가오는 오보에

다른 테너들이 부른 곡에서 연주된 오보에 선율보다 좀 더 선명하고 아리게

전해져 오는 느낌이 도입부부터 깊이 빠져들게 한다

이어서 들려오는 플라시도 도밍고의 낮은 목소리

나직하게 시작되나 결코 가볍거나 가늘지 않고, 무게에 실린 남자의 비통함을 예고하듯

흐느낌 없는 깊은 곳의 통한이 흐른다

협주와 어우러지며 곡이 이어지고 고음부에 가서도 가늘게 모아짐이 없이

울림의 고조는 뜨거워지며 결코 말로 다 표현 못할

남자의 비애 담긴 외침이 절규가 ...

 

어떠한 성악가가 부른 곡에서도 느끼지 못할 연속성으로 파장이 전달되어진다

다른 성악가들이 부른 것은 오보에 연주부터 음이 약하고 또한 성악가의 목소리가

너무 낮고 조용히 시작돼서 깊은 절망감을 표현하기에는 가늘어진 느낌이고

고조에 가서도 처음 부분과 격리되어 단절된 느낌으로 전해져 오는 거 같은데,

플라시도 도밍고의 목소리는 처음부터의 긴장이 고조에 가서도 이어지며

같은 연속선상에서 강하게 밀려오는 침통함과 절규와 비통을 담은 남자의 모든 것이

뒤섞여 진동으로 전해져옴을 느끼게 한다

무대에 선 성악가가 아닌 극 중의 인물이면서 마치 모든 이의 한맺힘을 대변하기라도

하는 듯 숨을 죽이게 만들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듣는 이로 하여금 극 중의 주인공과

일체가 되어 함께 숨을 몰아쉬게 하는 거 같다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마무리 부분에서 조금은 늘어진 듯한 감이 있는데 늘어짐을 줄이고

짧게 끊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플라시도 도밍고 미디를 함께 올리니 비교해서 들어보며

나름의 감상이 되었으면 좋겠고, 시간이 된다면 타 블로그에 있는 다른 성악가들의

목소리도 음미하며 지난 시간들을 회상해 봄도 좋을 거 같다

 

오랜만에 가져보는 한가한 주말

여러 곡들을 들어보며 지난 기억들도 더듬어 보는데

겨울 문턱에 들어서인지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차가운게

극 중 카바라도시의 사형집행을 앞둔 심경을 소리없이 전하는 듯하다

 


Luciano Pavarot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