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들 美 명문대 보낸 엄마의 자녀와 대화법
올바른 대화 습관 사고·논리 키워
“엄마는 우릴 감시해” 대화단절 원인
자녀, 독립적 존재로 인정해야
■학원 가기 싫어할 때
“알아서 해. 그대신 성적 떨어지면 가만 안 둬” 대신 “정말 싫으면 그만두고 대신 대안으로 어떻게 공부할 것인지 찾아보자”고 하면 어떨까.
■성적이 떨어졌을 때
“그것도 점수라고 받아왔어?” “바보같이 아는 것도 틀리다니…” 대신 “지나간 성적에 신경 쓰지 말고 다음에 잘 보면 되지 뭐” “성적이 내려갔다고 죽고 사는 건 아니니 걱정 마”라고 말하며 어깨를 토닥여 보라.
■거짓말을 할 때
다짜고짜 호통을 치지 말고 스스로 자백하도록 유도하자. 너무 심하게 꾸짖으면 잘못을 야단맞은 것과 상쇄시켜 죄책감을 갖지 않는다. 자백하게 한 후 “거짓말이 왜 나쁜지 알지? 앞으로 안 그럴 거지?” 단 몇 마디로 끝내고 또 거짓말하면 어떤 벌을 받겠다는 약속을 받아 둬라.
■포르노사이트를 볼 때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놈이…” 대신 “나도 네 나이 때는 그랬지. 더 심했는지도 몰라”라며 자연스럽게 대해 줘라.
■컴퓨터게임만 할 때
“공부 안 하고 뭐해?” 대신 “네가 실컷 게임하는 것이 좋다면 그렇게 해라”라면서 담담한 태도를 보여주자. 친정아버지는 어린 우리들에게 저녁 식탁 앞에서 그날 벌어진 일을 논리정연하게 발표하도록 했다. 발표를 잘하면 그동안 사주지 않았던 크레파스니 스케치북 같은 것을 사주고 발표 내용이 시원치 않으면 밥을 못 먹게 하셨다. 그 결과 모든 형제들이 교수, 변호사 등 말과 관련 있는 전문직을 가졌다.
나 역시 이 방법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해 연년생 두 아들은 어디 가서든지 말을 논리정연하게 잘한다는 칭찬을 듣는다.
말이란 피아노를 치거나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제대로 된 방법을 익혀야 잘할 수 있는 것이다. 친정아버지의 고된 훈련 덕으로 대화 전문가가 된 나는 무엇보다 아이들 기르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자식이 열 살만 넘어가면 아예 대화가 끊긴다고 호소하는 부모들이 많다. 우리 아이들은 대학에 다니면서도 부모가 귀찮아할 정도로 여자 친구에게 차인 이야기, 키스하다 실패한 이야기, 길거리에서 이상한 사람 만난 이야기 등을 쏟아 놓는다. 비결은 간단하다. 자식들이 말하는 중간에 끼어들어 옳다느니 그르다느니 잘했다느니 못했다느니 평가하지 말고 무조건 “저런, 그래서” 등의 맞장구만 쳐주면 된다.
부모 자식 간은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저절로 말이 통할 거라고 오해하기 쉽다. 부모 자식처럼 세대가 다르고 자라온 환경이 다른 사람 간의 대화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자식들은 부모 없이 생존하기 어려운 약자의 입장이기 때문에 부모의 사소한 말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따라서 강자인 부모가 위축되기 쉬운 자식의 말을 포용력을 가지고 들어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자식과 친구처럼 농담을 주고받고 비속한 용어를 거리낌없이 사용하도록 방임하라는 말은 아니다. 자식이 부모에게 친구에게나 쓸 법한 농담이나 거친 말투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면 부모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권위가 깨져 자식을 바르게 기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모들이 자식과 대화가 어려운 가장 큰 원인은 자식들이 부모가 자신을 감시한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부모가 감시자로 비춰지면 자식들은 부모에게 진심을 보이지 않고 가식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기가 센 아이들은 대들거나 부모 말을 무시해 버리고, 기가 약한 아이들은 부모 말을 피한다.
따라서 툭하면 자식들에게 “너 지금 뭐해?” “공부 안하고 왜 딴 짓 해” 등 감시자의 느낌을 주는 말은 삼가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유학 가는 엄마를 따라 미국에 유학 간 초기의 영어 실력은 현지인들에게 통하기 어려웠다. 그 때문에 나는 아이들이 주눅이 들면 어쩌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는데, 평상시에 워낙 많은 대화를 나눈 덕인지 자신이 아는 단어를 모두 동원하며 그들의 문화 속으로 거침없이 들어갔다.
덕분에 큰아이는 미시간대 건축과에서 톱을 차지하고 작은아이는 뉴욕 비즈니스 스쿨과 줄리아드 음대를 동시에 다니며 ‘공부기술’이란 책도 펴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나에게 상담을 청해오는 부모님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떻게 하면 대화로 아이를 공부 잘하게 할 수 있는가?”와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도 재미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가?”이다.
나는 그러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자녀를 독립적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는 한 대화는 통하지 않습니다. 자기 식으로 가르치려다 부모나 자녀 둘 다 상처를 입게 됩니다. 자녀도 부모가 완벽한 인간이 아니란 것을 인식하고 부모도 자식을 독립된 한 인간으로 인정하면 관계가 훨씬 개선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한다.
아마 요즘 많은 고3 부모들이 자녀들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결과를 놓고 자녀들과 갈등을 빚고 있을 것이다. 시험 결과에 대해 부모가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마음 자세와 미래가 달라질 것이다.
성적이 기대 이하로 나왔을 경우 “다음에 잘하면 돼”라는 명쾌한 한마디로 자녀들의 마음을 만져주고 차근차근 그간의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들을 이야기하는 부모가, 자녀의 점수 문제로 촉각을 곤두세우는 부모보다 자녀의 성공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임을 확신한다. 혹 대학 입시가 1~2년 늦어진다 해도 자식들과 대화창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된다면 자녀는 인간관계를 좋게 해 더 좋은 학교를 나온 아이들보다 사회생활을 더 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자녀의 말하기 훈련에 부모가 나설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자녀의 장래는 크게 달라질지 모른다. 현명한 부모들은 ‘남보다 먼저 자녀와의 대화에 관심을 갖는 부모’가 자녀를 성공시킬 수 있음을 이미 눈치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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