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맘에 안 든다고 언론 압박하는 문빠… 黨 기관지를 만들든가

풍월 사선암 2020. 4. 14. 07:19

"맘에 안 든다고 언론 압박하는 문빠기관지를 만들든가"

 

[김기철의 시대탐문] [10]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조국 수호' 정당은 퇴행적경제 실적 안 좋은 정부, 통치보다 정치에만 신경 써

진중권이 보수 위해 비판? 그는 옳다고 생각하는 걸 말할 뿐

 

진보 진영이 심상찮다.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이던 지식인들이 지난해 조국 사태를 계기로 비판을 쏟아내며 등 돌리고 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지난주 "문재인은 최소한의 상()도덕을 지키지 않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국 사태에서 보듯,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약속한 취임사와 달리 정반대로 나갔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독선과 오만을 비판하는 글을 매일 미사일처럼 날리고 있다. 김경율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서민 단국대 교수,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도 대열에 함께 섰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88만원 세대'를 쓴 경제학자 우석훈(52)2012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2016년 총선 때는 더불어민주당 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을 맡았다. 그런 그도 조국 법무장관 임명 다음 날인 20199월 블로그에 '87년 이후로 이어져 온 개혁파의 명분은 끝났다'고 썼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평창동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우석훈은 "'조직보위론'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나 박근혜 정부 모두 자기들끼리 똘똘 뭉치다 정권 날려 먹은 것 아닌가"라고 했다. /조인원 기자


무엇이 진보 지식인들을 화나게 만들었나.

 

"원래 진보 진영은 다른 목소리가 많다. 조국은 시민운동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였으니 찬반 격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10, 20대가 많이 실망하는 걸 봤다. 미래 세대가 옳지 않다고 하는데 그걸 어떻게 외면하나. 공직자에게 요구하는 도덕성의 기준은 점점 강화되고 있고 그 방향이 맞는다고 생각한다."

 

현 정부가 여기서 밀리면 집권 후반기 내내 힘이 빠진다거나 지지층 분열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정책을 놓고 논쟁을 벌여야지 사람을 놓고 고집부리는 건 명분이 없다. 한국은 진보, 보수가 반반인 나라다. 힘으로 몰아붙여 끌고 갈 수 없다.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조국 사태는 그 사람을 쓸 것인지 말 건지밖에 없으니 탈출구가 없었다."

 

이번 총선엔 '조국 수호'를 선언한 정당까지 등장했다.

 

"퇴행적이다. 지난번 친박(親朴) 신당과 뭐가 다른가."

 

강준만 교수나 진중권 교수가 현 정권을 시원하게 비판하니까 보수가 환호한다.

 

"이분들이 보수를 위해 정권을 비판하는 건 아니다. 옳다고 생각하는 걸 얘기할 뿐이다."

 

경제실적도 없이 뉴스 밸류만 따지는 청와대

 

강준만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층인 '문빠'가 한겨레·경향에 '어용 언론'이 되도록 압박한다고 비판했다.

 

"자기들 입맛대로 보도하는 언론을 원하면 당 기관지(機關紙)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사실을 캐내고 심층 보도를 하는 게 언론의 기본적 역할이다. 언론, 공론장이 뭔지를 모르는 것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상도덕이 없다고도 비판했다.

 

"취임사야 그냥 좋은 얘기를 한 것뿐이다. 문제는 정권의 실적이다. 청와대가 아니라 무슨 언론사 데스크 같다. 뉴스 밸류(가치)만 엄청 따진다. 밸류가 없다고 생각하는 정책은 뒤로 제쳐놓는다. 청와대는 정치만 하는 곳이 아니라 통치를 하는 곳이다. 분기별, 연도별로 나오는 성장률, 수출 실적 같은 수치는 피해갈 수 없다."

 

정권 내부 분열 때문에 정권을 뺏겼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말인가.

 

"노무현 정부는 200311월 열린우리당 창당하면서 분열을 주도했다. 분열 때문에 망했다는 건 자기들 머릿속에 있는 환상이다. 노무현 정부는 성과가 안 좋아서 망했다. 지금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도 경제 실적이 안 좋다는 것이다. 설명이 길다는 것 자체가 성과가 불확실하다는 얘기 아닌가."

 

문빠들은 진보 진영의 자기비판에 대해 보수 세력에 이로울 뿐이라며 입을 다물도록 압력을 넣는다.

 

"노무현 정부 때 그거 열심히 하다가 정권 날려 먹지 않았나. 박근혜 정부도 친박끼리 너무 잘 단결해서 정권이 날아간 것 아닌가.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경제는 형편없는데 자기들끼리 잘된다고만 하면 통할까."

 

"조직보위? 너무 잘 단결해서 정권 날아가"

 

강준만 교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민주화가 된 세상에서 그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운동권식) '조직 보위론'을 다시 꺼내 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나 시민단체에 성폭력이 일어나도 '조직 보위론'을 내세워 은폐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시민단체는 여성이 많이 활동하니까 좀 바뀌었는데, 남자가 많은 노조에선 최근까지도 그런 분위기가 있었다. 조직 보위론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자신을 어떻게 규정하나.

 

"좌파 경제학자다. '자본론'을 열심히 읽었다. 지금도 마르크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파리 제10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고 기업(현대환경연구원)과 정부(총리실), 정당(더불어민주당), 대학(성공회대 외래교수)두루 거친 이 50대 경제학자는 아홉 살, 일곱 살 두 아이를 키우며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서른 권 넘는 책을 쓴 그는 인터뷰 다음 날 두 번째 소설 '당인리'가 인쇄에 들어간다고 했다. 우석훈은 오후 4시 반이 되자 일어섰다. '돌봄 교실'에서 돌아오는 아홉 살, 일곱 살 아이를 맞으러 간다고 했다. 카페를 나서자 절정의 벚꽃, 개나리꽃이 달려들었다.

 

조선일보 김기철 학술전문기자 입력 2020.04.13 0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