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째 이런일이
우리의 '삶'은 '만남'으로 시작된다. 태어나자마자 부모를 만나고, 얼마 안 있어 형제를 만나고, 자라면서는 이웃을 만나고, 일하면서는 세상의 뭇 사람을 만난다. 노사연은 '만남' 그것은 '우연'이 아니고 '바램'이라고 노래한다.
바램은 욕구(欲求)이다. 그래서인지 시도 때도 없이 누군가 만나고 싶어 한다. 나에게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석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있다. 그런 만남이 언제부터인지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꽤 오래 된 것만은 틀림없다.
그 때 처음 만날 때는 시끄러웠었다.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술을 많이도 마셔 됐었다. 두주불사(斗酒不辭)였다. 지금은 담배 피우는 사람이 거의 없다. 술 마시는 사람은 반 이상 줄어 있고, 만남 끝에는 노래방엘 들려 목이 터져라 노랠 불렀었는데 이제는 착한 양(羊)들이 되어 뿔뿔이 집을 찾아 가기에 바쁘다.
<'MBC사우회 송년의 밤' 행사는 396명 회원과 일부 보호자들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이루어졌다>
그런데 지난 12월 12일 목요일 5시에 신도림 테크노마트웨딩시티에서 'MBC사우회 송년모임'끝에 헤어지는 게 아쉬워 몇 명이 생맥주집에 들린 후 노래방엘 갔었다.
노래방에서 내가 부른 노래는 최병걸의 '난 정말 몰랐었네'옅다. 우리들이 몸담았던 MBC가 엉망진창이라는 소리를 듣고 믿어지질 않았다. 그런데다가 MBC YB들이 MBC OB 우리들더러 적폐대상자들이란 한다니.... 그래서인지 송년모임에 MBC YB가 한 명도 보이질 않았다. 우째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우리들이 상암동MBC신사옥을 방문한 것이 2014년도 말이었다. 그때는 현직에 있던 후배들이 많이들 우리들을 반겨줬었다. 방문 후 MBC사우회보에 실렸던 글 일부를 전재 (轉載)해본다.
지난 토요일 (11월 29일)MBC 상암 신사옥 방문 행사가 있었지. 지하철역에서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태워줘 신사옥으로 가 로비로 들어서니 '飮水思源 掘井之人' (물을 마실 때는 근원을 생각하고 우물을 판 사람의 고마움을 잊지 말자.)는 글이 눈에 들어왔었다. 이 말은 中國 梁나라 장군 庾信의 '徵調曲에 나오는 글로 알고 있다.
허나 이 글이 MBC와 가까워진 것은 朴正熙대통령이 5.16장학생들의 '靑五誌' 創刊을 祝賀하며 쓴 휘호(揮毫)이고, 5.16 장학회 이사장실 기둥 벽에 걸려 있는 걸 MBC 어느 사장이 보고 그 글을 표구해서 정동사옥 복도에 걸어놔 MBC직원들과 가까워졌던 글이다.
좋은 뜻의 글이긴 하지만 상암동 MBC 후배들에겐 이런 글이 더 좋을 듯 싶다.
근심지목(根深之木) 풍역불올(風亦不扤) 원원지수(源遠之水) 한역불갈(旱亦不竭)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샘이 깊은 물은 가뭄에 마르지 아니한다. -龍飛御天歌-
그때 본 '飮水思源' 액자는 철거되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란 글로 바뀌었다고. 溫故知新?
60년대 우리들이 인사동에서 MBC에 입사 했을 때 회사가 가난해 그리 많지도 않은 월급을 은행에서 차입 해다 주는 것이었다. 그러다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정동.여의도에서 근무 할 때에는 월급에다 상여금에다 또 이런 것 저런 명목으로 많이도 줘 흐믓했었다.
모두의 선망(羨望)의 대상이었던 MBC가 어쩌다 적자회사가 되고 덩달아 본사지원에 만만디(慢慢的)했던 MBC사우회가 운영 곤란을 겪고 있다니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직장 다닐 때 예비군에다 민방위 교육을 받았다.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유비무환'(有備無患)뿐이다. 그럴러면 하나가 되어야지 둘이 되면 안 된다. 교향악(交響樂)을 생각해본다. 교향악에 울려 퍼지는 악기들 소리는 각기 다르다. 하지만 한테 어울려 멋진 교향악을 연주 해낸다. 우리들의 삶이 교향악 같아야 하는 것 아닌가...?
2020년도 사자성어가 공명지조(共命之鳥).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 같이 생각하지만 그러다간 모두 죽고 만다는 뜻이라는데....
우리 모두 무엇인가를 念慮해야 할 四字成語 같다.
<옹달샘님의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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