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금기
‘사람은 나이대로 산다.’ 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다른 뜻은 ‘나이에 걸맞게 사는 게 옳다.’ 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젊은이가 겉 늙은이처럼 사는 것도 문제지만 늙은이가 젊은 사람처럼 행세하는 것도 바른 자세는 아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결국 모든 나이에는 그 나이에 걸 맞는 생활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나이대로 사는 게 가장 잘 사는 것 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노인은 이미 늙은 사람이지만, 젊은 사람이라 해도 결국은 노인이 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섭리다. 그래서 노년생활을 정리해보고 노인답게, 나이에 걸맞게 사는 것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다. 노인에게는 반드시 그 나이에 걸 맞는 생활의 자세가 있다. 그걸 알고 사는 것과 모르고 사는 것은 삶의 질에서 큰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노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생활의 자세는 자기의 나이를 알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상당수 노인들은 젊어지려는, 젊게 보이려는 욕심을 가지고 있다. 머리를 염색하고, 가발도 써보고, 심지어 성형 수술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여자노인들 중에는 그 나이에 걸맞지 않는 짙은 화장까지 하는 분들도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건 자기의 나이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때 만 가능하다. 그래서 자기의 늙음을 알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겉보다는 안을 꾸미는 일에 비중을 두는 게 옳다. 안이 가득차면 그건 반드시 아름다운 모습으로 밖으로 드러난다. 그게 정말 아름다운 것이다. 안이 추하면 밖으로 나타나는 모습도 늙고 추하게 보인다. 그래서 노인에게는 금기도 많아진다. 노인다워지기도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노인들에게 나타나는 가장 추한모습은 노욕-老慾 이다. 늙은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욕심이 그것이며 대표적인 것의 하나가 식탐이다.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어떤 노인들은 젊은 사람들 보다 더 음식에 욕심내는 이들이 있다. 다 먹지도 못하면서 게걸스럽게 그릇에 음식을 넘치도록 담는 모습은 정말 늙은이의 추한 모습니다.
그래서 식탐은 노인금기의 첫 자리에 있다. 사실 나이가 들면 한꺼번에 많이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소화기능과 신진대사가 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조금씩, 자주 먹으라는 의사들의 권고가 그것이다. 적당한 소식은 노년건강의 필수조건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었다면 어디에 가던 지 식탐은 금물이다. 보기에도 안 좋고 건강에도 나쁘기 때문이다. ‘식욕은 죽음보다 강하다’ 는 서양격언이 있다. 그래서 더더욱 노인에게는 식탐이 금기인 것이다.
사람이 늙으면 가장 중요한 게 돈이 아니라 건강이다. 건강하면 돈을 쓰면서 즐겁게 살수있지만 건강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돈도 무용지물이다. 은퇴와 함께 시작되는 노년을 준비하는 분들이 돈이 제일 중요한줄 알지만 사실은 건강이 더 중요하다. 특히 지금처럼 평균수명이 길어진 시대에는 더 그렇다. 자칫 노년기의 대부분을 병치레 하면서 살수도 있다.
그래서 노인들의 대부분은 자기건강에 대해 예민하고 탐욕적이다. 병원을 순례하고, 좋다는 보양식과 건강식은 물론, 엄청난 양의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다. 이런 탐욕이 인간의 몸이 가지고 있는 자생력-스스로 회복되는 기능을 파괴하고 있다. 모든 게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은 이 경우에도 해당된다. 지나치게 약에 의존하는 생활은 반드시 지양해야 옳다. 걷기운동만 꾸준히 해도 노년의 건강은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
우리주위엔 자기의 나이 많음을 내 세우는 사람들이 있다. 일종의 군림인 셈이다. 특히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을 대하는 태도가 그렇다. 사실은 쓸데없는 권위의식이다. 젊은이들이 노인을 기피하고 폄하하는 원인의 대부분이 이 때문이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 노인들도 나이를 먹을수록 겸손해져야 한다. 현역을 떠나 은퇴했다는 것은 사회의 중심에서 비껴 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참견을 줄여야 하고 입을 다물어 침묵해야 한다. 그런 겸손한 행동은 군림할 때와는 전혀 다른 대접을 받을 수 있다.
존경심이 그것이다. 존경받는 노인이 된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첩경이 겸손해 지는 것이다. 그게 나이대로 사는 지혜와 방법이기도 하다. 상스럽고 거친 노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드럽지만 깊이 있는 자세로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노인이 되어야 한다.
늙어서 돈 없으면 죽은 목숨 이라는 말은 진리에 가까운 지적이다. 자식들도 돈 있는 부모에게는 잘 하지만 가난한 부모에게는 문안전화도 안 하는 게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탓하기 전에 자기의 준비부족부터 반성하는 게 옳다. 보통의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기들의 노년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자식교육 때문이다. 이게 아주 큰 함정임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자식이 늙은 부모를 부양하는 시대가 아니다. 그런 자식에게 올인 하는 것은 스스로의 무덤을 파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은 짓이다. 특히 평균수명이 길어진 지금은 더 그렇다. 자식을 기르고 교육시키되 한계는 그어야 한다. 최소한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는 스스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려서부터 교육하고 선을 그어야 한다. 준비 없는, 준비가 부족한 노후는 곧 지옥이 될 수도 있다. 현실은 그만큼 무섭다.
이제는 노인이 된 후 현실적으로 기피해야하는 문제들에대해 생각해 보자. 우선 노인이면 주거를 아파트로 정하는 게 좋다. 독립주택은 관리가 필수며 손이 많이 가야한다. 노인에게는 버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노인들은 아파트에 사는 게 유리하며 평수도 적은 게 좋다. 각종 관리비용에 부담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신문광고에 속아 부동산에 투자하는 경우다. 월세가 또박또박 들어온다는 보장은 없다. 임대료가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그때부터가 마음고생이 생기는 것이고 심하면 병을 얻는다. 노인에게는 부동산 관리가 버거운 일이다. 그래서 신문광고에 속아 넘어가면 안 된다.
노년기의 안정적인 월수입은 국민연금, 개인연금, 보험, 펀드 등이 좋다. 지금의 월수입이 생활하기에 어렵다면 주저하지 말고 주택연금에 가입, 편하게 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은 자식에게 집을 물려주는 시대도 아니다. 제집을 가지고 있으면서 궁핍하게 살 이유가 없다.
다음이 손자 봐 주기다. ‘새 쫓는 것과 애 봐주기는 뒤가 없다.’ 라는 우리속담이 있다. 애쓰고도 보상은 없는, 허무한 일 이라는 얘기다. 노인이 애를 봐 주는 것, 그게 비록 손자라 해도 체력적 소모는 엄청난 것이다. 그렇게 힘든 일도 드물 것이다. 그래서 병나고 눕게 되면 그 인생은 종친 것이나 다름없다.
딸이 용돈을 주기 때문에, 며느리가 생활비를 보태주기 때문에 손자 봐주는 노인들이 많다.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냉정히 대비해 보기 바란다. 소탐대실, 적은 것에 욕심내다 아주 큰 것, 자신의 건강을 잃는다는 현실을 봐야 한다. 노인들의 손자 봐주기는 그래서 금물이다. 어려우면 다른 방도를 찾을지언정 손자 봐주기는 하지 말아야 한다. 건강을 결정적으로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빨리 늙고, 병들고, 일찍 죽을 수 있다. 그만큼 체력의 소모가 큰일이다.
나이든 사람은 건강, 돈과 함께 생활환경을 바꿔야 한다. 어항을 생각해 보자. 어항 속물이 탁하면 그 안에 살고 있는 고기들이 건강하게 오래살수 없다. 반대로 물이 맑으면 고기들은 건강하게 오래살수 있다. 도심이 탁한 물-공기라면 교외지역은 맑고 깨끗한 물-공기다. 사람이 그 일상에서 매일 깨끗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산다는 것은 특이 노인에겐 아주 중요한 생활조건이 된다.
도심의 집을 정리하면 교외에서는 더 좋은 집을 장만할 수 있다. 그리고 매일 논과 밭 사이를 걷기운동하면 건강은 보증수표다. 편리함과 습관 때문에 도심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그 탁한 공기 속에서 노년을 보낸다는 것은 정말 어리석은 선택일 뿐이다. 다시 어항 속을 생각하면 그 차이가 분명해 질 것이다.
매일 노인정에 나가 백 원짜리 화투를 치고, 아니면 복지관에서 살다시피 하거나, 공원벤치에 앉아 장기로 소일하거나, 그도 아니면 전철을 타고 다니며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반드시 그 이후를 생각해 봐야한다. 그게 누구든 나이가 많아져 근력이 떨어지면 외출자체가 불가능해 진다. 결국 방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그때,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가.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그대로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방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을 준비해야한다.
대표적인 것이 읽기, 듣기, 쓰기, 보기, 뭔가 하기 등이다. 신문과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글을 쓰고, 즐기는 영화를 보고, 꾸준히 컴퓨터 하기 등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특히 컴퓨터에는 아주 익숙해져야 소통과 접속을 이어갈 수 있다. 세상을 향한 열려있는 창인 것이다. 그 외에도 자기의 취향에 따라 새로운 것들을 개발할 수 있다. 노인은 노인답게 살아야 한다. 품위와 깊이를 가지고 존경받는 노인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식사를 해 보면 그 사람의 거의모든 것을 알 수 있다. - 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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