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얘야, 너 삼 만원만 주고 가거라.

풍월 사선암 2018. 12. 23. 23:10


얘야, 너 삼 만원만 주고 가거라.

 

"얘야, 너 삼 만원만 주고 가거라."

"없어요."

 

80살이 넘은 아버지가 회사에 출근하는 아들에게 사정을 했건만 아들은 박정하게 거절을 하였다.

늙은 아버지는 이웃 노인들과 어울리다 얻어만 먹어 온 소주를 한 번이라도 갚아주고 싶었다.

 

설거지를 하다 부자간의 대화와 아버지의 그늘진 얼굴을 훔쳐본 며느리는 한참 무엇을 생각하더니

밖으로 달려 나갔다.

 

한참 만에 버스를 막 타려는 남편을 불려 세워 숨찬 소리로 손을 내밀었다.

 

"여보, 돈 좀 주고가요."

"뭐 하게?"

"얘들 옷도 사 입히고 여고 동창생 계모임도 있어요."

 

안주머니에서 오만원 가량을 꺼내 헤아리며 담배 값이, 차 값이 어쩌니 대포 값이 어쩌니

하는 것을 몽땅 빼앗아 차비만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아파트 양지바른 벽에 기대 하늘만 바라보는 시아버지께 돈을 몽땅 내밀었다.

 

"아버님, 이 돈으로 드시고 싶은 소주도 잡수시고,

 친구들과 대공원에도 가고,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연신 눈물이 쏟아지려는 시아버지는 며느리가 고마워서 말을 잊은 채

어떻게 할지 모르는 표정 이었다.

 

그날 저녁에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왔다.

그리고는 왜 얘들 얼굴에 꾸중물이 찌찌하게 이렇게 더럽느냐고 말했다.

 

그 이튿날도 또 그 다음 날도 애들 꼴이 더러워져가고 있었다.

새까만 손등이며, 며칠 전 까지만 해도 반드레하던 얘들이 거지꼴로 변해갔다.

 

남편은 화를 벌컥 내어 고함을 쳤다.

"여편네가 하루 종일 뭐 하길래 애들 꼴을 저렇게 만들어 놓았어?"

 

남편의 화난 소리를 듣고 있던 아내도 화를 내어 남편에게 소리를 질렀다. 

"저 얘들을 곱게 키워봐야 당신이 아버지께 냉정히 돈 삼만원을 거절했듯이

우리가 늙어서 삼만원 달래도 안줄거 아니예요? 당신은 뭣 때문에 얘들을 깨끗이 키우려고 해요?"

 

아내에게 기가 질려버린 남편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늙은 아버지의 방문을 열었다.

늙은 아버지는 아들의 무정함을 잊은 채 어서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늙은 아버지는 "회사일이 고되지 않느냐?"

"환절기가 되었으니 감기에 조심해야 한다."어린애처럼 타이르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의 더 없는 사랑에 아들은 그만 엎드려 엉엉 울고 말았다.

 

독일의 속담에도

"한 아버지는 열 아들을 키울 수 있으나 열 아들은 한 아버지를 봉양키 어렵다."는 말이 있다.

 

자식이 배부르고 따뜻한가를 늘 부모는 묻지만, 부모의 배고프고 추운 것은 자식들은 마음에 두지 않는다. 자식들의 효성이 아무리 지극해도 부모의 사랑에는 미치지 못한다. 우리는 부모가 짐이 되고 효가 귀찮게만 생각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효는 옛 부터 가족을 사랑으로 묶는 밧줄과 같은 것이다. 효의 씨앗을 심고 가꾸는 일은 부모가 자식에게 효를 내리 실천해 모범을 보이는 일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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