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길 90세 소회, '내 나이 90이 된 첫날에...'
오늘은 내 나이 90이 된 첫날입니다.
옛날에는 60 회갑만 되어도 오래 산다고 했는데 70 지나 80 지나 이제 90이라니 이게 웬 말입니까? 좀 부끄럽기도 하고 좀 자랑스럽기도 합니다.
나는 나이 열여덟에 시골 국민학교 교사로 인생을 시작하여 대학에 다닐 때에는 주일학교(Sunday school) 교사였고,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고 그 뒤에는 대학의 전임강사가 되었고 은퇴하기까지 교편을 잡고 후배들을 가르쳤습니다.
4년 동안 국회의원 노릇을 했지만 사람들은 나를 ‘의원’이나 ‘대표’라고 부르지 않고 ‘김 교수’라고 불렀습니다. 나는 그 오랜 세월 제자들이나 후배들에게 무엇을 가르쳤는가?
그것을 한 번 요약해 보았습니다.
(01) 거짓말을 하면 안 돼.
(02) 남의 말을 하지 말라.
(03) 굽히지 말고 떳떳하게 살라.
(04) 남을 괴롭히지 말라.
(05) 언제나 약자 편에 서라.
(06) 부지런하게 살라.
(07) 건강이 제일이다.
(08) 돈의 노예가 되지 말라.
(09) 최선을 다하면 된다.
(10) 친구 두 서넛은 있어야 한다.
(11) 부모를 공경하고 이웃을 사랑하라.
(12) 죽음 앞에 태연하라.
이것이 내가 마련한 열두 가지 교훈입니다.
매일 나를 향해 이렇게 일러주면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가르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젠 내게 남은 세월이 길지 않다는 걸 내가 압니다.
<시사플러스 | 2017.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