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기자들은 모두 실명했을까?

풍월 사선암 2018. 8. 14. 08:10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13] 기자들은 모두 실명했을까?


 

조제 사라마구 '눈 먼자들의 도시'

 

우리나라 공영방송사들에는 정말 예산이 넘쳐나는 모양이다. KBS·MBC에는 방송에 필요한 인원의 2배가 취업하고 있다는 인상이 든다. 방송사별로 '좌파' 성향의 직원군()'보수' 성향의 직원군이 있어서 집권당의 이념에 따라 한쪽이 헤게머니를 장악하고 다른 한 편은 '물을 먹게' 되는 것 같다.

 

작년부터 많은 '보수'성향 아나운서·기자·PD들이 KBSMBC에서 '적폐'로 몰리며 해직까지 되고 고발도 당하고 있다. 이런 굿판이 벌어지는 사이에 방송 내용은 부실과 왜곡을 넘어 반역의 경지를 넘나들지 않는가? KBSMBC를 장악한 세력들은 광우병에 대한 거짓 보도로 갓 출범한 이명박 정권을 산송장으로 만들었던 그 '쾌거'(?)를 일상사로 만들려고 작심했겠지만, 이제 국민은 그 악의와 거짓에 식상하고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 나온 성적표가 MBC 뉴스데스크의 1%대 시청률이다.

 

나는 해당 언론사의 기자들이 이런 성적표를 받고, 아니 시청자들을 교묘히 기만해서 높은 시청률을 얻었더라도 진실을 은폐하고 국가에 해()가 되는 정책을 미화하면서 행복할 수 있을까 정말 의문스럽다. 그들이 '언론 고시'에 도전할 때 사명감 따위는 없고 오로지 일신의 영달을 목표로 했을까?

 

생각이 올바르고, 지금 언론계의 관행에 대해 근심스럽고 노여워하는 언론인이 많은 줄 알고 있다. 그런데 혼자 깃발 들고 앞서 나가는 것이 너무 위험해 보여서 동료들이 호응 안 하면 나만 희생양이 될까 봐 몸을 사리는 것 아닐까? 그러나 언론인의 연합 전선은 군대도 무너뜨리지 못할 것이다.

 

이번 북한산 석탄 수입건은 단순한 밀수의 차원이 아니라는 것은 보통 시민도 짐작하고 있다. 그러나 뒷공론으로 알고 있는 것과 언론이 정식으로 밝혀주는 것의 차이는 지대하다. 언론이 정식으로 보도하면 국민이 바르게 보고 거부할 것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우리나라의 국체와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서, 옳고 그름이 분명한 나라를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초심으로 돌아가 주기를 모든 언론인에게 호소한다.

 

1998년도 노벨상을 받은 포르투갈 작가인 조제 사라마구가 쓴 '눈 먼자들의 도시'에서 안과 의사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심하게 눈이 먼 사람은 보이는 것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이다"라고.


조선일보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입력 2018.08.14 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