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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완패한 대한민국

풍월 사선암 2018. 2. 22. 22:50


일본에 완패한 대한민국

 

평창올림픽은 관심도 없고 아무것도 언급하기 싫지만 고다이라나오(小平奈緒, 1986.5.26) 선수는 알면 알수록 놀라운 선수가 아닐까 싶다.


스포츠인으로서도 한 인간으로써도 경의를 표하며 글을 써본다.

 

고다이라 선수는 직업 스포츠인이 아니다.

2009년 신슈대학(信州大學)을 졸업하고 아이자와 병원에서 스포츠장애 예방센터의 직원으로 취직하였으며, 이상화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여 소치올림픽까지 벤치를 지키던 무명의 선수였다.

 

고다이라는 우리나라처럼 빙상연맹이나 국가에서 지원하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민간 차원에서 지원을 받거나 사비를 털어서 연습을 했는데 이를 9년간 지원해준 것이 아이자와병원의 이사장 아이자와다카오(相澤孝夫)씨다.

 

당시 아이지와씨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가노 사람이 나가노(長野)에서 올림픽을 준비하고 싶다는데 왜 모두 잠자코 있나. 아무도 안하면 내가 하면 된다". "일류가 되길 기대하지 않는다. 주위에서 광고 효과 이야기를 하지만 아이자와 병원 이름이 신문에 나온다고 환자가 더 오지는 않는다". 그 어떤 성적도 증명하지 못한 선수에게 이사장 다카오씨는 연간 약 한화로 약 1억 원씩을 지원했다.


그리고 이런 말도 남겼다.

"지원금에 대해 불만이 없다. 만약 있다면 내 월급에서 내면 된다. 지금도 병원에는 메리트가 없다. 다만 병원 직원들이 동료 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충분하다".

 

여기서부터 이미 놀랍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법한 사람들 아닌가?


그녀의 나이 31살이다. 이상화(1989.2.25.)보다 무려 3살이나 많은 나이이고 선수생활의 끝자락에 서있는 나이에 사비를 털어 네덜란드로 유학을 가 마굿간을 개조한 건물에서 숙식하며 연습을 했다. 이미 여기서부터 한국의 엘리트주의 선수 양성을 통째로 부정한다.

 

고다이라는 대단한 집념과 성실함을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다. 그리고 소탈하다. 금메달 수상소감으로 이런 말을 했다. 어려운 시절에 친구가 되었던 조랑말, 그리고 조랑말이 사는 네덜란드의 작은 마을에도 축하를 전한다고...

 

또 다른 소감.

금메달을 땄다는 건 많이 기쁘고 명예로운 일이지만, 이 금메달을 통해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가 제게는 중요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메달자체에 특별한 감정은 없고, 주변 사람들에겐 제가 싸워왔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여러 사람들이 저와 함께 해 준 결과물이기도 하기 때문에 빨리 그분들께 보여 드리고 싶어요.”. 아마도 이 소감은 진심일 것이다.

 

이 선수에게 메달은 특별한 의미가 없다. 삶에서 하나의 이정표 같은 것일 뿐...

눈앞에 금메달에 대한 기쁨보다 일본인을 싫어하는 한국인들 앞에서 한국 선수를 진심으로 격려하고 안아주는 모습. 인터뷰 내내 본인이 나이가 많고 거드름 피울 수 있음에도 언니를 대하듯 깍듯이 고맙다고 연신 반복하는 모습. 엄청난 훈련량과 허벅지두께를 가지고 있음에도 여성의 매력을 전혀 잃지 않은 수수하고 해맑은 미소...

 

며칠 전 윤서인작가의 글에서 일본여성들은 야사시(상냥함)하고 한국여성들은 항상 화가 나있다는 글이 있어서 페미들의 공분을 샀는데, 일본여성들의 야사시함은 비단 남성을 대하는 태도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전에 축구선수 혼다케이스케(本田圭佑)가 올린 글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일본의 유명인들 중에서는 참 생각이 깊고 뭔가 다른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 이상화 선수의 수면을 임원이 방해했다는 기사가 왜 나왔는지 나는 안다. 이상화가 수면부족으로 100%의 기량을 발휘할 수 없어서 금메달을 놓친 것이었다는 구실을 찾고 싶었던 거다.ㅋ


우리나라 언론은 그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승자인 고다이라가 이상화를 계속 우러러보고 존경한다는 것을 연신 강조하며 우리가 진 게 아니야. “이상화는 원래 1등이야라며 자위(自慰)하고 있는 거다. 민족주의자들은 '일본인이지만' '일본인치고는 훌륭하군이라며 애써 갓끈을 동여매고 있고…

 

고다이라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자마자 경기장에 응원 나온 일본인 관중에게 입에 손을 올리며 이상화의 경기가 아직 남아있으니 조용히 해달라고 주문하였다. 이것이 진정한 경쟁상대에 대한 마음 씀씀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은 마음에 드는 게 별로 없는 올림픽이지만, 이 선수 고다이라의 경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올림픽이었다.


그리고 한국의 완패다.

한국은 금메달을 빼앗긴 것뿐만 아니라 정말 모든 부분에서 완패다.

 

국위선양이 뭔가?


고다이라와 고다이라를 지원한 병원 이사장이 금메달 하나에만 목매있는 어중이떠중이들 백 만 아니 천만 명 이상의 국위선양을 하고 있다.


< 2018.02.21. 최재헌 글을 토대로 수정 보완함 >


<일본 관중에 '쉿'…고다이라가 이상화 경기 직전 보인 매너손 (풀영상) / SBS / 2018 평창올림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