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사로잡힌 악령

풍월 사선암 2018. 2. 11. 15:33

사로잡힌 악령

 

이문열의 단편소설. 한 시인(정황상 시인 고은을 연상시키는 인물이다)70~80년대 동안의 행보를 다룬 소설. 법조계에 종사하는 인물인 서술자에게 '악령'이라고 지칭되는 그 시인은 일상 속에서 망나니나 다름 없이 행동하면서도 자신을 포장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대외적으로는 진보적인 지식인으로서 행동한다. 그러는 와중에도 기회가 올 때마다 주변에 있는 여자들을 건드리고 다니는 등 추잡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고, 결국 운동권이었으면서도 더 이상 진보 인사로 자신을 포장할 필요가 없어지자 기득권이 되어 여생을 보낸다.

 

그의 악이 번성하는 한 파렴치한 엽색(獵色)의 식단도 풍성했다. 자랑스레 휘젓고 다니는 색주가는 기본이었고 손쉽고 뒷말없는 유부녀는 속되게 표현해 간식이었다. 더욱 악의 섞어 말하자면 신선한 후식도 그 무렵에는 그에게는 흔했다. 시인의 허명에 조금했다가 화대도 없이 몇 달 침실봉사만 한 신출내기 여류시인이 있는가 하면, 뜻도 모르고 관중의 갈채에만 홀려 있다가 느닷없이 그의 침실로 끌려가 눈물과 후회 속의 아침을 맞는 얼치기 문학소녀가 있었고, 그 자신이 과장하는 시인이란 호칭에 눈부셔 옷 벗기는 줄도 모르다가 (중략) 놀라 때늦은 비명을 지르는 철없는 여대생도 있었다.

 

그는 이제 거짓, 뻔뻔스러움, 천박, 비열 따위 다분히 감정적인 험구의 사정권을 가뿐히 벗어나 거창한 반독재의 대의 뒤에 숨어 버렸다. 그리고 뒤이은 유신시대의 개막과 더불어 더욱 휘황한 빛을 뿜기 시작한 반독재의 대의는 그의 지난 행적에 대해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것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이 거짓과 위선은 폭로되어야 하고 이 허영과 뻔뻔스러움은 벌받아야 한다. 이 악은 파괴되고 절멸되어야 한다……. 그런데 다음 일년이 다해 갈 무렵부터 나는 차츰 그 열정에 지치고 절망적이 되어 갔다. (중략) 그러다가 그 절망감과 무력감은 마침내 그의 악에 대한 엉뚱한 축원으로 변해 갔다. 이 악을 지울 수 있는 길은 이 세상에 없다. 그의 죄가 탕감받을 수 있는 벌은 없다. 있다면 오직 하나 그가 자신의 악 속에서 영원히 번성하는 것이다. 자신의 악 속에 영원히 갇히는 일이다. 너는 너의 악 속에서 영원하라.

 

이문열은 '이 작품을 보면 어떤 시인의 행보가 연상되겠지만 그를 개인적으로 공격하는 작품이 아닌 1980년대의 시대상을 담아내는 작품으로 봐 달라'고 했지만 민족문학작가회의의 항의가 들어오자 결국 이 작품을 자신의 작품 목록에서 내려 놓는다. 원래는 이문열 중단편 전집 5(표제작은 '아우와의 만남')에 수록되어 있었지만 지금 유통되고 있는 저 단편집에서는 이 작품이 실려 있지 않다. 읽으려면 중고판을 구하거나 도서관을 찾자. 이문열은 나중에도 어느 지면에서 '나는 그 시대의 한 특이한 개성을 소설적으로 형성화했을 뿐, 특정 인물을 공격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는데 이에 대해 특정 인물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이문열의 항변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는 반응이 주류였다.

 

그러나 201712월에 최영미 시인이 종합인문계간지 황해문화에 '괴물'이라는 시를 내면서 성추행 상습범으로 En을 말했고, 201826일경 이 문제가 불거지자 언론에 En은 꼭 고은을 특정 지은 것이 아니고 En''이 아닌 '이은' 이라고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최영미도 이문열처럼 비판 대상이 고은을 사실상 특정했으나 특정 인물이라고 하는 것을 부정했는데 이는 여론에서 별 다른 비판이 없었고, 그로 인해 기존의 이문열이 고은을 연상하게 비판한 것이 비겁한 행위라는 비난도 힘을 잃게 되었다2018년 2월 6일 네이버-머니투데이 문화계도 '미투(Me Too)'…최영미 詩 '괴물' 재조명. 이로써 이문열의 고은 비판은 20182월에 들어 재평가를 받게 되어 오히려 문단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었던 고은의 추찹한 성추문에 대한 이문열의 내부고발을 민족문학작가회의를 비롯한 문단주류가 진영논리로 묵살한 것이 되었다.

 

극우 논란이 있는 미디어워치에서 사로잡힌 악령과 관련된 일화 및 소설 내용을 자세히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2018년 2월 9일 미디어워치 고은 연상된다는 이문열 단편 ‘사로잡힌 악령’ 읽어보니


<나무위키> : 2018-02-09 07:2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