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인생 5계(計)'로 노후 행복하게 누려

풍월 사선암 2017. 8. 20. 18:39

'인생 5()'노후 행복하게 누려~

 현명한 은퇴설계는 어떻게?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는 첫 수업시간에 현명하게 사는 삶에 대해 얘기하면서 'WISE'를 언급한다고 한다. WISE의 뜻은 Wage(임금), Insurance(보험·리스크관리), Saving(저축), Enjoy(즐기기). 현명한 삶을 위해서 급여를 받으면 리스크 관리를 위해 보험에 가입하고 소비하기 전에 목표를 세워 저축하고 이후에 삶을 즐기며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이와 반대로 하고 있다. 월급을 받으면 소비하고 즐기다가 이렇게 살면 안되겠다 싶어 저축을 하고 나이가 들어 병원갈 일이 생기면 그때서야 보험에 가입하려고 한다.



병원 갈 일이 생겨야 보험 가입하는 한국

 

이는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시기를 놓치고 은퇴 후 더 빈곤한 삶을 사는 대한민국 노년층의 현주소를 말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혜롭게 노후를 준비할 수 있을까.

 

중국 송나라의 학자인 주신중(朱新仲)은 ‘인생 5()’를 통해 사람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다섯 가지 계획을 올바르게 세워야 한다고 얘기했다. 필자는 인생5계를 균형 잡힌 노년을 위한 5가지 계획으로 재해석해보고자 한다.

 

(1) 생계(生計)


은퇴 후 내가 무슨 일을 하면서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계획으로, 직업에 관한 것이다.

 

지난해 101일은 UN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이었다. UN 산하단체 헬프 에이지(Help Age)가 이날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91개 국가 가운데 한국의 노후소득 수준은 90위로 최하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건강은 8위를 차지, 매우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노후에 가장 가난한 나라의 국민이지만 건강은 가장 좋은 상태로 노후의 삶이 균형 잡혀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노인복지 키워드는 일자리다. 은퇴 후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계속한다는 것은 야구에서 ‘이닝이터’(선발투수가 최소 6~7회까지 막아주는 것)의 역할에 비견할 만하다. 하지만 현대야구에서는 67회 이후 나오는 불펜투수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결국 노후에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필자는 이것을 ‘3W시스템’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정해진 시기(When), 정해진 금액(What), 정해진 기간(While) 동안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 은퇴자산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 


(2) 신계(身計)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하게 살기 위한 계획을 말한다.

 

‘9988234’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면서 2~3일 앓다가 생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수명은 81세지만 건강수명은 72세다. 병치레하면서 89년가량을 병상에서 보낸다는 얘기다. 결코 짧지 않은 기간이다.

 

100세 시대는 건강한 사람에게는 기쁨과 축복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가족 모두에게 고통이다. 나이가 들면 이구동성으로 건강이 최고의 자산이라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 노계(老計)


어떻게 하면 자식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당당하게 노후를 보낼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에서 공적연금을 받는 고령자는 전체 고령자의 35%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월평균 연금 수령액이 30만원도 채 안된다. 이번에 정부가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기로 한 기초연금도 빈곤층의 노후대책에 작은 도움은 되겠지만 충분조건은 되지 못한다.

 

우리는 골목 어귀마다 폐지를 잔뜩 실은 리어카를 끄는 할머니나 할아버지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노후의 삶이 꿈과 희망이 되느냐 절망이 되느냐는 현재의 ‘적소성대’(積小成大: 적은 것도 쌓이면 많아짐)하는 준비상태에 의해 좌우된다. 젊은 날의 베짱이도 좋지만 노후를 위해 윤택한 개미가 되어야 본인이 원하는 노후가 실현 될 것이다. 


(4) 가계(家計)


노부모와 자식문제, 그리고 부부간 갈등, 가족문제 등을 잘 맺어야 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또 하나의 현상이 ‘노노(老老)상속’과 부모 부양의 문제다.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부양을 조건으로 자식에게 재산을 이전해주는 웃지 못할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고령화가 진전된 일본에서는 80대 이상의 노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런 노인이 사망하면 통상 재산은 사망자의 배우자나 자녀에게 상속된다. 그러나 이 경우 상속받는 자녀들도 이미 5060대의 노인인 상태다.

 

자산의 효율적 사용 측면에서 ‘노노(老老)상속’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법적상속 운운할 정도로 재산이 많지 않더라도 상속에 대한 사전계획은 필요하다. 


(5) 사계(死計)


인생의 아름다운 마침표. 은퇴 후 무엇을 하고 무엇을 남기고 어떤 모습으로 떠날 것인가에 대한 계획이다.

 

몇년 전 아흔을 바라보는 어느 은퇴자가 한 말이 기억난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러나 난 준비 없이 노후를 맞았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게 후회뿐이다. 55세에 정년퇴직하고 직업 없이 산 게 벌써 30여년이다. 지금이나마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지, 무엇을 남기고 떠날지를 곰곰이 생각해본다.”

 

이러한 회고의 말은 지금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노후의 삶이 단지 돈이 아닌 가치의 관점에서 은퇴준비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되짚어보게 만든다.


김태우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연구위원(CF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