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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길로 가니 亡國이 온다

풍월 사선암 2017. 8. 13. 08:19

망하는 길로 가니 亡國이 온다


중국 , 자중지란으로 망해

'퍼주기'로 평화 사려 하고 "신무기 도입으로 자극해"

국방 강화가 전쟁 부른다 주장, 사드 반대하는 세력과 비슷

처럼 망국으로 가려는가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중국 역사에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망한 왕조가 여럿이다. 그중 대표적인 게 진((()이다. 소설 '삼국지연의'에 제갈량의 숙적으로 나오는 사마의의 후손이 조조(曹操)의 아들 조비가 세운 나라를 찬탈한 게 진이다. 진은 황제의 무능과 황후의 정권욕이 '8왕의 난'을 불러 망했다.

 

진이 망국(亡國)의 제1조건, 지도자의 무능을 보여줬다면 명은 나라의 안위를 외면한 당쟁에 백성까지 휘둘릴 때 망국을 맞는다는 제2조건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사례가 청이 두려워한 명장 원숭환을 온몸의 살점을 발라내고 두개골을 부수는 책형을 가해 죽였을 때 백성이 환호한 일이다.

 

이런 진과 명도 송에 비하면 '새 발의 피'. 송이 망한 첫째 이유는 '퍼주기'로 평화를 사려 했기 때문이다. 송은 거란족의 요(), 탕구트족의 서하(西夏), 여진족의 금()이 위협할 때마다 금고를 열었다. 이걸 안 침략자들은 갈수록 심한 요구를 했고 끝내 '배부른 돼지'를 잡아먹었다.

 

송이 망한 둘째 이유는 보수파와 개혁파의 대립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들은 서로를 간당(奸黨)이라 모욕 주며 '과거사 논쟁'을 벌였다. 가뭄도 네 탓, 별자리가 약간 이상해져도 네 탓이라며 서로 물고 늘어졌다. 이들은 안보(安保)마저 당쟁 소재로 삼았다.

 

1074년 요의 군대가 돌연 국경을 침입했을 때 당시 재상이 황제에게 올린 상소는 "우리는 다음 7가지 일로 적을 화나게 만들었다"는 것이었다. 길지만 당시 상소를 요약해본다.

 

"첫째, 진작 요의 번속(蕃屬)이 된 고려와 우리가 옛 관계를 회복했으니 요는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가 무력으로 토번의 하황지구를 탈취했으니 요는 다음 목표는 분명 자신들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셋째, 우리가 대주 지역에 느릅나무와 버드나무를 대량으로 심었는데 그 목적은 요의 기병을 막고자 한 것이 분명합니다.

 

넷째, 우리가 보갑제도를 시행해 농민에게 전투 기술을 가르쳤습니다.

 

다섯째, 황하 이북의 각 주현(州縣)이 성곽을 수리하고 성을 보호하는 해자를 깊이 팠습니다.

 

여섯째, 우리는 신식 무기를 만들고 무장 부대의 장비를 교체했습니다.

 

일곱째, 우리는 황하 이북의 중요한 주()에다 37명의 장수를 배치해 주둔 중인 국방군의 훈련을 강화했습니다.

 

우리는 단 한 가지 방법으로 요를 대해야만 그들에게 우리의 평화 의지를 믿게 할 것입니다. 그것은 이상의 조치들을 즉각 폐지하는 것입니다."

 

국방력 강화가 요를 자극했으니 그런 조치들을 없애야 평화가 온다는 황당한 주장이다. 오늘날 '사드 반대' 세력과 흡사하다. 송은 여기에 '원칙 없는 외교'와 악비(岳飛)라는, 우리 이순신 장군 같은 충신에게 모반죄를 씌워 제거하면서 멸망의 삼위일체(三位一體) 필요충분 조건을 완성했다.

 

중국 역사상 국가대표급 간신 진회(秦檜)"악비가 모반을 한 증거가 있느냐"며 누군가 따졌을 때 한 말이 유명하다. "없지는 않은 것 같다 (莫須有)." 우리는 이런 진회에게서 대한민국 체제 아래 출세했으면서 어느 순간 좌파를 위해 충성하는 기회주의적·출세지향적 관료의 모습을 본다.

 

나는 지금 이 글을 프랑스에서 쓰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교훈이 될 역대 동계올림픽의 공과(功過)를 취재 중인데 지금은 폐허가 된 1968년 그르노블 올림픽 스키점프대에 갔을 때 웬 노숙자 2명이 풀밭에서 자다가 일어나 불량스러운 어조로 "담배 좀 내놓으라"며 시비를 거는 것이었다.

 

그들은 내 말투를 듣더니 "수드(sud), (nord)?"라고 물었다. 남한이냐 북한이냐는 것이다. 어이가 없어 ""라고 하자 갑자기 그들의 태도가 양순하게 변했다. 그걸 보고 '북한은 프랑스 노숙자도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북한에 송나라처럼 대하면 결과는 뻔할 것이다.


문갑식 월간조선 편집장 입력 : 2017.08.12 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