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정보,상식

당신이 궁금했던 ROTC의 모든 것 

풍월 사선암 2017. 6. 20. 07:32

당신이 궁금했던 ROTC의 모든 것

 

기말고사가 끝나고 나면 곧 방학이 시작된다. 군 미필자 대학생들이라면 군 입대 시기를 고민할 아주 적절한 시기이기도 하다.


육군 사병보다 특별한 길을 걷고자 하는 학생들도 많은데, 학사예비장교 후보생인 ROTC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주변에 ROTC 선배는 없고, 어디다 물어봐야 할 지 감이 안 잡히는 1학년들을 위해 본 기사를 준비했다. 당신이 궁금해하거나, 오해하고 있었던 ROTC의 모든 것!


#1 학군단은 2학년때만 지원할 수 있다?


NO. 대학 입학 후 딱 두 번의 학군단 지원 기회가 주어진다. 1학년 1학기 3월에 한 번, 그리고 2학년 1학기 3월에 한 번. (미안하지만 현재 이 글을 보고 있는 2학년은 이미 막차가 떠났다.) 하지만 지원자들이 느끼는 학년 별 지원 난이도는 천지 차이라고.


일단 1학년 때 지원하는 게 상대적으로 이득이다. 안타깝게도 학군단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1학년이 대다수고, 알아도 설마 1학년 1학기부터 지원하겠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모집 기간인 3월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을 보는 학군단이 첫 중간고사도 안 본 1학년 3월에 뭘 보고 모집하느냐고?


1학년 지원자들은 대학성적 증명서 대신 고등학교 내신성적을 본다. 이로써 방탕한 1학년 대학성적의 불리함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이게 2학년 지원이 쉽지 않은 이유다. 게다가 2학년 모집 시기가 되면 인제사 입대를 고민하는 자들이 ROTC로 대거 몰리기 시작한다. 때문에 책을 세 권씩 사서 공부해도 떨어지는 게 부지기수라고.


알아두면 좋을 정보


1. 체력평가는 기초 맨몸운동인 윗몸일으키기, 팔굽혀펴기, 오래달리기로 이루어져 있다. 기초 체력을 닦아 두자.


2. 성적, 체력검정이 끝나면 면접을 본다. 다대다, 토론면접, 일대 다 면접, 심지어 제식(걸음걸이)까지 보는 경우가 있다고.


#2 학군단은 군인이다? 학생이다?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 임관 전까지는 학사예비장교 후보생 신분으로, 준군인이다. 학생이면서 동시에 군인인, 이런 애매한 신분 때문에 정치적인 중립성을 지켜야 하며, 민간인과의 마찰이 벌어지면 제적당할 위험이 있다. 사고를 치면 영창에 가지 않고 제적당한다는 점에서 약간 의아해하는 사람이 있을 거다.


학군단을 ‘3학년에 입대해서 4학년 졸업과 동시에 제대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틀렸다. 3-4학년 동안은 군 복무 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 졸업과 동시에 입대한다. 물론 육군 훈련병 입대가 아니라 임관하고 소위가 되어 자대배치를 받고 소대장으로 근무하게 된다. 육군 기준 복무기간은 24개월. 여기서부터는 정말 군인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것.


, 장교 후보생 기간인 3-4학년 재학기간 동안은 일반 대학생들과 생활하는 데 크게 차이가 없다. 수업이 끝나면 집에 가고, 술도 마시고, 방학이 되면 해외여행도 간다. 육군처럼 학교 내에서 내무반(생활관) 생활을 하는 게 아니다. 물론 학교에 따라 학군단 기숙사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점호를 하진 않는다.


하지만 ROTC 역시 후보생 신분이기 때문에 품행을 단정히 해야 한다는 암묵의 룰이 있다. 게다가 많은 부분이 학교 별 최고 지휘관인 단장’의 재량에 따라 결정되므로 그만큼 학교 별 문화도 다르다.


알아두면 좋을 정보


1. ROTC만이 듣는 군사학이라는 과목이 있다. 보통 회당 2~3시간, 2회 듣는 수업이며 절대평가. 당연히 학점 이수 과목이다. 이 수업 시간에는 무조건 단복을 입어야 한다.


2. 군사학 수업이 없는 날, 즉 주 3회 아침 7시부터 기초 체력 단련을 한다. 주로 맨손 근력 운동과 구보(달리기) 위주. 전투체력이라는 명목으로 축구를 하는 선진형(?) 학교도 있다고.


#3 엄격한 분위기다?

 

“ROTC 하는 사람들 보면 왜 맨날 맨 앞자리에서 수업 듣잖아요. 군기나 학칙이 엄청 빡셀 것 같은데


속된 말로 똥군기를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누군가가 선배에게 실수를 했다가 내 밑으로 다 집합시켜서 얼차려를 줬다는 설, 구타 및 가혹행위가 있다는 설. 하지만 전부 사실 무근이다. NO.


ROTC 역시 선진병영문화를 시행중인 국방부 소속이기 때문에 그 영향을 받는다.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 사례인 맨 앞자리 수업 듣기의 경우도 규정에 있는 내용은 아니라고. 다만 학교에 따라 권장하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다만 애초에 모범적인 생활과 품위 유지를 중시하는 ROTC의 특성상, 지각하거나 수업시간에 졸고 딴짓을 하다 선배에게 걸리면 얄짤없이 혼난다. 학군단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얘기.


이런 걸 제외하면 학군단의 분위기는 의외로 평화롭고 화기애애하다. 애초에 마주치면 경례를 해야 하는 선배님과의 유대감도 끈끈하며, 동기애가 상당해 학교생활을 새로 하는 기분마저 든다고.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후술한다.


단장님 성향에 따라 학군단 분위기가 다양하다. 여느 사단장님처럼 크게 신경 안 쓰는 방임주의 단장님이 있는 한편, 본인이 직접 나서 학군단 후보생들과 체육활동을 하거나 술자리를 갖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아버지 같은 분도 계시다고. 이런 사적인 대화로 소통을 하거나, ‘마음의 편지와 같은 간접적인 방식을 도입하는 단장도 있는 등 소통 방법은 다양하다. 대체로 어딜 가나 학군단 분위기는 민주적이라는 평.


알아두면 좋을 정보


1. 두발 자유는 없다. 원칙상 옆, 뒷머리는 3mm, 윗머리는 3cm를 유지하는 것으로 일반 육군과 크게 다르지 않으나 단장 재량에 따라 짧은 투블럭 수준을 허락하는 곳도 있는 모양.


2. 주말에는 쉰다. 남들 놀 때 군생활 하는 게 아니냐며 오해하기 쉬운데, 단장님도 훈육관님도 다들 직업 군인이기에 주말에는 쉬어야 한다.


3. 당연하지만 연애가 자유롭다. 데이트 하려는데 갑자기 훈련이 떨어지면 어떡하냐고? 학군단 일정은 최소 3일 전에 떨어진다. 다시 말하지만 학군단 생활은 자대생활이 아니다.


#4 방학이 없다?

 

NO…! 하지만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방학의 존재(?) 여부가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이런 오해가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훈련이 방학 기간에 있기 때문이다.


방학이 시작되면 ROTC는 훈련에 들어가게 되는데, 하계 4, 동계 2주간 훈련을 받는다. 이 때 여름 방학이라 치면 A, B조로 나뉘어 7, 8월 중 훈련받는 달을 고를 수 있다. 훈련 기간에는 전국의 모든 ROTC가 한 훈련장에 모여 다같이 숙식을 하며 훈련을 받는다. 참고로 휴대폰 및 전자기기는 일체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술 담배 역시 금지.


이런 청정 환경, 외부와의 철저한 단절 속에서 사격, 수류탄, 각개전투, 유격 등 육군이 받는 훈련을 모두 받는다. 특히 훈련의 꽃이라는 40km 행군ROTC를 하며 꼭 한 번씩은 겪어봐야 한다는 선배들의 덕담(?)


따라서 일반 학생들 대비 약 한 달 정도 방학이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다만 그 외의 기간에는 학군단 일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똑같이 방학을 누리면 된다. 알바는 물론이요, 훈련 기간만 피한다면 해외여행을 가는 데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


알아두면 좋을 정보


1. 훈련 기간에 수강신청이 겹치는 불상사가 많이 벌어지는데, 이 때는 조를 짜서 대리 수강신청을 한다. 성공률은 보장 못 한다고


#5 동기가 사라진다?

 

YES. 대체로 학군단을 선택하게 되면 휴학 없이 4학년을 스트레이트로 졸업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 생활을 끊김없이 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지만, 반대로 과 남자 동기들과 학교를 다닐 수 있는 시간은 반으로 줄어든다. 2학년 이후 군대에 가는 동기들이 많아지기 때문.


입단하는 3학년 초에는 입단 동기들과도 그닥 친하지 않고, 과 남자 동기들도 훈련소로 사라진 상태라 잠시동안 외로운 시기를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 시기를 잘 넘기고 나면 학군단 동기들과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못잖은 평생 친구로 거듭난다. 때문에 ROTC 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과 동기가 사라짐과 동시에 힘 세고 강한 군인 친구가 생기는 셈이다.


동기애와 전우애ROTC가 가장 자부심을 느끼는 요소 중 하나다. 실제로 ROTC는 상당히 큰 조직이며, 우리나라 장교 임관 비율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총동문회의 파워도 상당하다. 선후배간의 관계도 해병대 못지않을 정도로 끈끈하다고.


알아두면 좋을 정보


1. 대학 별 동기들 뿐 아니라 타학교 동기들과 친해질 기회가 많다. 방학 때마다 있는 연 6주간의 훈련 기간 동안 동고동락하기 때문.

2. 복학한 동기들과 서먹해질 걸 우려하기도 하나, 결국은 개인 성향에 달렸다고. 어차피 연락할 놈은 연락하게 되어 있으니 너무 걱정하거나 서운해하지 말자.


#6 전역하면 돈을 많이 벌어 온다?

 

YES. 쉽지 않은 생활을 감수한 ROTC가 받을 수 있는 최상의 혜택 중 하나.어차피 군인 월급이 거기서 거기 아니냐”, “월급 안 쓰고 모은 돈 해봤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임관 전 얘기다.


물론 임관 전에도 다양한 명목의 금액을 지급받게 되는데, 일단 후보생 기간에는 품위유지비, (교보재 구입비) 명목으로 월 68,120원을 지급받는다. 게다가 방학기간동안 받는 입영훈련 기간에는 훈련비가 따로 책정되어, 훈련이 끝나면 30~40만 원 정도의 훈련비를 지급받을 수 있다.


게다가 입단 후 딱 한 번, ‘입단 성적+군사학+기초군사훈련성적을 합산해 학군단별로단기복무 장려금이라는 장학금을 지급한다. 성적 순 상위 10%에게는 300만 원(!), 나머지 후보생 전원에게는 150만 원이 지급된다. 전액장학금을 제외하면 학교에 다니는 4년 내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금액. 인터뷰에 응한 3학년 ROTC의 대부분은 이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임관 후 자대 배치를 받으면 소위 1호봉부터 시작하여 전역 때까지 2년 계약직과 다를 바 없다. 준 공무원 급의 월급을 받기 때문에 월급을 잘 쌓아 두면 전역할 땐 약 2,000만 원~3,000만 원 정도를 들고 나온다. 중소기업 초봉에 육박하는 금액이라 전역 후 차를 사거나 사업 비용으로 쓸 계획을 가진 후보생도 있었다.


알아두면 좋을 정보


1. 장기복무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ROTC 인식이 좋은 편이라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아예 스스로 군생활이 적성에 맞는다 생각하면 장기를 택하는 것도 좋다.


2. 군장학생 제도가 있다. 학비를 전액 면제해주는 대신 면제받은 학기만큼 의무복무기간을 늘리는 제도. , 3년 장학금을 받게 되면 임관 후 복무기간은 54개월이 된다.


마치며 ROTC를 하는 이유는

 

사실 기사를 처음 기획했을 땐, 학군단 후보생들의 고민과 고생에 공감하는 썰을 풀려고 했다.(조회수를 노리고)


하지만 공교롭게도 인터뷰하는 내내 에디터가 느낄 수 있었던 건, 푸념이 아닌 소속 학군단에 대한 자부심 뿐이었다.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다시 학군단에 지원할 수 있다면 지원하겠습니까?” 돌아오는 대답은 100% “였다. 그리고 모두들 하나같이 우리 학교 학군단이 가장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ROTC를 하며 느끼는 모교에 대한 애정, 동기애, 소속감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귀중한 기회라고. 일생에 딱 한 번 가는 군대, 제대로 한 번 다녀 오는 것도 좋을 거라고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단다. ROTC에 뜻이 있는 미필자에게 좋은 충고가 되었기를.


대학내일 / 2017.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