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마음과 현관문 비밀번호
며칠 전 둘째 아들 집에 갔다가 가슴 따뜻한 며느리의 마음을 느꼈다.
아파트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내 집 번호하고 같았기 때문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뒷동에 사는 큰 아들네도 내 집하고 비밀번호가 같다.
엄마가 오더라도 언제라도 자유롭게 문을 열라는 뜻이었단다.
비밀번호란 것이 외울 게 많아 헤맬 수 있기 때문에
어머님 집 현관 비밀번호와 같이 했다는
큰며느리의 말을 듣고 기분이 참 좋았는데,
작은 아들네도 같은 번호를 쓰는지는 몰랐었다.
그 사소한 것이 내 마음을 든든하게 만들었다.
언제 가더라도 마음 놓고 문을 열 수 있게 해놓았다는
그 마음이 무엇보다도 나의 마음을 기분 좋게 했다.
우스개 얘기로 요즘 아파트 이름이 어려운 영어로 돼있는 것은
시어머니가 찾아오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한다.
결혼한 아들네 집에 김치를 담가 가서도 그냥 경비실에 맡겨두고
오는 것이 현명한 시어머니라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그런데도 시어머니가 오실 때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오시라고
비밀번호를 통일한 두 아들네를 생각하면
가지 않아도 마음이 든든하고 편하다.
그건 아들의 마음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두 며느리의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고맙기 그지없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