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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도 모욕죄로 걸리나요?" 뉴스로 보는 생활 법률

풍월 사선암 2016. 6. 28. 09:23

"이런 것도 모욕죄로 걸리나요?" 뉴스로 보는 생활 법률

 

지난해 간통죄가 위헌 결정이 나자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잡기 위해 다른 조항을 적용해 고소하는 건이 늘고 있다. 한편 매체에서 가장 자주 접하는 '명예훼손 및 모욕'2015년 한해만 9,517건 고소돼 전년에 7,086건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었다. 명예훼손, 모욕, 상해'가 적용되었던 특이한 사례와 간통죄 폐지 이후 배우자의 부정행위와 관련해 합법적으로 고소할 수 있는 사례를 정리했다.

 

배우자 부정행위

 

지난해 2, '간통죄 위헌' 결정이 나자 배우자의 불륜 행각을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어야 하냐는 여론이 일었다.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에게 간통이 아닌 다른 법률 조항을 적용해 처벌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하지만 간통은 형법상 처벌 대상이 아닐 뿐, 여전히 주요한 이혼 사유이며 책임이 있는 쪽에서는 당연히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간통죄 폐지 이후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볼 수 있는 사례와 간통죄 대신 적용할 수 있는 법률 조항에 대해 살펴봤다.

 

 

정조의 의무란 부부가 다른 이성과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고 서로 성적인 순결을 지킬 의무를 말한다.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는 부정 행위로 간주해 이혼사유가 된다.

 

간통죄는 없어졌지만,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인한 이혼이나 손해배상를 청구는 간통죄로 고소하는 것보다 훨씬 쉽다. 부정행위는 간통보다 훨씬 폭넓은 개념으로, 간통뿐만 아니라 간통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부부의 정조 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행위를 포함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간통죄 처벌을 위해 간통행위의 직접 증거가 필요했지만 부정 행위는 인정의 폭이 훨씬 넓어서 때에 따라 심야의 잦은 전화통화만으로도 불륜의 정황이 인정될 수 있다. 정조의 의무에 위반하여 배우자가 부정 행위를 저질렀을 때는 가정법원에 이혼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부정한 행위'가 있어야 되는 것일까. 호텔이나 모텔 같은 숙박 시설에 간 것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연인 관계라는 것을 암시할 만한 정황이 포착되면 된다. 애정이 담긴 문자를 상당 기간 주고받는 것 역시 부정한 행위가 있었다고 본다.

 

이혼 소송을 낸 부인 A씨는 어느 날부터 일을 핑계로 새벽에 귀가하거나 외박하는 남편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남편이 직장 동료 B씨와 수십 차례 문자를 주고받은 것을 알게 됐다. '자기야 사랑해'라는 문자는 물론, 남편이 B씨의 집 근처를 찾아가 만난 것도 알게 됐다. 두 사람이 성관계했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법원은 남편의 '부정한 행위'를 인정해 A씨가 낸 이혼 청구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남편과 직장 동료 B씨에게 혼인 파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간통죄가 폐지됐다고 간통의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배우자가 자신 몰래 집에 불륜 상대를 불러 간통을 했을 경우, 불륜 상대가 집으로 들어간 부분에 대해서는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배우자의 동의가 있었지만 배우자는 거주자의 한 사람에 불과하고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공동 거주자인 나의 승낙이 없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배우자가 승낙했더라도 공동 거주자인 나의 의사에 반하는 상황이고, 불륜 상대가 나의 개인적인 공간에 들어와 주거의 평화가 깨졌기 때문이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불륜을 저지른 배우자와 그 상대를 처벌할 수 없게 되자 불륜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병을 얻었다고 고소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배우자의 불륜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상해죄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형법상 상해죄는 '고의로 다른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상해는 반드시 외상(外傷)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수면 장애, 복통 등을 일으키는 것도 상해에 해당한다.

 

문제는 상해죄가 성립하려면 물리적 힘의 행사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을 유형력(有形力)이라고 한다. 법원은 통상 유형력의 행사를 상해죄의 요건으로 봐왔다.

 

배우자와 그의 불륜 상대의 내연 행위를 유형력의 행사로 볼 수 있는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검사 출신 김진태 변호사는 "형법은 넓게 해석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며 "불륜의 지속이나 문자·전화만으로 상해죄 처벌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법에서 말하는 유형력 행사의 범위는 생각보다 다양해 배우자의 불륜 상대가 문자나 전화로 지속적으로 정신적 충격을 줬다면 상해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파경에 이른 배우자들이 이혼소송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증거 확보 수단이 딱히 없는 게 현실이다. 어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배우자의 간통 상대방 신상 정보를 털거나, SNS '불륜 폭로'를 통해 분풀이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행위는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주부 김 모(43)씨는 친구들 조언을 받고 인터넷에서 불법 도청 애플리케이션 '스파이앱'50만 원에 구매했다가 수사를 받게 됐다. '스파이앱'은 상대의 스마트폰에 설치하여 사생활 정보를 엿보고 유출하는 애플리케이션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배우자와 불륜을 저지른 사람의 실명, 사진, 직장 등을 SNS에 올렸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처벌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라며 "본인은 억울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엄연한 범죄"라고 했다.

 

내 집에서 불륜을 저지른 주거침입으로 상간자를 처벌할 수 있지만, 반대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상간자의 집에 침입하는 것 역시 처벌 대상 행위이다. 간통죄가 있을 때처럼 경찰과 함께 '배우자의 불륜 현장'을 급습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심부름센터 같은 개인적인 방법으로 상간자의 주거에 침입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잘못 들어갔다간 장소가 상간자의 주거지라면 주거침입죄가, 모텔 등 숙박업소라면 방실침입죄가 성립한다. '바람'을 응징하려다 도리어 본인이 전과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예훼손죄

 

 

사실 또는 허위의 사실을 여러 사람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여 개인의 명예, 사회적 지위, 가치에 대한 평가를 손상케 하는 죄. 여기서 사실은 개인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하는데 충분히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 다만 이런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공익을 목적으로 행했을 경우 내용의 진실성이 증명되면 벌하지 않는다.

 

 

한 보험회사에서 보험 사기 조사 등의 업무를 하던 이 모(48)씨는 같은 부서 동료 2명과 함께 점심을 먹던 중 부서장 황 모씨에 대한 험담을 했다. 이씨는 "황 부장의 비리를 알고 있다. 황 부장이 보험금 부당 지급·환급 사건을 처리하면서 돈을 받아 무마해줬고, 돈 일부를 부회장에게 건네줬다. 또 부장이 부당하게 사건 조사를 방해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앞서 이 씨는 회사 대표이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보험금 지급 심사와 환급 과정에서 직원들의 비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제보를 했고, 대표이사를 만나 관련 내용을 보고하기도 했다.

 

이에 이 씨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고 1심 재판부에서는 유죄로 판단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씨가 비리를 의심해 대표이사에게 제보한 점, 보험금 지급 문제점을 조사한 동료 2명에게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던 점, 이후 실제 특별 조사가 이뤄진 점 등을 고려하면 이씨가 자기의 발언 내용이 허위임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 모(28)씨는 헤어진 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기 위해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에서 전 남자친구의 현재 여자친구 A씨 행세를 하며 남성들에게 A씨의 연락처를 넘겼다.

 

김 씨는 전 남자친구와 그의 현재 여자친구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20141월 자신의 스마트폰에 소개팅 앱을 깔았다. 이어 전 남자친구의 현재 여자친구인 A씨의 카카오톡 프로필을 통해 입수한 이름, 나이, 거주 지역, 직업 등의 정보를 이용해 채팅 앱에 가입했다. '자기소개란'A씨의 사진까지 올렸다. A씨가 수시로 남자들로부터 전화를 받게 해 둘 사이를 떼어놓을 속셈이었다.

 

A씨 행세를 한 사실이 들통난 김씨는 고소를 당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하지만 대법원은 "김씨가 정보를 훔쳐 A씨에게 정신적 피해를 준 것은 인정되지만, A씨에 대해 구체적인 허위 사실을 말하는 등의 명예훼손은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SNS상에서 다른 사람으로 속여도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하지 않는 이상 처벌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대머리'라는 단어는 머리털이 많이 빠진 사람을 지칭하는 표준어일 뿐, 그 말을 듣는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리는 뜻이 담겨 있지 않기 때문에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주심 박병대)는 온라인 게임 채팅을 통해 다른 사람을 '대머리'라고 비하한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김 모(30)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2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에서 다시 재판하도록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대머리'라는 표현은 단어 자체에 경멸하거나 비하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인터넷 게시글도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김씨는 작년 6월 온라인 게임 채팅 창에 평소 사이가 좋지 않던 박 모씨에 대해 "뻐꺼(머리가 벗겨졌다는 속어), 대머리"라는 글을 올린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실제론 대머리가 아니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머리가 아닌데 대머리라고 했기 때문에 모욕죄로 고소했다면 죄가 성립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 피부과 진료를 받은 이 모(29)씨는 서비스에 아쉬움을 느껴 해당 지역 카페에 병원 후기를 올렸다. 그러자 병원 측에서 게시글을 삭제하지 않으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협박해왔다.

 

이씨의 행동은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한 행위로서 명예훼손에 해당될 여지가 있지만,사실을 과장하지 아니하고 단순한 평가를 한 것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작성한 것이라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한편,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타인을 비방할 목적'으로 사실을 적시한 경우에는 가중처벌을 받게 된다.

 

모욕죄

 

 

모욕이란 상대방에 대하여 욕과 조롱을 하거나 악평을 가하는 등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자신의 추상적 판단을 발표하여 상대방의 사회적 지위를 경멸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에 손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명예훼손과 크게 차이가 없으나 구체적 사실이 아닌 단순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의 표현으로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것이다.

 

 

2013S대학에 입학한 A. 같은 학과 남학생 10여 명과 함께 남자로만 구성된 채팅방에서 같은 과 여학생 3명을 성적 농담 대상으로 삼거나 이들의 외모를 비하하는 말을 했다. 20135월 한 남학생이 피해 여학생들과 술을 마시다가 휴대전화기를 둔 채 잠시 자리를 비우자, 한 여학생이 '내보내기' 기능을 이용해 남학생 휴대전화기에 저장된 단체 채팅방 대화 내용 모두를 자신의 이메일로 보냈다.

 

채팅방 대화 내용이 학생들 사이에 알려지자 논란이 됐다. 피해 여학생들은 교수들에게 A씨를 비롯한 남학생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했다. 학교는 작년 11A씨에게 무기정학처분을 내렸고, A씨는 "남학생들만의 제한된 공간에서 대화했고, 피해자들에게 직접 말하지 않았다. 피해자들도 옆에서 이를 목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재판장 김용철)"A씨 등 남학생들의 행동은 모욕죄가 될 수 있다"A씨 패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채팅방이 남학생만으로 구성됐다고 하더라도 성적 농담을 하는 남학생들 의견에 침묵하거나 동조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어 언제든 외부로 유출될 위험성이 있었다""실제 일부 남학생들에 의해 채팅방 내용이 외부로 알려진 것으로 보여, 내밀한 대화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사람의 옆에 서서 주먹을 쥐고 눈을 부릅뜨는 행위를 한 경우 모욕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A씨는 20145월 서울 구로구에 있는 한 교회 예배실에서 '나에 대한 헛소문을 퍼뜨렸다'B씨 옆에서 주먹을 쥐고 흔들며 눈을 부릅떴다가 기소됐다. A씨는 20143월 동작구 한 주택가 인근에서 B씨를 향해 욕설을 한 혐의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A씨에 대해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항소심에서 "스스로 분한 나머지 주먹을 쥐고 몸을 부르르 떨었을 뿐"이라며 "B씨가 기분이 다소 상했을 수는 있지만, 내가 한 행위 자체의 의미는 막연하고, B씨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거나 B씨에게 경멸을 표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가 공공장소에서 B씨의 바로 옆으로 다가와 다른 사람들이 보고 있음에도 B씨를 향해 주먹을 쥐고 눈을 부릅뜨는 행동을 했다""B씨에게 모욕감을 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2(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경찰관을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이 모(45)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대방을 구체적으로 가리키지 않고 혼자서 '아이, ××'이라고 욕설을 했다고 해서 모욕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14일 밝혔다.

 

이씨는 20146월 택시 기사와 요금 문제로 다투다가 경찰을 불렀다. 경찰관이 예상보다 늦게 출동하자 이씨는 항의하면서 경찰관에게 욕설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이씨 행동에 문제가 있지만 처벌하기에는 가볍다고 보고 벌금 50만 원 선고를 유예했다. 2심은 이와 달리 선고유예는 너무 가볍다며 벌금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씨가 한 욕설은 구체적으로 상대방을 지칭하지 않은 채 단순히 불만이나 분노를 표출하느라 쓴 것으로 보인다""상대방을 불쾌하게 하는 무례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직접 대상을 정해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아나운서 하려면 다 줘야 한다'는 말은 아나운서 전체를 모욕한 것일까? 20107월 강용석 당시 국회의원이 국회의장배 전국 대학생 토론대회에 참석한 모 대학 동아리 학생들과 뒤풀이 회식을 하면서 이 발언을 한 뒤 불거진 의문이다. 이 발언이 나온 직후 8개 방송사 여성 아나운서 295명이 "이 발언은 아나운서 전체를 모욕한 발언"이라며 강 전 의원을 모욕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을까? 1·2심에서 검찰은 강 전 의원 발언이 집단모욕죄가 성립한다고 주장했고, 법원도 이를 받아들여 강 전 의원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의 징역형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직업 전체에 대한 모욕은 한 사람 한 사람 단위에 와서는 그 정도가 희석된다"며 원심을 파기해 서울서부지법으로 환송했다. 서부지법은 2014829일 이 논란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모욕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서부지법 형사2(재판장 오성우)"강 전 의원 발언은 여성 아나운서 일반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아나운서 개개인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고 판시했다.

 

상해죄

 

 

사람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것을 말한다. 상해죄에는 신체의 완전성을 해하는 것을 보는 '완전성 침해설', 신체의 건강상태를 불량하게 변경하는 '생리적기능장애설'이 있다. 두가지 경우를 포괄하는 '절충설'도 존재한다. 상해죄가 성립하려면 물리적 힘의 행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 범위는 의외로 광범위하다. 신체에 손을 대지 않더라도 상대방 얼굴에 물을 뿌리거나 담배 연기를 얼굴에 내뿜는 행동, 계속해서 전화하거나 확성기를 이용해 소음을 유발하는 행동까지 포함한다.

 

 

20141월 전북 임실군 육군 35사단 앞에서 한 달 가까이 장송곡 시위를 벌였던 주민들을 전주지검이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소음 시위에 대해 검찰이 집시법이 아닌 형법상 상해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긴 처음이다. 검찰은 "소음이 집시법상 기준 이하였다 해도 소음 유발 자체를 시위 방법으로 악용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합법을 가장한 불법 시위에 엄정 대처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주지검 형사2(부장 이원곤)"35사단 옆에서 상습·지속적으로 장송곡 등을 송출, 장병 2,000여 명의 훈련·보초 등 업무를 방해하고 급성 스트레스와 이명(耳鳴)에 시달리게 한 오 모(60)씨 등 주민 4명에 대해 공무집행방해 및 상해 혐의를 적용,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35사단 앞 소음 시위 이후 많은 장병이 수면 장애·환청 등을 호소하자 검찰은 이명 등 급성 스트레스 반응을 호소하는 장병 가운데 장교 4명에 대한 의사 소견서를 첨부해 오씨 등을 상해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급성 스트레스 반응은 법정에서 이미 상해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다.

 

 

20대 남성이 강제로 키스하려던 여성의 혀를 깨물어 다치게 했다면 정당방위로 볼 수 있을까. 남성은 "강제 추행에 맞서기 위한 불가피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정당방위를 넘어선 행동"이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김 모(23)씨는 20136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술집에서 자신의 여자친구와 박 모(·22)씨 등 지인들을 만나 술을 마셨다. 술에 취한 김씨는 새벽 430분쯤 술주정을 부리다 길바닥에 드러누웠고, 박씨는 김씨를 일으켜 세운다며 그의 목과 허리에 손을 두른 채 강제로 키스하려 했다. 저항하던 김씨는 박씨의 혀를 세게 깨물었다. 혀가 2가량 잘려나가자 박씨는 접합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으로 달려갔으나 '수술 불가' 진단을 받았고, 김씨를 중상해죄로 고소했다.

 

김씨는 "나보다 체구가 더 큰 박씨가 억지로 키스를 하려고 했고, 목을 조르거나 코를 잡는 등 가학적 행동을 해 정당방위 차원에서 혀를 깨문 것"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서울고법 형사6(재판장 김상환)는 김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개된 장소였고 박씨를 밀치거나 일행에게 도움을 청했다면 당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며 "김씨가 당한 피해에 비해 박씨가 입은 상해가 너무 심해 정당방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여성용 구두의 하이힐은 '위험한 물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폭행 도구로 사용됐다면 가중처벌해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

 

2009년 인천지법은 난투극을 벌이는 과정에서 하이힐을 이용, 상대방을 폭행해 실명케 한 A(26·)에 대해 폭력행위처벌법 상 집단·흉기 상해죄를 적용, 징역 26월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신던 하이힐의 굽이 뾰족해 이를 사용해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가하는 경우 중한 결과가 발생하리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로 하이힐도 깨진 유리 조각이나 부러진 걸레 자루, 각목, 가위, 벽돌 등처럼 위험한 물건으로 분류됐다. 이런 물건을 이용해 폭행을 가한다면 단순 상해가 아닌 흉기 상해로 분류돼 가중처벌 받을 수 있다. 칼자루나 당구공 등은 위험한 물건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걸린 사람이 자신의 감염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해 외부로 돌아다니면 형사처벌을 받을까. 법조계 관계자들은 "고의로 메르스를 퍼뜨리기 위해 돌아다녔다는 점이 확인되면 상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5512141번 환자 A(42)씨는 메르스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중 "메르스를 다 퍼트리겠다"며 의료진에게 막말을 퍼붓고 병원을 뛰쳐나왔다. 재진료 권유도 거부했던 A씨는 결국 이튿날 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A씨가 병원과 집 외에 다른 곳을 돌아다니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만약 A씨가 공공장소를 돌아다녔다면 불특정 다수가 메르스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법조인들은 "만약 메르스 감염자들이 고의로 치료 및 격리를 회피하고 일반인에게 메르스를 퍼뜨렸다면 심한 경우 상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도 일부러 돌아다니고, 이로 인해 실제 다른 사람들이 신체적 피해를 본다면 형사책임도 물릴 수 있다는 것이다.

 

 

"판사님, 제가 피고인을 용서했는데 뭐가 더 필요합니까? 합의서도 제출했으니까 이걸로 재판을 끝내주세요." 피고인 A씨로부터 두들겨 맞아 전치 4주의 늑골골절상을 당한 피해자 B씨는 최근 재판부에 재판을 끝내달라고 요청했다. A씨에게 맞아 늑골골절상을 입은 것은 사실이나 충분한 치료비를 받고 A씨와 합의했으니 이 사건을 없던 것으로 해 달라는 것이다.

 

'합의를 한다'는 것은 사건이 종결된다는 뜻일까? 당사자들끼리 화해를 하면 재판이 종결되는 민사재판과는 달리, 형사재판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한다고 꼭 재판이 종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서로 주먹을 몇 대 휘두른 정도로 싸운 경우 서로 합의가 이루어지면 그것으로 사건은 종결된다. 폭행죄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처벌해달라고 해야 처벌할 수 있는데 '합의를 했다'는 것에는 가해자의 처벌을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 법은 폭행죄, 협박죄, 명예훼손죄 등의 경우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상해죄는 이 항목에 들어가지 않는다.

 

B씨가 사건을 없던 것으로 하고 싶다고 해도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서 판사가 관대한 처벌을 내릴 수는 있다.

 

판결은 피고와 원고 사이에 있었던 사건과 그 제반사항을 고려해 내리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 반드시 같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각각의 법 조항과 판례들을 모두에게 적용할 수는 없지만 각 사례별로 중요한 포인트를 생활 속 법률지식으로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조선일보 입력 : 2016.06.27 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