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나에겐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 삶을 정리하든가, 아니면…"
[황우석 박사 인터뷰]
"당시 내가 자살할까 봐 국정원서 강제 입원시켜 / 내 추락도 내 運命… 다시는 실험실 안 떠날 것"
"오사마 빈 라덴 잡을 때 적외선 카메라 단 채 / 그 속에 들어간 특수軍犬… 美 해군 요청에 두 마리 복제"
'중국 최대 규모 줄기세포 기업인 보야라이프 그룹이 황우석 박사 연구진 등과 합작해 내년 상반기 중국 톈진 경제기술개발구의 1만4000㎡ 부지에 동물 복제 공장을 짓겠다고 24일 발표했다. 이는 동물 복제 시설로는 세계 최대라고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이 전했다.'
이 국제 뉴스를 보면서 황우석(62) 박사를 만나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줄기세포 조작 스캔들'이 터진 지 10년이 됐다.
◀황우석 박사는“국내 법에 제약되면 국적을 바꿔서라도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언론과의 접촉을 거의 피해왔다. 그와 관계된 뉴스는 외신(外信)으로 들어왔다. 작년에는 '인간 체세포의 핵(核) 이식으로 만든 배아줄기세포주(株)'가 미 특허청에 등록됐고, 재작년에는 러시아 측과 공동으로 매머드 복제 연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런 뉴스들은 사실일까, '국제 사기꾼'처럼 된 그에게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논문 조작 사건 뒤로 그가 어떻게 살아왔는지가 정말 궁금했다.
10년 전 우리는 한 수상식장에서 딱 한 번 만났다. 그는 교육학술 부문, 나는 언론보도 부문의 수상자였다. 이 사실을 그는 기억했다. 이런 인연으로 서울 오류동에 있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그는 별로 늙은 것 같지 않았다. 10년 전보다 전체적으로 더 편안해보였다.
―연구원 앞에 '수암'이 붙은 까닭은?
"서울대에서 쫓겨나온 직후 동향(同鄕) 기업인의 후원으로 연구원을 열었다. 수암은 그분의 아호다. 처음 서울 방배동의 건물 지하에서 시작했다가 경기도 용인 농기계 창고로 옮겼고, 그런 뒤 여기로 들어왔다. 그 중간에 나는 카다피(2011년 사망)의 초청으로 리비아에 2년 동안 가있었다."
―세간에는 두 부류가 있다. 황 박사에 대해 미련을 못 버리고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황 박사를 '사기꾼'으로 보고 아예 외면하는 부류다. 이번에 중국의 동물 복제 공장에 대해서도 솔직히 긴가민가하는 게 있다.
"중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걸 몰랐다. 근 10년 동안 신문과 TV, 인터넷을 안 보고 있다. 직원들이 건네주는 스크랩만 본다. 중국 정부가 농촌 빈곤 퇴치 사업의 일환으로 식용 소 복제 공장을 계획한 거다. 중국 소고기의 질이 안 좋다. 복제나 시험관 방식으로 한우(韓牛)를 생산하려는 것이다. 처음에는 수정란을 10만개 생산하고, 나중에는 100만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아마 일년의 절반은 중국에서 보내게 될 것 같다. 이 외에 중국 프로젝트가 두 개 더 있다."
―중국에는 그런 복제나 시험관 기술이 없나?
"수태(受胎) 확률이 얼마나 높으냐가 관건이다. 투자 대비 효율, 즉 경제성과 관계되는 것이다."
―'줄기세포 논문 조작'은 국제적으로 알려진 사건인데, 중국 측에서 황 박사를 신뢰하는가?
"외국에서는 국내와 다르게 보는 것 같다. 작년에 미 특허청은 우리의 '복제된 배아줄기세포'(1번 줄기세포)에 대해 특허등록을 해줬다. 이는 2006년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결론을 뒤집은 것이다."
―특허를 받은 것이 과학계의 검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서울대 측은 이를 복제된 줄기세포가 아니라 처녀생식(수정을 하지 않고 개체 증식을 하는 것)에 의해 우연히 유도된 물질이라고 결론내렸다. 물론 처녀생식으로 볼 여지는 있다. 당시 우리 논문에도 '처녀생식의 확률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석을 달아놓았다. 하지만 여러 검증 절차를 거쳐 미 특허청이 7년 만에 물질특허까지 내준 것은 '1번 줄기세포'의 실체를 인정해준 걸로 볼 수 있다. 2011년 캐나다에서도 똑같이 방법특허와 물질특허를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해석하든, 이미 데이터 조작으로 판명된 사안인데.
"논문에 게재된 사진 두 장에 대해서는 조작 책임이 있다. 화질(畵質)이 안 좋아 내가 바꾸도록 했다. 하지만 줄기세포의 데이터 조작에는 정말 관여되지 않았다. 물론 연구 총괄 책임자로서 무한 책임이 있는 법이다. 그 사건이 없었으면 나를 다시 돌아볼 계기가 없었을 것이다."
―한때 세상 사람들은 황 박사를 '영웅'으로 떠받들었다. 노벨상 수상도 의심치 않았는데, 국제적인 사기꾼으로 전락했다. 천당에서 지옥으로 추락했던 셈이다. 그러고도 이렇게 재기한 것 자체가 대단하다.
"당시 국정원에서는 내가 자살할까 봐 강제 입원을 시켰다. 결국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 스스로 인생을 정리하든가, 아니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 외부의 평판에 귀닫은 채 뚜벅뚜벅 걸어가 결과물로서 뒷날 평가받느냐였다. 평가 안 해줘도 그만이고. 무엇보다 힘이 된 것은 제자 연구원들이었다. 내가 서울대에서 쫓겨나오자 20여명이 함께 따라나왔다."
―현재 연구원은?
"70명쯤 된다, 한때는 9개월 동안 봉급도 못 줬다. 작년 하반기부터 자체 수익 사업만으로 연구원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어떤 사업인가?
"개 복제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 지금껏 개 733마리를 복제했다. 올해에만 100마리가 넘을 거다. 한 마리에 약 10만달러쯤 받는다. 말하자면 우리가 국제적으로 '개장수'를 하고 있다. 동물 중 갯과(科)의 복제가 가장 어렵다. 개 복제는 우리만 가진 거의 독보적인 기술이다."
―2005년 황 박사가 세계 최초로 복제했다는 '스너피'가 가짜라는 주장이 있던데?
"서울대에서 쫓겨날 때 내가 한 모든 연구가 다 가짜가 됐다. 그 무렵 미국 아폴로 그룹의 존 스펄링 회장이 죽은 애완견 미시(Missy) 복제를 위해 거금을 내놓았다. 우리에게까지 연락이 왔다. 우리는 냉동된 세포로 복제견 다섯 마리를 만들었다. 2008년 미국에 인도된 복제견들이 ABC 생방송에 출연했다. 그걸로 미국 복제시장에서 내 존재를 인정받게 됐다."
―황 박사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잘 믿기지 않는다.
"얼마 전 저녁 식사를 함께한 박원순 서울시장도 '어떻게 복제가 될 수 있느냐. 정말 된다면 나를 다섯명만 복제해달라'고 의심하더라. 국내 지도급 인사의 생명과학에 대한 이해도에 실망해 그 자리에서 나도 한마디 쏘아붙였다."
그는 '뉴스가 될 만한' 복제 성과에 대해서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내게는 전혀 새로운 세계였다.
"2009년에는 9·11 테러 당시 생존자를 구출하다가 유독가스 때문에 뒷다리가 마비된 구조견을 네 마리 복제했다. 미국 언론에서는 '어머니인 자연도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2년에는 오사마 빈 라덴을 잡을 때 특수 방탄복에 적외선 카메라를 단 채 들어간 군견을 미 해군의 요청으로 두 마리 복제해줬다. 두바이의 알 마쿰 세이카 마타 모드 공주는 숨진 애완견의 복제를 주문했다. 복제견이 뻗정다리여서 '이거 잘못됐다'고 걱정했는데, 수령하러온 온 세이카 공주가 복제견의 걷는 모습을 보고 박수치며 좋아했다. 원래 애완견이 뻗정다리였다는 것이다."
―복제견의 수명은 짧다고 들었는데?
"복제 근방에도 안 와본 소위 전문가들이 '최초의 복제양 돌리가 일찍 죽었다'며 그렇게 말한다. '돌리'를 복제한(1996년) 영국의 이언 월머트 박사는 '매스미디어가 무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정상적인 양들이 죽을 때 돌리도 죽었다는 것이다. 복제 동물은 수명과 번식력에서 일반 동물과 똑같다. 복제견끼리 교배해 자손도 낳고 있다."
―황 박사와 관계된 또 다른 뉴스는 지구상에서 멸종된 매머드를 복제한다는 것이었다. 이걸 믿어냐 하나?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 코요테 복제 사업을 한 적 있다. 개의 자궁과 난자를 빌려 코요태 암컷 세 마리와 수컷 다섯 마리를 복제했다. 최초로 성공한 이종(異種) 복제였다. 그 뒤 러시아 극동연방대학에서 매머드 복제를 제의해 정식 계약을 맺었다. 러시아에서 매머드 세포 조직을 공수해 연구하고 있다. 세포를 살려내면 아시아 코끼리의 자궁에 착상하려고 한다."
―언제적 세포인가?
"3만2000년 전."
―그게 살아있다고 보나?
"얼음에 파묻혀있었다. 만에 하나 탈수된 상태로 영구 동면 상태일 수도 있다. 확인할 날이 다가오고 있다. 나와 내기를 해도 좋다."
―합동연구를 했던 제주대 박세필 교수 팀에서 이미 매머드 세포를 배양했다고 발표했는데?
"아직까지 멸종된 고대생물을 살려낸 적이 없다. 만약 성공했다면 과학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하지만 주위 세균들이 자란 것을 세포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매스컴 발표보다 전문가의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박 교수 팀에서 무리한 조건을 내걸고 안 받아주면 세포를 내주지 않겠다는 거다. 세포 소유권을 가진 러시아 측과 상의해 검찰에 고발할 수밖에 없었다."
―줄기세포 복제 연구는 손 뗐나?
"동물로 대신 하고 있다. 체세포 복제는 법적으로는 가능해도 정부가 승인권을 갖고 있다. 생명윤리 문제로 승인 절차가 엄격하다. 외국에 나가서 연구하더라도 우리나라 국적으로 하면 법 위반이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은 황 박사의 책임이 가장 크지 않나?
"그렇다. '당시 내가 과학자였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지금은 과학자로서 그렇게 부끄럽지 않다. 내가 깨달은 것은 실험실을 떠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의 추락도 내 운명이고 내 삶이다. 다만 내가 이 세상에 왔으니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있다."
―그 목표가 뭔가?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생기는 유전병이 730종쯤 된다. 이재현 CJ 회장이 앓고 있는 병도 그런 모계 유전 질환의 하나다. 정상적인 난자에서 핵을 빼낸 뒤 유전병에 걸린 여성의 핵을 집어넣고 정자와 결합시키면 정상적인 아이를 낳을 수 있다. 국내에서는 난자 이용이 법으로 묶여있다. 죽기 전에 이걸 꼭 하고 싶다. 정 안 되면 국적(國籍)을 바꿔서라도…."
나는 다섯 시간동안 연구원에 머물면서, 그의 집도(執刀)하에 복제 시술 과정과 제왕절개로 복제견을 출산시키는 장면도 지켜봤다. 인간의 수술실 풍경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中 줄기세포 기업·황우석 손잡고 세계 최대 동물 복제공장 짓는다
조선닷컴 입력 : 2015.12.0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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