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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세인생’ 패러디에 담긴 새누리당 공천 각축

풍월 사선암 2015. 12. 19. 14:08

한때 친박이었다고 전해라정치인생깨알 해석

 

[정치BAR]

백세인생패러디에 담긴 새누리당 공천 각축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제17회 백봉신사상 시상식에서 대상 수상자인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왼쪽)이 부상으로 받은 메달을 목에 걸자, ‘올해의 신사의원 베스트10’에 오른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진짜 금인지 물으며 만지고 있다.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 열풍이 20대 총선을 넉 달 앞둔 여의도에 상륙했다. “육십세에 저세상에서 날데리러 오거든 아직은 젊어서 못간다고 전해라~”로 시작하는 <백세인생>의 가사를 현 여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총선 공천 혈투에 빗댄 패러디가 국회에 돌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의원 보좌진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이 패러디의 제목은 <정치인생>으로, 내년 총선 예비후보등록 첫날인 지난 15일부터 SNS를 통해 전파되고 있다.

 

<정치인생>은 특히 원조 친박이었던 새누리당의 유승민 의원이 지난 6~7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거부와 함께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그 측근들마저 청와대·친박근혜계의 표적 낙천공포에 떨고 있는 상황을 처량하면서도 따끔하게 풍자하고 있다. “티케이(대구경북) 상황을 정확히 꼬집었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티케이에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대구 동갑 출마 예상), 윤두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대구 서구), 곽상도 전 민정수석(대구 달성), 남호균 전 행정관(대구 달서병), 전광삼 전 춘추관장, 김종필 전 법무비서관 (이상 대구 북갑), 이재만 전 동구청장(대구 동을) 등이 진박(진실한 친박)’을 자처하며 현역 의원에게 도전장을 들이밀고 있다.

 

<정치인생> 노랫말에 풀이를 붙여봤다.

 

내년 2월 공심위에서 날 낙천하러 오거든 아직은 초선이라 못간다고 전해라

새누리당이 지역구 의석(12)을 모두 장악한 대구의 경우, 7명의 초선의원이 있다. 이들 대부분이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돼, ‘친박계가 공천에서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흉문에 떨고 있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에서 물러난 뒤 이들을 가리키며 나와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피해를 입는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칠십 세에 공심위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지역구 현안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이 대목은 대구·경북을 비롯한 고령 의원들을 지목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친박계 안에서조차 서청원 최고위원 용퇴론이 언급될 정도로, ‘공천 물갈이를 위해서는 고령 의원들이 결단해줘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 친박이라고 다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친유승민이라 친박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나도 한때 친박이었다고 전해라

설명이 필요 없다. 유승민 의원 본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원조 친박이고, 그와 가까운 수도권, 영남, 충청 등지의 의원들 다수가 친박이었다.

 

배신했다고 청와대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나도 올해 백봉신사상 받았다고 전해라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25 국무회의 발언에서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고 말해, 유승민 의원과 그 측근들을 향한 강력한 거부를 선언했다. 유승민 의원은 박 대통령으로부터는 몹쓸 사람으로 버림받았지만, 128일 국회 출입기자들이 선정하는 백봉신사상 대상을 받았다. 유승민 원내대표 시절 원내수석부대표로 호흡을 맞췄던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도 이 상을 받았다. 박 대통령과 긴장 또는 대립 관계를 이뤄온 정의화 국회의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 등도 함께 이 상을 받아, “유승민 측근들이 다 수상했다”(이종걸 원내대표)는 얘기가 나왔다.

 

대구 초선 여론몰이로 날 데리러 오거든 말하는 니놈이 물갈이 대상이라 전해라

11월 유승민 의원의 부친상가에서 친박계의 조원진·윤상현 의원 등이 티케이 물갈이론을 펴자 김무성 대표는 물갈이 물갈이 말하는 사람들이 물갈이 된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진 적 있다.

 

아리랑 아리랑 공천이요 추풍령 고개 넘어 총선간다

 

내 지역구 사람 보내 또 데리러 오거든 자존심 상해서 출마한다고 전해라

이 대목은 박심을 업은 진박(진실한 반박)’을 자처하며 대구·경북, 서울 강남권 등 새누리당 텃밭에 도전장을 내미는 청와대 참모와 정부 장·차관 등 고위직들에 대한 반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친박 낙하산들이 실제로는 현재의 현역 의원에 비해 깜도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선친 상가 문상 않고 날 또 데리러 오거든 화는 나지만 참고 있다고 전해라

11월 유승민 의원의 부친상 대구 빈소에 박근혜 대통령은 조화를 보내지 않았고, 청와대 고위 참모들도 아무도 조문하지 않았다.

 

이재만 이어서 정종섭이 또 데리러 오거든 4선 당선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겠다며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에게 총선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유승민 의원의 바로 옆 지역구인 대구 동갑(류성걸 의원)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3선인 유승민 의원에 대한 압박이 턱밑까지 오더라도 4선에 성공할 것이라는 의미로 보인다.

 

“TK를 홍어로 보고 또 데리러 오거든 나는 이미 과반수 얻고 있다고 전해라

결선투표 얘기다. 김무성 대표와 친박계는 공천 경선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는데, 그 대상을 두고 친박계는 과반 득표자가 안 나오면 무조건 결선투표를 해야 한다고 하고, 김 대표는 “1위와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일 때로 제한해야 한다고 하고 있다. 이 노랫말은 과반 기준으로 해도 친박 낙하산을 너끈히 이길 수 있다는 조롱이라고 새누리당 관계자는 풀이했다.

 

아리랑 아리랑 고모령아 우리 모두 공천 받아 고향가요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왼쪽)이 지난 118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북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유수호 전 국회의원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유승민 의원을 위로하고 있다.

 

아래는 <정치인생> 전문이다.

 

정치인생

내년 2월 공심위에서 날 낙천하러 오거든 / 아직은 초선이라 못간다고 전해라

칠십 세에 공심위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 지역구 현안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

친유승민이라 친박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 나도 한때 친박이었다고 전해라

배신했다고 청와대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 나도 올해 백봉신사상 받았다고 전해라

대구 초선 여론몰이로 날 데리러 오거든 / 말하는 니놈이 물갈이 대상이라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공천이요 / 추풍령 고개 넘어 총선간다

 

내 지역구 사람 보내 또 데리러 오거든 / 자존심 상해서 출마한다고 전해라

선친 상가 문상 않고 날 또 데리러 오거든 / 화는 나지만 참고 있다고 전해라

이재만 이어서 정종섭이 또 데리러 오거든 / 4선 당선 할 날을 찾고 있다 전해라

TK를 홍어로 보고 또 데리러 오거든 / 나는 이미 과반수 얻고 있다고 전해라

아리랑 아리랑 고모령아 / 우리 모두 공천 받아 고향가요

 

한겨레신문 2015-12-16 황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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