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정원/생활글

사불삼거(四不三拒)를 다시 생각한다

풍월 사선암 2015. 5. 30. 09:40

 

사불삼거(四不三拒)를 다시 생각한다

 

KBS가 사불삼거(四不三拒)한국의 유산으로 소개하였다. 조선시대 공직자들이 꼭 지켜야 할 불문율로, 사불(四不)이란 첫째로 부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 둘째로 땅을 사면 안 된다. 셋째로 집을 늘려서는 안 된다. 넷째로 재임지의 명산물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고, 삼거(三拒)첫째로 윗사람이나 권력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한다. 둘째로 청을 들어준 답례를 거절한다. 셋째로 경조사의 부조를 거절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부업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에 관하여는 조선 영조 때의 아전 김수팽의 일화가 있다. 김수팽은 어느 날 아전인 아우의 집에 들렀는데, 동생의 아내가 염색을 부업으로 한다는 말을 듣고 나라의 녹을 받는 우리가 부업을 한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먹고 살라는 말이냐며 염색통을 뒤집었다고 한다. 요즈음의 시각으로 본다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공직자 본인이 부업을 하였다면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그 아내가 부업을 한 것을 비난하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공직자가 부업을 하는 것이 부적절한 것은 틀림없고, 부인이 부업을 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남편과 같이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남편과 같이하는 정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최소한 남편이 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므로, 아예 공직자의 부인이 부업을 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것이 옳을 수 있겠다. 얼마 전 퇴임한 김능환 전 대법관의 사모님은 남편이 법원에 재직 중일 때는 공직자의 부인이 부업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삼가시다가 김 대법관님이 퇴임하시자 곧바로 편의점을 열었다고 한다. 요즈음 공직자의 부인이 부업을 삼간 보기 드문 예이다.

 

두 번째 땅을 사면 안 된다는 것에 관하여는 조선 중종시대의 문신인 윤석보에 관한 일화가 있다. 윤석보가 풍기군수로 부임하였는데 고향에 남겨둔 가족들이 가난에 시달리다가 그 아내가 가산을 팔아 밭을 사자 윤석보는 아내에게는 이를 물리도록 하고, 본인은 사직서를 냈다 한다. 뇌물을 받아 땅을 산 것도 아니고, 무슨 개발정보를 이용하여 땅을 산 것도 아닌데, 땅 산 것을 물리고 사직서를 냈다는 것이 요즈음의 시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청문회에서 단골 메뉴로 공직후보자의 투기성 부동산 구입, 토지 매입을 위한 위장전입이 문제되고 있고, 근자에는 개발정보를 이용한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구입이 눈총을 받은 것을 생각하면, 공직자가 땅을 사는 것을 금기시한 것은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셋째로 집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것은 땅을 사면 안 된다는 것과 같은 맥락일 것이다. 이에 관하여는 대제학 김유의 일화가 있다. 대제학 김유의 집은 여름이면 자식들이 처마 밑에 자리를 펴고 잘 정도로 좁았다 한다. 그가 평안 감사로 나가 있는 동안 장마 비에 처마가 무너져 내리자 아들들이 처마를 좀 늘려 고쳐놓았는데 이를 안 김유는 당장 늘린 처마를 잘라내게 했다 한다.

 

넷째로 재임지의 명산물을 먹지 않는다는 것과 관련해서는 조선 전기의 문신인 연안 부사 기건의 행동이 거론된다. 그는 붕어가 유명한 연안에서 부사로 6년간 근무하면서 붕어를 입에 대지 않았고, 제주 목사로 3년 동안 근무하면서는 전복을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명산물을 먹는 것이 사치로 보였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고래고기가 유명한 지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곳에서 근무하는 동안 몇 번 고래고기를 먹은 적이 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썩 잘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삼거 중 경조사의 부조를 거절한다는 항목은 요즈음에도 많은 것을 시사한다. 경조사의 부조라는 것이 보통은 의례적인 것이라서 이를 문제 삼는 것이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도 들지만, 공무원이 관련 업체들에게 청첩장을 돌려 문제가 되는 사례가 가끔 생기는 것을 보면 부조를 아예 거절하라고 한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직자의 기본 덕목은 청렴이다. 청렴은 재물에 대한 관심과 욕심을 버릴 때 지켜질 수 있는 것이므로 공직자들에게 재물에 대한 관심과 욕심에서 멀어질 것을 요구한 사불삼거는 오늘날에도 공직자들에 대한 지침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유길종<변호사>

첨부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