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생활/맛집,음식

365일 불 꺼지지 않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다

풍월 사선암 2015. 3. 9. 19:03

세계 유명 수석 요리사도 혀를 내두르는 이곳

 

365일 불 꺼지지 않는 서울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다

 

노량진 수산시장(鷺梁津 水産市場)은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수산물 전문 도매시장이다. 경매장과 도소매 판매장, 2층의 여러 식당가로 이루어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이다. 상인과 경매인 등 종사 인원만 3400여 명이다. 선거철이면 정치인들이 TV뉴스에 나와 민생행보를 한다며 꼭 들르는 단골 장소이기도 하다. 현 서울시장도 당선 후 처음 이곳을 공식 방문했다.

 

전국 각종 수산물이 이곳에 모여 경매 후 서울의 여러 시장, 횟집, 식당 등으로 운송된다. 경매는 패류, 선어, 활어로 나뉘어 새벽 1~5시까지 한다. 경매뿐만 아니라 일반 도매·소매도 하고 있다. 특히 경매율이 90%가 넘어 일본과 중국 시장 및 수산 관련 기관, 대학교에서도 경매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주기적으로 방문한다고 한다. 소문이 나서인지 호기심 어린 눈빛의 외국인들도 심심치 않게 보이는 시장이다.

 

활어처럼 팔딱거리는, 불빛이 꺼지지 않는 시장

 

도심 속 정겨운 시장이요, 치열한 삶의 터전 노량진 수산시장.

 

조선 한양의 사대문 안에는 조선 정부가 관리하던 시전(市廛)이라는 시장이 있었다. 여기에 어물전도 있었다. 시전 어물전의 해산물은 서해에서 한강을 타고 들어온 어선들이 주로 공급하였다. 한강 중에서 한양 근처를 흐르는 강을 경강(京江)이라 하였는데, 이 경강의 포구에 어선들이 들어오면 포구의 상인들이 해산물을 구입하여 시전으로 넘겼다. 경강 포구의 시장을 경강시장, 포구의 상인을 경강상인이라 하였다.

 

경강시장이 선 포구는 용산, 마포, 서강, 양화진, 노량진, 동작진, 서빙고, 뚝섬, 송파진 등이었다. 이 경강의 포구에서 거래되던 물품이 해산물만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해산물이 서해안에서 들어왔으므로 경강 하류 쪽 포구에서 특히 거래가 많이 이루어졌을 것이라 짐작된다. 노량진수산시장의 뿌리를 찾자면 조선의 이 경강시장에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살아있는 활어위판으로 해외에도 잘 알려진 노량진 수산시장.

 

경강시장은 구한말 교통의 변화로 쇠퇴하였다. 1899년 제물포와 노량진을 잇는 경인선(이듬해 경성역까지 연장되었다)이 놓인 게 결정적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경성에 수산물 도매시장이 처음 선 것은 1905년이었다. 경성역 앞에 있었으며, 이름은 경성수산시장이었다.

 

이후 히노마루수산시장과의 합병하고, 용산수산시장, 경성어시장 등과의 통합을 거쳐 1927년 경성부 수산시장이 되었다. 노량진수산시장 누리집에는 이 경성부 수산시장이 지금의 노량진수산시장 역사의 처음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후로 줄곧 서울역 근처에 있다가 지금의 자리로 옮긴 것은 1971년의 일이다. 2002년부터 수산업 협동조합이 시장을 인수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 맛있게 이용하는 몇 가지 비결

 

노량진 수산시장은 들어가는 입구부터 바다 내음으로 가득하다. 비릿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풍겨오는 게 어디 바닷가 포구에 온 듯 착각이 들게 한다. 그 냄새를 따라 가면 줄지어 손님을 기다리는 풍성한 수산물 천국이 나온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2층 식당가, 시장을 조망하기도 좋다.

 

숙성을 거친 선어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과 달리 살아있는 활어를 좋아하는 나라답게 싱싱한 횟감을 고르려는 시민들과 걸쭉한 목소리로 손님과 흥정을 하는 상인들의 모습이 마치 활어처럼 팔딱팔딱 활기차다. 24시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대도시 속 이채롭고 정겨운 재래시장이기도 하지만, 치열한 삶의 터전임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이 수산시장은 서울에서 가장 큰 '생선가게'이자 '횟집'이기도 하다. 보통 경매가 이뤄지는 오전 1~5시 사이가 도매상인을 위한 시간이라면, 점심시간과 저녁시간 그리고 늦은 밤까지는 싱싱한 횟감을 찾아 나선 손님들을 위한 시간이다. 직접 고른 생선, 해산물을 바로 회나 매운탕, , 구이를 해먹는 즐거움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만날 수 있으니 찾는 이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

 

홍해삼, 말전복, 세발낙지 등 바다가 그대로 느껴지는 평소엔 보기 힘든 해산물도 실컷 구경하고, 푸짐한 해산물 먹거리를 앞에 놓고 시끌벅적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이 시장은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돼 언제든 찾아도 헛걸음할 일이 없다.

 

 

요즘이 제철인 기름지고 먹음직스러운 방어.

 

일본 도쿄의 츠키지 수산시장도 대도시 수산시장으로 유명하지만, 노량진 수산시장의 살아있는 '활어' 판매량은 세계 수위를 차지하는 만만치 않은 규모를 자랑한다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석 요리사들이 이곳을 둘러보고 혀를 내두를 정도란다.

 

그래서인지 노량진 수산시장의 대표 상품이 생선회라는 점은 이견이 없을 듯싶다. 손님이 보는 앞에서 직접 고른 생선을 잡아 회로 썰어 주는 것을 바닷가가 아닌 서울 한복판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수산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광어, 우럭부터 킹크랩, 대하, 도루묵, 방어, 민어, 도미 등 철따라 다양한 생선회를 맛볼 수 있다.

 

노량진 수산시장에 갈 땐 미리 먹고 싶은 것을 정해놓고 찾아가는 게 좋다. 너른 장터에 많은 종류의 활어와 해산물들이 있어서 무턱대고 그냥 가면 구경하다 헤맬 수 있어서다. 제철 생선이나 해산물, 인원 수 대비 필요한 양을 정확히 제시하면 시장 상인들과 흥정하기도 훨씬 수월하다.

 

수산시장 누리집에 생선별, 해산물별로 매일 매일 바뀌는 시세를 상세하게 안내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된다. 또한 수산시장 내 식당들도 나와 있어서 미리 메뉴나 자리를 예약하면 좋겠다. 참고로 생선은 큰놈일수록 맛도 있고 양도 많이 나온다. 1.5kg 광어 두 마리 보다 3k짜리 광어가 훨씬 좋다는 얘기다.

 

킹크랩, 털게, 대게 등을 사서 수산시장내 식당에 가면 찜요리해 먹을 수 있다.

 

이렇게 구입한 회나 해산물을 먹을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포장을 해서 가져가는 방법이고, 두 번째는 수산시장 내 2층에 있는 식당에서 먹는 것이다. 가져온 생선으로 매운탕 혹은 지리를 준비해주고, 해산물을 손질해서 내주거나 구이, 찜 등을 해준다. 킹크랩, 털게 등도 찜통에 쪄서 먹기 좋게 내어준다.

 

노량진 수산시장의 특징 중 하나로, 식당에서 먹을 때는 상추, 깻잎, 고추, 마늘, 된장 등의 상차림을 해주는 일명 '초장값(혹은 양념값)'이라 하여 1명당 2천 원~3천 원의 비용을 받는다. 식당에서 따로 파는 다양한 음식 메뉴를 선택할 수도 있다. 식당들에서는 회, 매운탕 외에도 생선전은 물론 새우버터구이, 낚지볶음 등 해산물을 사가서 요청하면 다 해준다. 매운탕도 기본 매운탕 말고, 생선 종류에 따라서 지리로 부탁해도 좋고. 라면을 넣어 해물라면을 보글보글 끓여 먹는 맛도 특별하다.

 

일식집이나 일반 횟집은 물론 다른 재래시장에서 파는 생선회나 매운탕의 양이 무척 많이 나오다 보니 남길 수가 있다. 이때 다 못 먹은 채로 그냥 나오지 말고 따로 싸달라고 하면 추가 비용없이 가져가기 좋게 잘 포장해 주는 점도 노량진 수산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 집에 가서 다시 한 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인데 낭비하지 말아야겠다.

 

손님 불편하게 하는 호객 행위는 이제 그만

 

평소엔 보기 힘든 귀한 해산물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좋다.

 

한강 자전거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고 동호회 친구들과 같이 간 나는 '오메가3'라 불리는 이맘때의 제철 생선 방어를 먹었다. 노량진 수산시장은 3명 이상이 가야 횟집보다 저렴한 가격에 흡족하게 먹을 수 있다. 특히 노량진 수산시장 식당 어디나 일식집에서나 맛볼 수 있는 생선 머리구이를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겨울철 별미 알밴 도루묵 구이도 요즘 수산시장 식당의 인기 있는 메뉴다.

 

연 중 생선의 품질이 좋고 가장 맛 나는 요즘, 또 하나 제철회가 있으니 참숭어다. 가격이 착한데다 살이 단단하고 탄력이 있어 식감이 참 좋다. 푸짐하게 양도 많이 나오니 먹다가 남으면 싸가지고 집에 가서 냉장고에서 숙성시킨 후 다음날 상추와 깻잎만 썰어 넣고 회비빔밥으로 먹어도 좋다. 다양한 생선회를 먹고 싶다면 4만 원부터 시작하는 모듬회를 추천한다. 평소 먹기 힘든 고급 제철회가 종합선물세트로 나온다.

 

참고로 생선회는 바로 떴을 때보다 몇 시간 숙성시킨 것이 더 맛 좋다는 사실은 팁이다. 요즘 맛과 식감이 좋은 제철 해산물로는 생굴, 꽃게, 갑오징어 등이 있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진풍경을 연출하는 시장이라 그런지 아시아 관광객들도 여럿 보였다. 수산시장에 새로 공사 중인 건물이 있는데, 내년에 자리를 잡으면 도쿄의 츠키지 수산시장처럼 도시 속의 이채로운 관광명소가 될 듯하다.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늘 문제시 되어 왔던 호객 행위는 많이 나아졌으나, 활어회 코너쪽 입구에서는 여전했다. 부산 자갈치 시장 상인 아지매들의 "보이소, 오이소, 사이소" 하는 외침은 애교 수준이다. 활어회 코너 시장통을 지나면 상인들이 줄지어 서서 "아저씨 찾는 거 있어요? 이리 와 봐요, 싸게 해줄게" "안사도 되니깐 일단 구경만 하고 가요" 등 호객행위를 한다. "호객행위는 반드시 추방되어야 합니다"라고 붙은 현수막이 무색할 정도다.

 

최근 40년이 넘은 5층짜리 대형 냉동 창고를 철거하면서, 수산물 가공처리장과 제빙실, 냉동창고 등 냄새가 심하게 나는 시설은 모두 지하로 옮길 수 있도록 새 건물을 짓고 있다.

 

2015년을 목표로 노량진 수산시장의 '2의 도약'을 위한 현대화 작업이라고 한다. 일본 원전사고 후 방사능 측정검사기계를 들여와 매일 방사선 검사를 하는 등 시설의 현대화도 좋지만, 심한 호객행위를 하는 일부 상인들의 상술도 달라져야 하겠다.

 

-오마이뉴스 / 글 김종성-

 

누리집 : www.susansij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