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명조(夜鳴鳥)의 교훈
원효대사는 중생의 병 중 가장 무서운 병이
‘내일로 미루는 습관’ 이라고 했답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올해 할 일을 내년으로 미루고,
금생에 할 일을 후생으로 미루는 것,
이것이야 말로 사람들의 어리석음이 아닐까요.
똑같은 고통을 두 번, 세 번 반복해 겪는 것은
자신을 이기지 못하는 나약한 의지 때문입니다.
히말라야 설산에는 ‘야명조(夜鳴鳥)’라는 새가 있다고 합니다.
새 이름이 참 재미있는데, ‘밤에만 집을 짓겠다고 우는 새’라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입니다.
이 새는 밤이 되면 혹독한 추위를 이기지 못해
내일은 꼭 집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날이 밝아 햇살이 비치면 밤새 얼었던 몸을 녹이며
어제 저녁의 일을 까맣게 잊고 다시 하루 종일 놀게 됩니다.
또 다시 밤이 오면 낮의 일을 후회하며
내일은 꼭 집을 짓겠다고 다짐하면서 다시 운다고 합니다.
이 야명조는 결심과 후회를 반복하면서
오늘도 집 없이 추위에 떨며 울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곤경에 처할 때면 이 상황만 극복된다면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지만 그것이 해결되고 나면
이내 그 어려웠던 상황을 잊어버리고
어리석음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현재 이 시간에도 당장 해야 할 일을
미루고 있는 분들이 더러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일을 다음으로 미루는 누적지수를 환산해보면
우리 인생의 절반이 되고도 남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 삶에서 똑 같은 고통을 2번, 3번 반복해 겪는 것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지 못하는 나약한 의지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들이 ‘다음부터 잘해야지’ 하면서
현재의 일을 내일로 미루는
행동은 저 설산의 야명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문득 올 한해가 얼마 남지 않은 오늘,
한낮의 따사로운 햇살에 취해
길고 긴 추위가 몰아닥칠 겨울밤을
잊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며,
혹여 오늘 할 일을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보면서 야명조의 아픔을 한번쯤 기억하기 바랍니다.
- '이종근의 마음산책'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