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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14):서태후(上)

풍월 사선암 2014. 11. 20. 09:48

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서태후()

 

48년간 권좌에 앉아 74세까지 장수한 서태후의 장수보양식

 

호두죽과 진주, 모유로 젊음을 유지

 

영화를 통해서 잘 알려진 서태후(西太后, 1835~1908)는 중국 청나라 말기에 무려 48년 동안이나 절대 권력을 행사했던 최고 통치자였죠. 서태후는 74세까지 살았는데, 그냥 오래 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젊은 몸 상태를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항상 좋은 음식과 보약을 먹는 등 장수하는 양생법을 적극 추구하면서 몸관리를 잘 했기 때문입니다.

 

서태후

 

어떻게 해서 권력을 잡게 되었나?

 

서태후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17세에 궁녀가 되어 자금성에 들어갔습니다. 욕심이 많고 진취적이었던 그녀는 젊음과 미모에 노래를 잘 부르는데다 묘하게 사람을 설득할 수 있는 말솜씨를 무기로 황제 주변 환관들의 환심을 샀고 곧이어 황제의 눈에 들었습니다. 귀빈이 되었다가 22세에 황제의 유일한 혈육인 아들을 낳고 귀비가 되었습니다. 1860년에 서구 열강의 군대가 북경에 침범하여 피난하는 과정에서 함풍제가 31세에 요절하는 바람에 그녀는 27살에 청상과부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와 동시에 그녀가 낳은 6살짜리 아들이 동치황제가 되었기에, 황후는 자안태후(慈安太后), 귀비는 자희태후(慈禧太后)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처소가 자안태후는 동쪽에 있어서 동태후(東太后)로 불렸고, 자희태후는 서쪽에 있었기에 서태후(西太后)로 불리게 되었던 것이죠. 동태후는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서태후는 수렴청정을 시작하여 권력을 한 손에 쥐게 되었습니다.

 

한방 음료를 상용하다

 

서태후는 몸조심을 하기는 했으나 때로는 산해진미를 조절하지 않고 먹었기에 늘 비위장에 작은 병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의들은 차 대신 마시는 한방 음료를 만들어 드렸는데, 소화를 도와 뱃속을 편안하게 해 주었던 것이죠. ‘자위화중대다음(滋胃和中代茶飮)’은 수은 제제인 주사를 섞은 죽여, 후박화, 영양각 등의 한약재를 가루 낸 것을 끓인 물에 타서 마시는 것으로 음기를 도와주고 위장을 보양하며 가래를 삭이고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습니다. 가미삼선음(加味三仙飮)’은 보리길금(麥芽), 신곡(神曲), 산사(山査) 등을 볶은 초삼선(焦三仙)’을 비롯하여 탱자, 귤껍질, 빈랑 등의 한약재를 추가한 처방으로서 그때그때 증상에 따라 8가지나 변화시켰습니다.

 

서태후가 53세가 되었을 때 점점 노쇠해지면서 소화불량, 기혈부족, 피로, 무기력 등의 증상이 나타나자 어의가 한약재로 담근 여의장생주(如意長生酒)’라는 술을 올렸습니다. 근육과 뼈를 튼튼하게 하고 정기와 골수를 보태주며 위장을 조화롭게 하고 소화를 잘되게 하며 갈증을 멎게 하는 효능이 있어 노년기의 만성질병 치료와 예방에 좋으므로 장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서태후는 이 술을 마시면서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고 합니다.

 

귀한 보약을 많이 복용하다

 

건강 장수에 좋은 탕약을 수시로 복용하였으며 고약(膏藥)이나 환약(丸藥) 형태로 만들어 편리하게 복용하기도 했습니다. ‘양심전연령익수단(養心殿延齡益壽丹)’, ‘장춘익수단(長春益壽丹)’, ‘보원익수단(保元益壽丹)’ 등 이름만 봐도 효능을 짐작할 수 있는데, 서태후가 일생에서 가장 좋아하였으며 노년기에 매일 복용하다시피 한 것은 국화연령고(菊花延齡膏)’였다고 합니다. 양심전연령익수단은 백복신, 백자인, 백작약, 목단피, 천궁, 치자, 산조인 등의 10여 가지 약재가 들어가는데, 부드럽게 가루 낸 뒤에 꿀로 빚어서 수은 제제인 주사를 겉에 묻혀서 녹두알 크기로 만들어 끓였다가 식힌 물로 복용합니다. 장춘익수단은 양씨환소단(楊氏還少丹)’, ‘신선훈로환(神仙訓老丸)’ 등의 처방을 가감하여 만든 것으로 심장과 신장, 비위장의 허약을 보충하고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하며 머리카락을 검게 하고 피부를 윤택하게 하는 효능이 있습니다. 서태후가 몇 달 동안 복용하였더니 피부와 머리카락에 뚜렷한 효과를 보았다고 합니다.

 

신선훈로환은 재미있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비방입니다. 어느 벼슬아치가 어떤 마을을 지나는데 한 젊은 부인이 나무막대기로 노인을 때리는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벼슬아치는 화가 나서 때리는 것을 말렸는데, 부인이 말하기를 이 사람은 나의 큰 아들인데 집에 있는 신약(神藥)을 아무리 먹으라고 해도 먹지 않아서 지금 늙고 쇠약하여 행동이 굼뜨고 머리가 하얗게 되었으니 내가 때리는 것이라오.” 벼슬아치는 그 말을 듣고도 그 부인이 노인의 어머니라고는 도저히 믿기질 않았죠. 그래서 부인에게 사정사정해서 그 신약을 받아왔는데, 신선이 먹는 노인에게 훈계하는 약이란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모유(母乳)와 진주(眞珠)를 먹다

 

서태후는 사시장철 모유를 마시고 페르시아의 진주를 사다가 가루를 내어 먹어서 젊은 용모를 간직하고 건강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매일 저녁에 여성을 데려와 젖을 먹었는데, 특히 출산 후 48시간 이내에 분비되는 묽고 연한 노란색을 띤 초유를 마셨다고 합니다. 모유는 음기를 보충해 주는 효과가 매우 커서 보혈하고 오장을 윤택하게 하기에 허약하고 수척한 사람에 좋고 눈과 귀를 밝게 하며 살결을 희게 하고 머릿결을 부드럽게 하며 노화를 막는 작용이 있습니다. 변비, 번갈, 당뇨병에도 좋고 뼈와 근육을 강하게 하며 위장을 건실하게 합니다. 진주는 열을 내리고 눈을 밝게 하며 정신을 안정시키는 효능이 있습니다.

 

팔진고(八珍?)’도 아주 즐겨 먹었습니다. 팔진고는 청나라 황궁에 전해 오는 8가지 한약재로 만든 떡으로서 역대 황제들이 먹어왔는데, 비위장을 조화시키고 보양하는 효과가 큽니다. 서태후는 몸속의 습기가 잘 빠져나가지 않고 소화가 잘되지 않으며 가슴과 옆구리가 답답하고 불편한 상태에 맞게 재료를 약간 달리 해서 만든 것을 먹었다고 합니다.

 

서태후의 약식(藥食), 호두죽

 

호두

 

서태후가 늙어서도 아름답고 고운 살결을 유지할 수 있었고, 수많은 젊은 남성들을 데리고 놀 수 있었던 비결에는 호두죽을 꾸준히 먹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또한 과도한 성생활로 인해 불면증에 시달려야 했지만 호두를 애용함으로써 뇌를 진정시키고 숙면하게 되는 효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호두는 위와 장에 윤기를 주어 부드럽게 하고 대변을 잘 나오게 하므로 피부 미용에 효과적이고, 신장의 양기를 도와주며 정을 굳건하게 하므로 훌륭한 정력제가 됩니다. 특히 노인들에게 좋은데, 경맥을 잘 통하게 하며 머리카락을 검게 하고 귀를 밝게 하며 잦은 소변을 막아주기 때문이죠. 허리에 힘이 없고 아프면서 다리의 힘도 떨어진 경우에 좋고, 이빨과 뼈를 튼튼하게 해 주며 골다공증의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호흡기를 보강해 주는 효과가 뛰어나 허약해서 생긴 기침, 천식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지요.

 

호두는 노화 방지 효능도 있습니다.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강력한 항산화작용이 있기 때문인데,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 E가 많이 들어 있지요. 그래서 암, 중풍, 동맥경화, 신장 질환 등의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고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속살이 뇌의 모습과 흡사하게 닮았듯이 뇌를 보하는 효능이 있어 머리를 좋게 하고 뇌의 노화를 방지하므로 치매와 같은 뇌질환의 치료와 예방에도 좋습니다. 호두의 이런 효과들은 신장을 보강하는 효능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서태후가 먹었던 호두죽 끓이는 방법

 

호두 십여 개의 겉껍질을 벗기고 뜨거운 물에 1시간 정도 불려서 속껍질까지 벗긴 뒤에 2시간 정도 불린 쌀 1컵을 섞은 다음 잘 빻은 후에 체로 거릅니다. 믹서에 갈아도 되겠죠. 그것을 냄비에 담고 물을 1컵 붓고 끓이는데, 다 끓어 갈 때 씨를 바른 대추와 꿀을 넣으면 됩니다. 꿀이 없으면 흑설탕을 넣어도 됩니다. 호두가 좋지만 몸에 열이 많은 분이나 대변이 묽고 설사하는 분들은 주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