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역사,인물

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⑨:세종대왕(中)

풍월 사선암 2014. 11. 20. 00:27

정지천의 명인들 건강장수비결:세종대왕()

 

한글창제 위해 오래 앉아 연구하고 스트레스 받아 전립선염에 걸려

 

세종대왕께서 성병의 일종인 임질에 걸려 고생했다고 써 놓은 책이 있습니다. 과연 세종대왕이 임질에 걸렸던 것일까요? 임금이 성병에 걸렸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거니와, 더욱이 세종대왕께서 그렇게 되었다는 것은 누구든 믿기지 않을 겁니다. 조선왕조실록 세종편을 보면 세종이 43세 때인 1439년에 세종 스스로 자신의 질병을 고백하는 얘기가 나오는데 지난 해 여름에 임질을 앓아 오래 정사를 보지 못하다가 가을, 겨울에 이르러 조금 나았다 (去年夏 又患淋疾 久不視事 至秋冬小愈)”고 하였습니다. 여기 나온 임질을 성병으로 해석한 것인데요, 그것은 큰 오류입니다. 한의학에 임증(淋證)’이라는 병증이 있는데 실록을 편찬하는 사관이 임질로 표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임증과 성병인 임질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세균이 발견되지도 않았죠.

 

세종대왕

 

임증과 임질은 어떤 차이가 있나?

 

임질은 정식 명칭이 임균성 요도염(gonococcal urethritis)으로서 임균(gonococcus)에 감염되어 걸리는 성교 전파성 질병입니다. 성 관계를 하고 3일에서 10일쯤 지나 성기 끝에 누런 색의 농이 나옵니다. 또 요도 주위가 가렵고 소변을 자주 보고 싶으며 참기 힘들고 시원하게 나오지 않으며 소변이 나올 때 화끈거리고 따끔거리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급성 임균성 요도염에 걸린 겁니다. 임균에 감염된 것이죠.

 

임증(淋證)은 소변이 시원스럽게 나오지 않으면서 통증이 있는 경우를 통틀은 병증입니다. ()은 삼 수 변에 수풀 림이니 소변이 나오는 상태가 숲에 비가 내릴 때 빗물이 나무에 걸려 똑똑 떨어지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임증은 8가지가 있는데, 열림(熱淋)은 열이 방광에 많이 쌓여 생기는 것으로 소변 볼 때 화끈거리고 따가운 증상이 위주이고, 고림(膏淋)은 마치 고름같은 소변이 나오는 것입니다. 혈림(血淋)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서 통증이 있는 것이고, 사림(沙淋)과 석림(石淋)은 소변에 모래나 돌이 섞여 나오는 것이죠. 노림(勞淋)은 과로해서 생기는 것이고, 기림(氣淋)은 기가 맺히거나 기가 허약하여 생기는 것으로 둘 다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으면서 보고 나도 항상 덜 본 것 같습니다. 냉림(冷淋)은 찬 기운을 많이 받아 소변이 잘 나오지 않으면서 아랫배가 아픕니다.

 

임증은 수많은 비뇨기 질환을 통틀은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임증 가운데 열림과 고림은 신우신염, 방광염을 비롯하여 임질 즉 임균성요도염이나 비임균성 요도염에 해당되고, 사림과 석림은 요로결석, 그리고 노림과 기림은 급만성 전립선염에 해당됩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 임질에 걸려 고생했다는 것은 임증을 잘못 해석한 것이죠. 세종대왕의 임증은 열림과 고림 즉 임균성 요도염으로 볼 것이 아니라 노림과 기림, 즉 전립선염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께서 전립선염에 걸린 까닭은?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 요도를 둘러싸고 있는 밤알 같은 모양과 크기의 기관으로 남성에게만 있습니다. 밤꽃 냄새가 나는 전립선액을 분비하는데, 정액에 포함되어 정자를 활발히 운동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전립선염은 불결한 성교로 세균성 요도염에 걸린 뒤 치료를 잘 하지 못해 전립선에 세균이 침범한 것도 원인인데, 이 경우는 10%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비세균성입니다.

 

전립선염은 청장년 남성에서 흔히 발생하는데 특히 오랫동안 앉아 지내서 전립선 부위에 압박을 많이 받는 회사원이나 학생, 운전기사 등에 잘 생깁니다. 오래 차를 타고 다니거나 과음, 과로는 물론이고 자위행위나 성교가 과도하거나 성교시 사정을 억지로 참거나 너무 장시간 성교를 하여 전립선이 오랫동안 충혈된 것이 요인이 됩니다. 노림(勞淋)의 노()는 육체적, 정신적, 성적인 과로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일을 많이 하거나 신경을 많이 쓰거나 혹은 성생활이 과도한 것이 원인입니다.

 

세종대왕은 항상 오래 앉아 책을 보니 방광 아래 위치한 전립선이 눌려서 자극을 받았죠. 그리고 한글 창제, 영토 확장, 과학기구 개발을 비롯하여 수많은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엄청났지요. 또한 세종께서는 왕비를 비롯한 6명의 부인으로부터 무려 22명의 자녀를 두었으니 당연히 성생활도 왕성했을 것이므로 전립선에 무리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록에 대왕 스스로 가을, 겨울이 되어 조금 나았다고 하였는데, 여름에는 땀을 많이 흘려 소변의 양이 줄므로 전립선염이 악화되기 쉽지만, 가을과 겨울에는 땀이 적으므로 소변 양이 많아지면서 소변을 통한 염증 물질의 배출에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죠.

 

전립선염 때문에 정사를 오래 돌보지 못할 정도가 될까?

 

전립선의 만성염증은 우유 같은 묽은 배설물이 나오고 소변이 자주 나오면서 참기 어렵고 불쾌감도 많습니다. 허리, 사타구니, 성기 주위에 통증이 있고, 쉽게 피로해지며 권태감을 느끼는 등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증상이 생겨나 매우 고통스럽기도 합니다.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오래도록 잘 낫지 않습니다. 물론 쉬면 저절로 좋아질 수 있지만 세종께서는 계속 일을 많이 하시고 오래 앉아 책을 보셨기에 그토록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너무 열심히 왕의 업무를 본 것이 문제였죠.

 

전립선비대증(오른쪽) 개념도. 정상 전립선(왼쪽)보다 커진 전립선이 요도를 막고 있다.

 

밤톨만한 전립선 때문에 남성이 당하는 고통은 적지 않습니다. 전립선염, 전립선비대증 그리고 전립선암도 있지요. 젊었을 때는 염증으로, 중년 이후에는 비대증이 생겨 요도가 좁아져 소변 배출에 상당한 지장을 일으키며 성생활에도 큰 장애가 됩니다. 더욱이 전립선암은 미국에서 남성의 암 중에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육류 위주의 고지방식 서구형 식단이 늘어나면서 2020년에는 1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지요.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로와 전립선에 압박을 줄 수 있는 운동, , 커피, 맵고 건조한 자극성 음식, 굽거나 볶은 음식 등을 피해야 합니다. 물을 많이 마셔서 소변 양을 늘리고, 대변을 매일 시원하게 보는 것이 좋으며, 회음부를 따뜻하게 해야 하고 자주 따뜻한 물에 좌욕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전립선은 성생활과 관계된 기관이기에 적절한 성생활을 하지 않는 경우에 문제가 생기기 쉬우므로, 금욕하기보다는 적당한 간격으로 성생활을 하여 전립선 액이 적절하게 분비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60세가 되기 전에 전립선비대증이 나타난 환자들의 상당수가 평소 성생활 빈도가 낮거나 40대 초반부터 성생활을 거의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물론 성생활을 너무 자주 하는 것도 악화 요인이 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