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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앉아있는 당신, 혈관 막는 '피떡'이 노린다

풍월 사선암 2014. 11. 16. 07:46

오래 앉아있는 당신, 혈관 막는 '피떡'이 노린다

 

 

장시간 비행기를 탄 여행객이나, 의자에 앉아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 가운데 혈전증(血栓症)으로 변()을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혈전증은 통상 다리 정맥(靜脈)에 생긴 젤리 같은 피딱지(혈전)가 정맥을 타고 심장으로 올라와 폐로 이동하면서 폐동맥을 막아 생기는 응급질환이다. 비행기 좌석 등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앉아 있다가 생긴다고 하여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도 불린다. 하지만 혈전증은 이코노미 클래스뿐만 아니라 시간과 장소를 막론하고 오랫동안 별 움직임 없이 앉아 있으면 생길 수 있다. 근래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중독에 빠진 사람이 PC방에서 온종일 앉아 있다가 혈전증으로 돌연사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앉아 있으면 엉덩이 관절이 접힌다. 그러면 허벅지에서 배 안쪽으로 들어가는 골반 정맥도 접힌다. 정맥은 손으로 살짝만 눌러도 찌그러지는 물렁물렁한 조직이다. 골반 정맥이 닫히니 그 아래 다리 정맥에 있는 피는 심장 쪽으로 가지 못하고 정체된다. 도로를 차단하면 자동차들이 줄줄이 밀려 정체되는 것과 같다. 고정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면 다리가 붓거나 저린 것도 이런 이유다. 정맥에는 탄력 근육이 없어 담은 피를 자체적으로 심장을 향해 짜주지 못한다.

 

피가 고이면, 고인 물이 썩는 것처럼 혈액은 굳기 시작한다. 혈액을 굳게 하는 혈소판이 서로 달라붙고, 여기에 혈액을 응고시키는 인자(因子)의 분비도 많아진다. 피를 뽑아 시험관에 담아 그대로 놓아두면, 2~3분 후에는 혈액이 액체에서 고체로 변하기 시작한다. 노인의 경우 피가 더 빨리 굳는 경향이 있다. 장시간 별 움직임 없이 자세 변화를 주지 않고 앉아 있을수록 다리 정맥에 혈전이 생길 가능성이 커진다. 비행기 안에서는 안전벨트를 오래 착용해야 하고, 기압과 산소 농도가 지상의 80% 수준이기 때문에 피의 흐름이 더 둔해져 혈전이 생기기 쉽다.

 

이 상태에서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면, 접혔던 골반 정맥이 열리면서 젤리 같은 혈전은 심장으로 이동한다. 정맥 주변을 둘러싼 다리 근육의 움직임이 혈전을 심장 쪽으로 이동시키는 펌프질 역할을 한다. 

 

고려대병원 심장내과 임도선 교수는 "혈전증은 특히 60세 이상의 고령자나 임산부, 흡연자나 동맥경화, 비만 등이 있는 경우, 여성호르몬을 복용하는 경우에는 위험이 커진다""암 치료나 전신마취 수술을 받고 오래 누워 있는 경우도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혈전증 예방을 하려면 앉아 있더라도 최소 1시간 간격으로 일어나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앉은 자세에서도 다리를 자주 움직이고 자세 변화를 줘야 한다. 혈액을 묽게 하기 위해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 몸을 옥죄는 자세로 잠들지 않는 것이 좋다. 고위험 그룹은 다리 정맥을 조여주는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는 것도 혈전증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혈관 속 시한폭탄' 혈전(血栓)심장·폐로 가면 急死 위험

 

혈관 막아 심장마비·호흡곤란 유발60세 이상·비만 환자, 특히 주의

자세 자주 바꾸고 매시간 스트레칭을

혈전증은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고,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거나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혈관조영 검사나 초음파 검사를 통해 혈전이 발견됐다면, 항응고제나 혈전용해제 등을 복용해 심각한 질병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혈액이 뭉쳐져서 생긴 덩어리인 혈전(血栓)은 온몸을 돌아다니면서 언제, 어떤 문제를 유발할 지 모르는 '혈관 속 시한폭탄'이다. 혈전이 일으키는 질병은 수없이 많다. 혈전이 뇌·심장 혈관을 막아 생명을 앗아가거나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기는 뇌경색·심근경색, 하체의 정맥이 막혀 다리가 붓고 통증이 생기는 심부정맥혈전증, 혈전이 폐 혈관을 막아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폐색전증 등이 있다.

 

혈전으로 생기는 질병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경색 환자는 2011436930명에서 지난해 441644명으로 늘었고, 심근경색 환자는 69772명에서 76002명으로, 폐색전증은 8097명에서 1201명으로 많아졌다.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김용재 교수는 "이처럼 혈전증은 수많은 질병을 유발하고 불시에 생명을 앗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암보다 위험하다"고 말했다.

 

혈전 생긴 부위 따라 증상 다양

 

혈전이 생기는 이유는 뭘까? 혈액 속에는 혈전생성인자와 혈전조절인자가 있어서, 혈전이 많이 생기지 않도록 균형을 이룬다. 그런데 운동 부족·음주·흡연·스트레스·안 좋은 식습관 등의 영향을 받아 이 균형이 깨지면 혈전이 과도하게 생성된다. 혈전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거나 혈관벽에 쌓이는데, 이로 인해 증상이 나타나면 '혈전증(血栓症)'이라고 한다.

 

혈전증은 크게 동맥혈전증과 정맥혈전증으로 나눌 수 있다. 김용재 교수는 "혈전이 동맥과 정맥 중 어느 부위의 혈관을 막았는지에 따라 질병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혈전이 동맥에서 문제를 일으키면 대부분 응급 상황이 벌어진다. 뇌경색, 급성심근경색, 급성말초동맥폐쇄증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고, 괴사가 일어나 팔·다리를 절단해야 할 수도 있다.

 

혈전이 정맥을 막으면 몸 곳곳에 있던 혈액이 심장으로 되돌아가지 못하면서 울혈(鬱血)이 생긴다. 다리나 온몸이 붓고, 소변량이 줄거나, 혈뇨를 볼 수 있다. 심해지면 복수가 차거나 실신·발작·흉통 등을 겪으며, 사망 위험도 있다. 유럽에서는 매년 심부정맥혈전증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교통사고·에이즈·유방암·전립선암 사망자 수를 모두 합한 것의 세 배에 달한다고 한다. 다리에 있던 혈전이 혈액을 타고 흐르다가 심장·폐의 혈관을 막아 심장마비·호흡곤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60세 이상은 혈전증 고위험군

 

혈전증의 고위험군은 다음과 같다. 60세 이상 암 치료 중인 환자 출산 후의 여성 수술 후 움직이기 힘든 사람 흡연자 비만인 사람 수분 섭취가 부족한 사람 등이다. 여기에 해당하면서, 부종·흉통·호흡곤란 등을 지속적으로 겪는 사람이라면 혈전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혈전은 혈관 초음파나 MRI(자기공명영상) 등으로 진단한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전은석 교수는 "진단한 후에 혈전이 많고 이로 인한 증상이 있다면 혈전용해제나 항응고제 등을 6개월 이상 복용할 것을 권한다""심하면 스텐트 삽입술, 혈전 제거술 등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래 앉아 있을수록 혈전증 위험 커

 

혈전은 생활 습관에 따라 잘 생기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90분간 앉아있으면 다리의 혈류가 반으로 줄어 혈전 생성 위험은 두 배로 높아진다. 따라서 혈전을 막으려면 한 자세로 오래 있는 것을 피해야 한다. 앉거나 누워있을 때 자세를 자주 바꾸고, 한 시간에 한 번씩 다리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꽉 끼는 옷은 안 입는 게 좋다.

 

-헬스조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