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양식/시사,칼럼

亢龍有悔...갈데까지 가봐야?

풍월 사선암 2014. 8. 29. 08:43

[류근일 칼럼] 亢龍有悔...갈데까지 가봐야?

문재인 정동영 정청래 장하나...그리고

 

亢龍有悔 - 용이 하늘 끝까지 올라가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

 

세월호 특별법에 관한 여야 합의가 두 번째로 깨지자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엔 두 종류가 있었다. 이 둘이, 이 세상에 있을 수 있는 모든 반응들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참고할 만한 반응임에는 틀림없을 성 싶다.

 

첫번째 반응.

드러내놓고 너무 한다는 반응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래도 남이 듣는 데서는 특별법대놓고 시비하지는 않았고 못했다. 그런데 여야 합의가 두 번째로 깨지면서부터는 너무하다는 말들을 슬슬 입 밖에 내기 시작한 것이다.

 

821, 어떤 침술원에서 약 10명 안팎의 40~50대 부인들이 빙 둘러앉아 침을 맞고 있었다. 그 중 한 부인이 좌중에게 들어보란 듯, 자신의 스마트폰에 있는 글을 잃기 시작했다.

아마도 누가 카톡으로 보낸 글인 듯싶었다.

 

사망자에 대한 국가 추념일 지정/추모공원지정/추모비 건립/사망자 전원 의사자 처리/공무원 시험 가산점 주기/단원고 피해학생전원 대입특례전형....” 이렇게 그 부인이 한없이(?) 읊어나가자 방안에선 ...” 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하는 소리도 들렸다.

 

그런데... 그 다음 날인 8/22, 그런 카톡이 나에게도 날아 온 것이다! 아마도 이런 '카톡 숙덕공론'이 지금 한창 시중에 나돌고 있는 모양이었다. 카톡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게 끝나고 있었다. 삼풍 백화점 참사 유족들, 씨랜드 참사 유족들,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들과 형평을 완전히 잃은 법안, 이걸 퍼뜨려 주세요

 

이런 카톡은 그러나 오해도 있고 딱히 정확하지도 않다는 것이 8/23일 아침 A채널 '돌직구 쇼'에 나온 어느 출연자의 주장이었다.

그게 맞는 말이기 바란다. 다만, 분위기가 강경파에게 불리해지고 있다는 것만은 참작해야 할 것이다.

 

두번째 반응.

820일 어느 찻집. 여야합의가 또 깨졌다는 화제가 떠오르자마자 거기 있던 한 사람이 이렇게 반응했다.

~주 잘됐어요. 자꾸 저러게 내버려 둬요. 그래야 사람들이 알아요. 갈 데까지 가야 돼요.”

 

이상의 두 종류 반응들은 물론 공인(公人)이 공적(公的)인 장()에서 드러낼 공적(公的)인 반응이어선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야당과 재야 강경파에 대해 ""라고 말하는 의견들이 점차 뜨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명숙 전 총리와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흘째 단식 농성 중인 문재인 의원을 방문,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동영 정청래, 장하나... 그리고 친노(親盧), 486, 새민련 전국구 운동가들...등은 오히려 이런 종류의 민심과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지만, 박영선이 대표하는 새민련에는 이런 민심은 결코 유리한 게 아니다.

 

친노, 486, 새민련 전국구 운동가들은 그들의 이념적 순혈주의에 따라, 그리고 당내 온건파로부터 다시 헤게모니를 빼앗아오기 위해, 민심이야 여하튼 타협 없는 투쟁으로 판을 몰고 가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노선은 왕년의 후진사회도 아닌 21세기 발전된 사회에서는 자칫 고립과 소모(消耗)로 끝날 확률이 높다. 마치 왕년의 일본사회당처럼 말이다.

 

민심은 보수주의자들에게도 썩 유리하지 않지만 문재인, 정동영, 정청래 장하나, 친노, 486, 새민련 전국구 운동가들, 거리의 광우병선동가들에게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 기우뚱 기우뚱, 넘어갈 듯 넘어갈 듯 하다가도 그래도 저건 아니지...” 하며 배를 다시 수평으로 돌리는 복원력이 생겨 있는 것이다. 이게 광우병 난동 때와 지금이 다른 점이다. 일종의 국민적 학습효과인 셈이다.

 

모든 건 우주의 법칙대로 되게 돼있다.

거기 맞춰야 한다. 안 맞추면 쇠()한다.

우주의 법칙이란?

지나치면 망한다는 철칙이다.

항용유회(亢龍有悔,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은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라 했던가?

 

 

항룡유회(亢龍有悔)의 의미 

 

'역경'의 건쾌에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다. 항룡이란 올라갈 데까지 올라간 용을 말하며 따라서 항룡유회란 세력이 왕성한 것은 이윽고 전락의 길을 걷게 되어 후회를 남기는 운명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는 의미가 있는 말이다. 이와 같이 극성(極盛) 속에 쇠락(衰落)의 징조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옛날 중국의 제()나라에 연회를 좋아하는 위왕(威王)이라는 임금이 밤마다 왁자지껄한 연회에 젖어 있었다. 어느 날 밤의 연회에서 주빈의 자리에 순우곤(淳于髡)이란 선비가 앉게 되었다. 위왕은 기분이 좋아서 술잔을 주고받으면서 순우곤에게 물었다.

 

선생은 어느 정도 마시면 취하는?” “한 말로도 취하고, 한 섬으로도 취합니다.” “왕의 어전에서 마시게 될 때에는 아무래도 긴장해 있으므로 한 말도 마시기 전에 취해 버립니다. 오랜만에 우연히 친구를 만났다고 합시다. 그런 때는 아마 대여섯 말은 축내겠지요. …….

 

술이 극에 이르면 난잡해지고 즐거움이 극에 이르면 슬픔이 있다.(주극란 락극비 : 酒極亂 樂極悲) 말하는데 정말로 만사는 그런 것 같습니다.”

 

매사는 극에 이르면 안 된다. 극에 이르면 반드시 쇠한다. 순우곤은 이 도리를 말함으로서 위왕(威王)을 간한 것이다. 위왕도 어두운 임금도 아니었다. 이후 연일연야 벌이던 연회는 없애 버렸다고 한다. 임금이 주빈으로 모신 순우곤 선비의 간언으로 위왕의 미망(迷妄)이 깨우치게 된 것이다. 훌륭한 간언이었다.

 

또 이런 얘기도 전해져 있다. 거의 같은 무렵인데 범수(?)라는 인물이 있었다. 일개 세객(說客)인데 몸을 일으켜 대국 진나라 재상까지 올라 외교 전략을 펴서 진나라의 부강에 공헌했으나 만년이 중대한 과실로 명예가 추락되고 말았다. 조나라와의 전쟁 때 그가 추천한 정안평(鄭安平)이라는 장군이 2만의 군사와 함께 적에게 투항한 것이다. 투항은 삼족을 멸하는 무거운 죄이며, 투항한 장수를 추천한 자도 같은 죄로 되어 있었다. 범수는 왕의 신뢰로 다행히 구제받아 죄는 면했으나 내심 남몰래 부끄러워하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채택(蔡擇)이라는 세객이 범수에게 면담을 요청하여 이렇게 설파하였다.

 

일서(逸書)에도 성공한 곳에는 오래있지 말라고 했습니다. 당신도 이 기회에 재상의 직첩(職牒)을 반납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백이(白夷)처럼 청렴을 칭송받고 적송자(赤松子) 전설에 나오는 선인(仙人)처럼 장수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만약 지금의 지위에 언제까지나 연연해 있으면 반드시 화가 덮쳐올 것입니다.

 

'역경(易經)'에는 높이 올라간 용에게는 후회가 따른다. 항룡유회(亢龍有悔)’라고 했습니다. 이것은 오르기만 하고 내릴 줄은 모르는 그런 집념을 비유한 뜻입니다.

 

욕심내어 그칠 줄을 모르면 그 원하는 것을 잃는다는 의미이다.

 

-강병원 수필가-